'나는 왜 이일을 하는가' 실제 이야기
책 '나는 왜 이일을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지속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것은 조종이 아닌 영감, 모든 것의 시작은 "왜?"라는 질문부터라는 것, "왜?"로 시작했다면 행동의 지표가 되는 원칙의 "어떻게", 그리고 그 행동의 결과물인 "무엇을"의 순서로 나아가라고 했다.
이번 글에서는 이렇게 함께 나아가며 성장했던 팀원들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개원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치과였다. 공동대표원장 2명의 교정과, 일반진료과의 협진으로 각 분야별 전문의의 협업으로 진료가 이뤄지고 있었다. 난 일반진료과 상담실장으로 입사를 했다. 나의 입사 조건 중 하나는 '임플란트를 팔지 않는 상담을 하자.'이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치과에서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이벤트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랜 경력이 있었던 대표원장들로 인해 그런 조급함은 없었다. 하지만 치과의사 3인 체제의 상황에서 매출은 더 성장이 필요했고, 거기에 따른 팀원들의 성장도 필요했다.
회의 참석 및 실무에 참여해보니 각 파트별 팀원들의 협업이 필요한 사항이었다. 룸 형태의 진료실이었기에 각 진료실마다 진료 상황을 알아야 했다. 데스크에서 대기시간 관리를 하고 대기 사항을 진료실에 알리면 우선순위를 정해 핸들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환자가 많을 때는 교정과에서 일반진료과의 진료실을 써야 하는 상황이었고 반대의 상황도 있었기에 각 과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이었다.
하지만 대표원장은 병원 이미지에 좋지 않은 것 같다며 무전기 사용을 금했고, 손이 빠른 고년차 진료 어시스트를 원했다. 실수를 하는 직원과 진료실장에게 고성이 오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진료실장은 이미 번아웃이었고 퇴사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대표원장은 그런 실장을 푸시하기 위해 같은 연차의 직원을 채용했다. 기존의 실장은 퇴사하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느꼈고 새로운 팀원 역시 본인의 직급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당황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연차가 낮은 직원들은 자신을 자책하며 성장의 기회가 사라지는 것 같다며 나에게 찾아와 퇴사를 고민했다.
이와 같은 혼돈을 막을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교육 프로세스를 잡아 팀원들의 실력 향상을 해 더 이상의 업무 과부하가 걸리지 않게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전에 팀장 이상의 간부들에게는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오픈 치과의 장점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고 단점은 체계가 없어 혼자서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처음 내가 한 일은 진료실장과 면담이었다. 현재의 심경과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먼저 들어보기 위함이었다. 처음 맡아본 진료실장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다고 한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쳤던 진료실장은 또 다른 같은 연차 직원의 채용으로 다시 한번 상처를 받았다. 개원 초반 팀원들을 교육하기 위해 남아서 자료도 만들었지만 노고에 대한 인정도 없었고 밀려드는 업무 때문에 힘들어서 결국은 손을 놔버렸다고 했다.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한다던 진료실장에게 다른 치과로 이직하더라도 실장으로서 같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 번은 넘어야 하는 산이니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도울 테니 여기서 해결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데스크 직원들과 면담을 했다. 팀원들로만 구성되어있었기에 대기 관리 및 환자 매니지, 콜 업무, 보험청구까지 두 명이서 고군분투하며 일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데스크로 업무를 시작했던 나는 데스크 직원들의 고충이 보였다. 그래서 업무 분담을 하여 내가 상담하지 않는 시간에는 데스크 업무를 도와주기로 했다.
더불어 다른 팀원들과 면담을 했다. 업무에 대한 고민과 방향성, 현재 연차에 맞는 실력을 갖추고 싶다는 고민들이었고 교육을 한다면 함께 맞춰나갈 의향이 있는지, 나는 또 어떤 영역에서 도울 수 있는지 함께 고민했다.
그리고 점심시간 간부급 회의를 열었다. 권리를 말하기 전 의무를 다하는 것이 필요했다. 간부급들에게는 치과의사 3인 체제와 현재 직원수에 맞는 경영은 더욱 성장해야 함을 알렸다. 이건 표면적인 숫자로 표현되는 경영이었지만 조금 더 들어가면 복지를 개선시키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기도 했다.
각자가 영감을 받는 '왜'는 다를 수 있지만 행동으로 표현되는 '어떻게'와 나타나는 결과인 '무엇을'은 한 방향으로 잡을 수 있었다. 난 그걸 인정하고 각자의 방법으로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대신 난, 임플란트를 파는 상담을 하지 않을 거라고 단언했다. 내가 임플란트를 팔지 않는 상담으로 많은 환자를 돕고 싶어 이곳으로 왔다고 했다. 이 병원의 미션은 3대가 믿고 찾아오는 치과가 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문장을 실천하는 곳이었다. 원칙을 깨지 않는 '어떻게'를 실현시키고 싶었다.
각 파트별 교육자료를 만들 사람을 지정하고 함께 피드백을 해나갔다. 그리고 간부급 팀원들은 순서를 정해 진료실 상황을 파악하고 핸들링하는 과정을 거쳤다. 바쁘면 나도 진료실에 투입되어 다른 팀원이 시간이 날 때까지 함께 일을 도왔다.
내가 개별적으로 면담했던 이유도, 이 병원의 성장을 돕고 싶었던 이유도 모두의 성장에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있길 바랐다. 그게 나의 'why'였다. 때문에 원칙을 지키는 '어떻게'의 행동을 계속 보여줬다. 그랬더니 팀원들은 서로를 돕기 시작하며 팀워크가 상승되는 일관성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나 또한 상담 동의율이 지속적으로 올랐다. 내부고객(직원) 외부고객(환자)의 만족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또 다른 기록을 보여줬다. 바로 개원이래 최고 매출 기록이었다.
각자의 '왜'는 달랐지만 결국 우리는 공동의 목표에 도달했다. 그리고 팀원들과 하나가 되었다. 감사하게도 연말 다면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하기도 했고, 진심이 담긴 편지도 전해받았다.
이처럼 개개인의 성장은 조직의 성장을 낳는다. 한 사람에게 전달되는 진심은 신뢰로 바뀌며 그 신뢰는 또 다른 신뢰를 낳는다. 이렇게 선순환이 되면서 조직은 앞으로 나아간다. 조직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심을 강요하며 조종을 하기보단 개인의 why에 진심으로 다가가 진심 어린 영감을 나누길 바란다.
결국 우리는 한 사람의 인생에 관여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