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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Nov 06. 2023

수영과 글쓰기의 공통점은 아이러니

100번째 브런치 글을 올리며

주말 동안 비가 온다고 했다. 기대했던 가을비가 시원하게 쏟아지지 않고 주말 내내 흐린 하늘만 보자니 찌뿌둥했다. 집 청소를 마치고 아들 딸과 놀면서 장조림용 고기도 푹푹 삶는데 고기 삶는 냄새도 집안도 답답했다. 홀연히 수영 가방을 들고나가는 엄마를 아무도 붙잡지 않는다. 일요일 늦은 오후에 수영을 가는 엄마가 이젠 자연스럽다.


웬일로 오후 수영장이 한산했다. 주차장에 차대는 것도 수월했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가니 아이들 둘, 어른들 5-6명이 전부였다. 맨 가장자리 왼쪽 라인이 텅 비어 었었다. 물도 차갑지 않고 들어가서 몸을 조금 푼 후 바로 자유형을 시작했다.


얼마 전에 산 귀마개를 쓸까 말까 하다가 귀에 살짝 꽂았더니 에어팟이 따로 없다. 노이즈 캔슬링이 제대로 됐다. 단돈 5000원짜리 귀마개로 넓은 수영장에 들리는 소리는 내 숨소리과 심장 뛰는 소리가 전부다.

양팔을 머리 뒤로 하고 손바닥을 모은 후 출발했다.

스르륵 물 잡는 소리가 시원하다.

왼팔, 오른팔 물을 잡고 오른팔로 물을 밀어낼 때 고개도 오른쪽으로 살짝 빼서 호흡을 한다.

푸르륵 숨을 내쉬고 짧은 시간에 흡! 숨을 다시 머금는다.

양팔 1번씩 물을 잡다가 오른팔로 물을 보낸 후 호흡하는 것이 힘들어서 두 번에 한 번씩으로 호흡했다.

뭐든 자신에게 편한 호흡법을 찾아야 한다고 해서 제일 편한 것이 뭔가 싶어 이렇게 해보다가 저렇게도 하지만 제일 쉬운 호흡은  멈추고 쉴 때 내쉬는 거다. 이 많은 공기가 다 내 폐 속으로 들어가면 좋겠다.

수영장에 오늘따라 사람도 적고, 귀마개를 했더니 너무 고요하다.

우리 동네 수영장이 고요하다니. 이상했다.

잘 착용했는지 보려고 귀마개를 뺐더니 역시나 이곳은 소음으로 가득하다.

물 빠지는 소리, 첨벙거리는 소리, 물방울 튀는 소리, 너도나도 내뱉는 숨소리, 수영장 밖에서 들리는 바람소리, 샤워장 쪽에서 들리는 아주머니들의 웃음소리.

귀마개를 했을 땐 들리는 것이 내 소리뿐이라 외로웠는데 귀마개를 빼니 소음들로 내 소리는 모두 가려진다.

계속 귀마개를 할까 하다가 이내 수모 안으로 쏙 넣어버렸다.

이 넓은 수영장에 나 혼자는 외로우니까.




글쓰기도 비슷한 것 같다. 혼자이면서 혼자가 아니다.

혼자 있기 원해 시작했는데 혼자뿐이면 외롭다.

수영은 혼자 하는 운동이지만 볼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라 다른 사람들의 동작이나 영법을 볼 수밖에 없다. 글쓰기도 혼자서 하는 행위지만 비밀 일기장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하게 된다.

둘 다 혼자 하면서도 혼자가 아닌 아이러니.


글을 쓰고 있지 않을 땐 글을 쓰고 싶은데 막상 쓰려고 앉으면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수영도 하지 않을 땐 수영장에 가고 싶은데 막상 갈 시간이 되면 갈까 말까 수천번을 고민한다.

하고 싶은데 하기 힘든 아이러니.


물을 가르는 소리가 좋아 수영을 한다면서

제일 편한 것은 멈추고 남들 수영하는 것 보고 있을 때라는 아이러니.


집이 너무 시끄러워서 수영장에 왔는데

외로운 것이 싫어 귀마개를 빼버리는 아이러니.


혼자만의 시간이 갖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혼자만 읽는 것은 서운해서 누가 봐줬으면 좋겠는 아이러니.


수영도 글쓰기도 나 혼자 하는 것이라서 편한데

내가 정한 틀을 어기면 몹시 불편한 아이러니.


브런치에 100번째 글을 올리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쓰자며 시작한 글쓰기였다.

비슷한 때 시작한 수영도, 글쓰기도 이제 재가 잡힐 만도 한데 아직도 어렵고 힘들다.

그렇지만 그래도 좋다는 아이러니.

새벽 수영장 가는 길은 외로운데 막상 가면 세상 분주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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