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 | BALENCIAGA MIAMI DERBY
패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브랜드 Balenciaga는 누구나 들어본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캠페인에서 아동소아성애자 관련 이슈가 있었지만 그전까지는 명실상부한 가장 핫한 브랜드였다. 2017년부터 시작해 정점을 찍고 하향세를 그리다가 다시 한번 정점을 찍고 있는 브랜드. CD를 바꾸지 않고 하락기에 접어들었던 브랜드를 다시 정상에 올려놓은 적은 본 적이 없다. 지방시를 예로 들자면 리카르도 티시가 정점을 찍고 유행이 지나면서 브랜드가 하향세에 접어들자 몇 차례나 CD를 바꿨으나 아직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지금 발렌시아가의 디자인 키워드는 오버사이징. 늘리고 과장하고. 현재 발렌시아가의 제품들을 보면 대부분 오버사이징된 실루엣을 가지고 있다. 매드맥스, 기후변화, 전쟁기근 등의 키워드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발렌시아가의 런웨이는 실험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이었고 이러한 메시지를 담아내는데 과장된 실루엣을 채택한 듯하다. 하지만 17년에 혜성처럼 등장했을 때도 오버사이징은 발렌시아가의 아이덴티티였지만 지금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였다.
각진 어깨, 과장된 실루엣은 여전하지만 그 정도가 훨씬 덜하고 아직까지는 클래식의 범주 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전반적인 기조는 유지하되 실루엣과 스타일링에 위트를 가미한 정도. 코트의 컬러나 소재, 전반적인 실루엣은 여전히 클래식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봐도 17FW의 테일러링은 정말 멋있다고 생각이 될 정도.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이 있다. 결국은 돌고 돌아 클래식. 발렌시아가의 이런 오버사이즈된 신발도 굉장히 트렌디하고 멋있지만 결국 언제 가는 한물갈 아이템. 그리고 발렌시아가는 이런 오버사이즈된 신발도 잘 만들지만 원래 클래식한 옷들을 더 잘 만드는 브랜드였다. 원래 발렌시아가는 꾸튀르로 시작한 브랜드이고 뎀나가 오기 전까지는 드레스와 테일러링을 취급하던 브랜드였다. 그런 의미에서 발렌시아가의 몇 없는 클래식한 더비를 리뷰해보려고 한다.
마음에 드는 더비 사는 것은 참 어렵다. Alden 같이 너무 클래식한 것은 재미없고, Guidi는 너무 캐주얼하고, 또 Saint Laurent이나 Celine을 사자니 너무 뾰족하고 날렵해 부담스럽다. 그럴 때 눈에 들어온 것이 이 더비. 과하지 않게 섹시하면서 클래식한 쉐입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클래식하다고 해서 Alden처럼 진짜 클래식한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 당시의 발렌시아가는 클래식의 범주 안에서 자신들만의 위트로 조금씩 실루엣을 변형했다. 그렇게 보이는 것이 이 스퀘어토. 자칫 잘못하면 과할 수 있는 쉐입을 적당히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오른쪽의 생로랑 더비는 끝이 뾰족해 뭐랄까 조금 부담스럽고 정장을 입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난다. 하지만 마이애미 더비는 아래와 같이 캐주얼하게 입어도 예쁘게 잘 떨어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_9r49e9zq6w
날렵하면서 길게 빠진 쉐입. 사진 상으로 보면 잘 안 와닿을 수 있는데 오버사이징되어서 신발 크기도 일반 더비에 비교해서 매우 크다. 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너무 포멀하고 딱딱한 느낌을 덜어준다. 그렇기에 잘만 코디하면 캐주얼한 착장에도 잘 어울린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이런 더비 찾기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더비라면 로고도, 색깔도, 기타 장식이나 프린팅도 없이 오로지 하나 실루엣 만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항목. 그렇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더비란 정말 찾기 쉽지 않다. 이러한 느낌을 찾고 있다면 단언컨대 말하는데 대체제가 없다.
이 더비는 알든처럼 완전 클래식도 아니고 구이디처럼 모든 착장에 잘 떨어지고 코디가 쉬운 더비는 아니다. 길게 빠지고 섹시한 쉐입이지만 오버사이징된 실루엣 때문에 스키니 진과는 잘 안 붙고 또 그렇다고 미니멀한 착장과도 잘 안 어울린다. 하지만 본인이 어느 정도 이해도가 있고 같이 매치할 만한 아이템이 충분하다면 단언컨대 이 아이템은 대체제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