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플리'의 주인공인 리플리는 낮에는 호텔에서 일하고 밤에는 피아노 조율사로 일하는 상류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프린스턴 대학의 자켓을 입고 연주를 하다가 선박 재벌인 그린리프를 만나게 되면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그를 프린스턴 대학생이라고 착각하고 이탈리아에서 놀고 있는 자신의 아들을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을 한 것. 아이비리그 대학생이 아닌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던 리플리는 그렇게 아이비리그 대학생을 행세를 하고 딕키를 데리러 이탈리아로 가게 된다. 영화 리플리는 영화도 재밌었지만 스타일 측면에서 참고할 거리가 많은 영화였는데 이탈리안 클래식, 리베리아 스타일과 아메리칸 클래식, 아이비/프레피 스타일의 교과서 같은 영화였기 때문이다. 남부 이탈리아 심취한 딕키는 아이비리거였지만 이탈리안 클래식 스타일을 즐겨 입었고 프레디와 리플리는 아이비/프레피 스타일을 즐겨 입었다.
리플리와 딕키 뿐만 아니라 프레디도 휼륭한 스타일을 보여줬다.
01 | 리플리의 스타일
아이비리그 대학생 행새를 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원래 스타일이 이랬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리플리는 전형적인 아이비 스타일을 보여준다. 옥스포드 셔츠와 아넬형 안경, 그리고 싱글 자켓. 특히 코듀로이 자켓을 많이 입었다.(돈이 없어서...) 주드로가 연기한 딕키와는 상반되는 아메리칸 클래식 스타일. 특히 여기에는 안경이 한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너무 포멀하지도 캐주얼하지도 않으면서도 그의 스타일에 부드러움과 지적인 분위기를 더한 것은 바로 아넬형 안경.(아넬 안경에 대해서는 따로 다뤘으니 그 편을 참고 바란다.) 연출자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스타일에서 리플리의 소심하면서도 섬세한 성격이 잘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역사가 깊고 교육과 학문의 고향인 미 동부에서 비롯된 리플리의 아이비 스타일과 딕키의 자유분방한 남부 이탈리아의 리베리아 스타일의 대비도 눈여겨 볼만한 요소 중 하나였다. 같은 자켓을 입어도 느껴지는 분위기가 이렇게나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좋은 사례. 리플리는 베이지, 브라운과 같은 웜톤을 주로 입었지만 딕키는 네이비 수트를 주로 입었고 시원한 느낌의 컬러 팔레트를 주로 사용했다.
네이비와 브라운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02 | 아이비/프레피 스타일의 역사
아이비, 프레피 스타일은 사실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미 동부의 상류층의 자제들은 명문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 사립학교인 Prepatory School에 다녔는데 그들을 프레피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들이 즐겨입는 단순하고 캐주얼하면서도 클래식한 옷차림이 하나의 문화로 인식이 되면서 프레피룩이라고 하나의 장르가 탄생한 것이다. 프레피가 아이비와 어떤 차이점이 있냐고 하면 프레피가 조금 더 캐주얼하고 색감이나 무늬가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크게 둘은 구분 짓기는 힘든데 그 이유는 너무나도 단순하다. 거의 모든 프레피들이 아이비리거가 되었으니까. 아이비리그 스타일은 1930~19060년대 아이비리그 캠퍼스 내의 유행을 주도했던 패션 스타일을 말한다. 아무래도 아이비리그 스타일이 조금 더 클래식하고 우아하다. 아무래도 대학생과 고등학생의 차이랄까? 다만 여기서 우리가 생각하는 캐주얼과 그 당시의 캐주얼은 조금 차이가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캐주얼은 스웨트 셔츠에 스웨트 팬츠에 편한 운동화겠지만 미 상류층은 별장에서 폴로를 즐기고 승마를 하고 사냥을 했다. 그렇기에 그들의 캐주얼은 폴로(스포츠) 룩과 상류층의 컨트리 룩이었다.
03 | 아이비/프레피가 되고 싶다면
아이비/프레피 스타일은 다양하게 입을 수 있다. 아우터도 굉장히 종류가 다양한데 과잠이라고 불리는 스태디움 점퍼, 스포츠 코트, 블레이저, 폴로 코트 등 다양한 종류의 아우터들이 아이비/프레피의 범주에 속해있다. 다만 오늘은 영화에 나온 재킷(블레이저, 스포츠 코트)을 이용한 스타일에만 국한해서 설명을 하려고 한다. 앞에서 보여줬듯이 자켓이라고 다 같은 자켓이 아니다.
031 | 자켓
아이비/프레피가 되고 싶다면 일단 싱글 버튼의 웜톤 계열의 블레이저 혹은 네이비 블레이저를 구비하도록 하자.
울 소재, 코듀로이 소재 모두 좋다. 코듀로이 자켓을 울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느낌과 캐주얼한 느낌을 준다. 반면 울을 클래식하고 포멀한 느낌이 더 강하다. 네이비 컬러의 자켓은 다른 컬러보다 조금 스타일링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입냐에 따라서 굉장히 캐주얼하게 보일 수도 아니면 굉장히 클래식하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본인의 취향과 옷장.
모두 폴로 랄프로렌
032 | 셔츠
자켓이 구비되었다면 다음에 필요한 것은 셔츠. 요즘 도메스틱 신에서는 포터리의 셔츠가 인기가 많은데 아이비/프레피에는 포터리와 같은 바스락거리는 셔츠는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칼라 매칭만큼이나 소재를 매치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아이비/프레피가 되고 싶다면 일단 바스락 셔츠는 제쳐두고 옥스포드 셔츠를 사보자. 버튼다운 칼라와 비교적 두꺼운 소재가 특징.
모두 폴로 랄프로렌
033 | 팬츠
셔츠까지 구비가 되었다면 이제는 바지. 치노, 데님 모두 좋다. 다만 핏은 중요하다. 요즘 와이드 핏이 유행하지만 와이드핏을 매치했다가는 시티보이도 아닌 프레피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룩이 될 수도 있다. 스트레이트 핏의 팬츠면 데님이건 치노건 상관없다. 에크루, 베이지, 카키 컬러의 치노와 데님 정도는 갖춰놓도록 하자.
034 | 신발
뭐든 마무리가 중요하다. 이렇게 입고 뾰족구두를 신어버리면 위에를 얼마나 잘 입었건 상관없이 다 망가진다. 오리지널을 따진다면 페니로퍼가 오리지널이다. 1930년대 등장한 페니로퍼는 캐주얼이 사랑받는 캠퍼스에서 신고 벋기 편해 엄청난 사랑을 받아 캠퍼스를 도배했었다. 다만 굳이 페니로퍼를 신을 필요는 없다. 폴로 선수의 부츠에서 유래한 처카부츠도 캐주얼한 라스트의 더비도 다 좋다. 그리고 자신이 있다면 스니커즈도 좋다. 너무 포멀하지 않으면 된다. 명심해야 될 것은 아이비/프레피 스타일은 대학가의 패션이었다는 것. 아이비/프레피의 아이덴티티는 적당한 캐주얼함이다. 지금도 캠퍼스를 가보면 빡세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힘주고 오는 학생들은 많이 없지 않은가?
모두 알든
04 | 마무리
클래식을 좋아하다 보면 아이비/프레피는 꼭 거쳐갈 수밖에 없다. 누가 의도적으로 유행시켰다기보다 그 당시 대학생들이 입던 옷들이 하나의 스타일이 되다니 그보다 더 자연스럽고 시대상을 담은 스타일이 어딨을까? 그들의 스타일을 입음으로써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 개인적으로는 아이비/프레피를 좋아하지만 나에게는 어울리지는 않아 참고만 하고 잘 입지는 않는 편이다. 좋아하는 것과 어울리는 것은 차이가 있으니. 부디 이 글이 본인의 취향을 알게 되는 데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