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창훈 Jan 13. 2024

예이츠의 '술노래'

이 별에서 읽은 사랑의 시

술노래(A DRINKING SONG)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




술은 입으로 흘러들고

사랑은 눈으로 흘러든다.

우리가 늙어서 죽기 전에 

알아야 할 진리는 오직 이것.

나는 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며

너를 보고는, 그만 한숨짓는다.






사랑은 '사랑'이라는 명사가 아니다.

사랑은 '사랑함'이라는, 어떤 움직임이 오고 가는 동사이다.


자신의 마음 속에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는 이는 

더군다나 그 누군가가 도통 

자신의 애탐을 도무지 감지하지 못하는 상태라면


한 잔 두 잔 

자신이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술은 술술~ 점점 부드럽고 강렬하게 

자신의 입 속으로 흘러들어 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눈에는 온통 사랑하는 이의 실루엣,

사랑하는 이의 모습만이 점점 커지는 눈덩이처럼 

자신의 눈 속으로 흘러들기 마련이다.


'늙어서 죽기 전에 / 알아야 할 진리(진실)는 이것'이라는 말은

늙어서 죽기 전까지 그래 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말일 터.

그리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우리의 눈은 사랑의 미세한 떨림을 보기 보다는

도통 어떤 '쓸모있음'으로 포장된 황금이나 돈을 바라보는 데 더 특화되어 버렸으니까...


시의 끝부분의 '한숨'은 어떤 의미일까.

술잔을 들어 올리는 '나'의 눈으로

흘러 들어오는 '너'의 모든 것들이 

아직 '나'의 마음을 흔들 뿐이어서 짓는 안타까운 탄식일까?

그렇다면 이 시는 홀로 사랑함을 수행하는 고독한 사람의 이야기일 것이다.

(일단 나는 이 시를 그렇게 독해했다.)

아님

'너'를 사랑하는 도중에 '나'가 불현듯 느끼는 

사랑의 슬픔에 대한 미세한 감지일까?

아님

'너'와의 사랑 후에 느끼게 된 사랑의 '무상함'에 대한 감정일까?


그 해석을 누군가가 어찌 어찌했든

사랑의 영토에 영원히 완성이란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에

우리의 마음은 말없이 끄덕거릴 수 밖엔 없을 것이다.

그런 미완의 사랑 속에서 애타게 

사랑하고자 하는 자에게 

이 시는 쓸쓸하게 치명적인 '권주가'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술은 입으로 흘러 들고 사랑은 눈으로 흘러 들어온다', Pixabay 무료이미지--


매거진의 이전글 송찬호의 '나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