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창훈 Feb 29. 2024

졸업

이 별의 학교, 심석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새출발을 축하하며

졸업

                                          -이창훈  


             

길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길을 찾는 사람이 되어라 

    

별을 따는 사람이 아니라

별을 품은 사람이 되어라

   

머리로 꿈을 꾸는 사람이 아니라

손발로 꿈을 파는 사람이 되어라    

 

고개를 숙이고 

고개를 넘는 사람이 아니라 

    

고개를 들고

고개를 건너는 사람이 되어라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사는 너여도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사는 너여도 

    

얼얼한 찬물에 얼굴 씻고

힘겨운 발걸음 디딜

그대를 응원한다  

   

타인의 칭찬에 목마르기보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불안과 두려움에 떨면서도

스스로 원하는 길을 선택하는

그런 그대를 응원한다 

    

후회없는 삶은 그토록 어렵지만

스스로 만족하는 너

스스로 행복하다 느끼는 너

그런 그대를 응원한다

     

이별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이다

이제 또다른 시작이다  

   

누구도 열어줄 수 없는

오직 그대만이 열 수 있는

문 하나 저 앞에 있다

     

벽을 문으로

땀흘린 그대의 몸과 마음으로

힘차게 두드리고 열라    

 

자 

이제 다시 출발이다

그런 그대들의 첫걸음을 응원한다






2024년 1월 8일.

새롭게 개축한 지석관에서 거행된 

심석고등학교 졸업식.


2학년 때 '고전읽기' 수업을 통해 만났던 

문과 어린 벗들이 

졸업하는 자리였다.


학교를 떠나

대학과 사회의 각박한 물결 속으로 휩쓸려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졸업생 어린 벗들에게 

학교의 선생으로서 그리고 인문학을 가르쳤던

인생의 선배로서 무언가 의미있는 말들을 전하고 싶었다.


유구무언.

길고 지루한 축사보다는 

한 편의 시에 내 마음을 집약해서 읽어주고 싶었다.


조금이나마 

그대들을 아끼는 내 마음이 어린 벗들의 마음 속으로 걸어들어 가기를 바라며

정성껏 떨리는 목소리로 낭송했다.


나의 어린 벗들아.

온통 효용과 쓸모있음을 기준으로 

존엄한 인간의 가치를 재단하는 이 몹쓸 세상에서

그대들만의 리듬과 걸음으로 뚜벅뚜벅 

한 걸음 한 걸음 정성껏 내딛으며 살아가기를~~


아모르 파티(Amor Fati)~~!




매거진의 이전글 같잖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