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의 교실에서 쓴 시
주위 어디를 둘러봐도
같지 않은 표정
같지 않은 얼굴인데
눈을 내리깔고
근엄하게 폼 잡으며
'같지 않다’고 말하는
입들은 불쌍하다
사회는 불행하다
내가 걸으면 쉬던 너도 걷고
내가 달리면 걷던 너도 달리고
네가 가야 한다면 나도 가야지
네가 사야 한다면 나도 사야지
같지 않은 자들을
같게 만드려는
모욕의 말
음흉한 혀
땅의 입구로 들어가
지하철을 타
보라
표정없는 얼굴 모두가
살포시 고개를 구부린 채 거울인 듯
손 위의 무언가를 뚫어지게 쳐다 보는
똑같은 세계가
환하게 펼쳐질 것이다
- 계간 시인정신 2020년 겨울호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는 말은 상식적이다.
‘틀림’이 아니라는 말은 결코 그 무엇도 ‘그름’이 아니라는 말이다.
문학은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이야기하는 장르가 아니다.
교육 역시 무엇이 맞고 틀리다를 말해서는 안 된다.
한 가지의 정답만을 강요해 온 역사가
인간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어 왔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 다른 삶들이 어떻게 개별의 무늬를 새기며
자신의 세계에 다다를 수 있느냐를
문학과 교육은 이야기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문학교사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