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창훈 Jan 24. 2023

기적에 관하여

교실에서 쓴 삶과 열망의 시

기적에 관하여

                                           -이창훈




기적을 바라십니까?


바라고 바란다면

무엇으로부터의 기대는 하지 마십시오


바라고 바란다면

누군가의 재림을 통한 구원을 바라진 마십시오


이 황사 부는 사막에서

정녕 바라고 바란다면 함부로

어딘가에 있을 오아시스를 꿈꾸진 마십시오


이 이기적인 세상에서

이기적인 욕망을 사랑으로 포장하진 마십시오

그런 사랑의 오아시스는 단지 외로운 섬일 뿐입니다


이 이기적인 세상에서

정말 이기적으로 믿을 수 있는 건

오로지 당신의 손과 발

그 손과 발을 움직이십시오


이 이기적인 세상에서

정말로 믿고 믿을 수 있는 건

오로지 당신의 뜨거운 가슴

가슴 뛰는 순간 순간을 사십시오


기적을 바라십니까

이 이기적인 세상에서

정말 기적적으로 믿을 수 있는 건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아닌

오로지 온전히 당신 자신 뿐


자기 자신의 손과 발

그 더운 가슴을 믿으십시오

그 믿음이 뚜벅뚜벅 걷는 길 위로

기적은 오랜 세월을 지나 더디게 옵니다



--'기적은 오랜 세월을 지나 더디게 옵니다', Pixabay 무료이미지--





꿈을 묻고 답하는 문학 시간, 나의 친애하는 어린 벗들에게 말하곤 합니다.

꿈을 품고 있다면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노력을 지금 이 순간부터 해야 한다고.

정말 좋아해 하지 않고서는 미칠 것만 같은데 어찌 그 일을 뒤로 미룰 수 있느냐고.


꿈은 어쩌면 '꾸는 것'이 아니라 '파는 것'이라고.

꿈을 꾸는 자가 아니라 꿈을 파는 자들의 거칠고 굵은 손과 발. 

꿈은 바로 거기에서 조금씩 샘처럼 솟아난다고.


꿈을 소중히 품어 뛰는 가슴 안고

거칠어져 가는 손과 발과 꿈을 파고 또 팠을 때

기적은 비로소 오랜 세월을 다해 너(당신)에게 더디게 올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 앞에 서면 낯부끄러움 타는 제가, 어쩔 수 없이 

   졸업식날 학교를 떠나는 많은 어린 벗들에게 '축시'라는 이름으로 시를 낭송한 적이 몇 차례 있었습니다.

   3년 전 즈음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이 시를 읽으며 

   어린 벗들이 기적을 이루기를 기원했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인은 결국 시인이 아니라는 걸 시인하는 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