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리어가드너 May 18. 2024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진로에 대한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시리즈

당신 스스로에게 당신이 되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이 되도록 허락한다면
당신의 인생은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 에밀리 와프닉의 <모든 것이 되는 법> 중 -     



신의 직장, 신이 떠나다    

 

직업(職業)의 사전적 의미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 종사하는 일'이라 한다. 직은 타이틀이자 명칭이고, 업은 자신이 이뤄나가려는 일이다. 세상에 태어나 자신의 업(業, 라틴어-mission)을 이루어 가는 데에 여러 가지 길이 있으며, 결국 삶이란 주업(본캐), 부업(부캐) 등 결국 자신의 업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거나, 관심 분야가 아예 없던가, 대부분은 스페셜 리스트가 되지 못한 자신을 답답해하기도 한다.     


우리는 한눈팔지 않고 오직 한 우물만 파라고 가르치는 세상에서 우리의 열정을 부을 곳을 찾아다닌다. 보통 하나의 직업인으로 1만 시간을 투자할 각오와 오롯이 하나에 집중과 끈기만을 강요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남들 다 하니까 나도 한 번 하는 식의 얕은 수준의 지식과 실력만 쌓다 보면 정작 자신의 정체성을 잃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보다 넓은 범위 안에서 자신만의 남다른 스페셜 리스트가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이다.            


당신은 이미 완벽한 사람입니다     


과거 생활통지표상 '다재다능(多才多能)', '팔망미인(八方美人)'이라는 칭찬에 쓰이던 단어가 요즘은 멀티태스킹(multi-tasking, 다중처리능력)이란 단어로 채용공고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인문학의 '고생 총량의 법칙'에서는 젊어서 고생 안 하면 늙어서 고생하기 때문에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오늘날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은 직무 멀티태스킹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 노력,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때 한 우물만 파는 것이 정답이라고 믿고, 매 순간 열심히 최선을 다했던 시절에서 지금은 한 우물만 파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세상, '한눈(딴짓)'이 각광받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2024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육각형 인간'이 떠오르고 있다. 육각형 인간 이란 '외모, 성격, 학력, 직업, 자산' 여섯 개 축의 육각형 그래프에서 6가지 모든 기준이 꽉 채워진 형태로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형 인간을 뜻하는 신조어다. 우리가 육각형 인간을 부러워하는 궁극적 이유로 '행복'을 전제로 한다. 완벽을 지향하는 사회적 압박을 견뎌야 하는 활력이자 절망적인 욕망이라는 모순성도 담고 있다.


“요즘 너무 많은 지식과 정보가 흘러넘친다. 그러한 정보가 기회와 지혜를 충만하게 제공해 줄 것 같지만, 오히려 혼란스러움만 부추긴다. 이런 혼란과 혼돈 속에서는 오히려 내 안에 정답이 있다. 
지금까지 보고 듣고 배우고 익혔던 모든 인식과 업을 내려놓고, 내면의 울림에서 맑고 청량한 나를 만나야 한다. 우리는 충분히 알고 있고, 충분히 준비된 사람이며, 충분히 완벽한 사람이다.”  
                                                     - 지범 스님의 도서 <당신은 이미 완벽한 사람입니다> 중 -   



한눈(딴짓) 파는 힘     


최근 SNS를 중심으로 개인화된 다매체 사회를 사는 현대인에게 온라인상 보이는 모습과 오프라인에서 보이고 싶은 자신의 정체성을 선택하는 현대인들의 삶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직업정체성을 넘어서 이제 자신의 취미와 취향을 통해 스스로를 규정하고 표현하는데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낮에는 직장인으로 저녁과 주말에는 개인적 취미를 활용한 다양한 'N잡러'(신조어, 복수'N'+직업'job'+사람'~(러)er')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하는 누구'라는 표현에서 '누구'라는 직업정체성보다 오히려 앞의 수식어인 '~하는'이 더 중요해지는 다중정체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      


어설픈 N잡은 N개의 스트레스만 유발하며 N잡을 하나로 관통시킬 굵직한 핵심 역량을 찾지 못하면 반쪽짜리 N잡러의 비애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하지만 높은 물가 탓에 가구의 소득보다 소비가 더 크게 늘어난 원인으로 직장인 10명 가운데 7명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부업에 뛰어든 '어쩔 수 없이 N잡러'가 된 이들도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취업자 중 부업을 겸하는 N잡러 규모는 2%에 육박하며, 부업을 한 적이 있는 취업자는 55만 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렇듯 급변하는 사회 · 경제적 상황, 코로나19와 같은 특수한 환경적 상황 등은 각 개인의 진로 발달에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져 누구나 비자발적 직업전환을 해야만 하는 상황, 자발적 이직을 선택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김민영 작가는 그의 저서 <한눈파는 시간의 힘>에서 경제적 안정보다 배움과 성취감을 주는 일, 남에게 보이는 것보다 내면의 만족감을 주는 일에 한눈을 팔다 보니, 녹록지 않다고 여겨지던 세상살이가 즐겁고 재미있는 일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로 인해 예상치 못 했던 기회들도 찾아왔으며, 이제는 한 우물만 파는 것보다는 크고 작은 다양한 우물을 마음껏 파는 것이 오히려 인생에 더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을 알게 되었다고도 강조한다.          


 

여러 곳을 파야 하나라도 꽂힌다     


자신의 능력을 대변하는 '부캐'가 스펙인 시대이다. 남들이 가는 길만 따라가다 선택당하는 것이 본캐라면 내가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 부캐인 것이다. 물론 '이런 현상이 바람직한 것인가'를 질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전문 영역, 즉 강점을 개발하는 것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지만 새로운 환경변화에 적합한 핵심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요구된다. 최근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대졸 청년층의 잦은 이직이나 조기 퇴사에 관한 조사 결과를 보면, 나 자신에 보다 집중하여 자아실현을 추구하고 무조건 연봉이 높다고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적성이나 성취감 등을 보다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많은 관심사와 창의적인 활동 분야를 폭넓게 아우르는 사람을 다능인(multipotentialite)이라 한다. 전문가들이 단일 분야에서 뛰어난 데 반해 다능인들은 영역들을 혼합하고 그 교차점에서 작업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분야들 간의 관계성에 대해 더 깊은 수준의 지식을 성취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만의 전문성이다. (중략) 
원하는 대로, 몇 년에 한 번씩 모델을 바꾸어도 좋으며, 혼합해도 좋다. 모두 다 괜찮다. 이 직업 모델들을 당신에게 엄격히 적용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단순히 구조와 시작점을 제공해서 당신이 자신의 많은 면을 이해하고 그것들을 만족스러운 직업과 인생으로 해석해 내는 방법을 개념화할 수 있게 하고자 함이다.”             - 에밀리 와프닉의 <모든 것이 되는 법> 중 -   



당신은 몇 명인가요?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는 고대 그리스 연극배우가 쓰는 가면(Persona)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상황에 맞춰 여러 가면을 바꿔 쓰듯 다양한 외적 인격을 갖는 다중적 자아를 말한다. 심리학자 구스타프 융이 이 단어를 심리학 용어로 사용하면서 '인간은 천 개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어서 상황에 따라 적절한 페르소나를 바꾸어 쓰면서 삶을 살아간다'라고 했다. 몇 년 전부터 방송가에서 개성 강한 '부캐'들이 등장하면서 '본캐'만이 아닌 다양한 '부캐'를 갖는 것이 그 삶을 훨씬 더 풍요롭게 해 준다는 걸 생각해 보면 멀티 페르소나는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 면이 있다. 반면 '자신과 맞지 않는 가면을 썼을 때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심리적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견해에 따라 정체성의 기반은 매우 불안정해지는 역기능적인 의미를 갖기도 한다.     

우리는 왜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만드는 걸까?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일상을 살아가는 지친 현대인에게 하나의 탈출구이자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알아갈 수 있는 과정이다. 또한 상황과 기분에 따라 페르소나를 바꾸는 행위를 통한 하나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기능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부가적인 시간을 활용한 활동의 반응의 성공유무에 따라 부캐와 본캐가 바뀌기도 한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능동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페르소나를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조금만 더'의 행복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우리가 가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즐기는 것이 우리를 풍요롭게 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행복해지기 위해 지금보다 훨씬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그저 조금만 더 많으면 되며, 완벽함은 좋음의 적이라고도 했다. 마치 행복에 대해 너무 열심히 생각하면 행복이 사라지는 것처럼.     


100세 시대를 넘어, 지금의 MZ세대는 120세까지 평균수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디지털노마드, 뉴 노말, 긱 이코노미라는 말이 대두되는 시대, N잡은 어쩌면 생존전략일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일 것이다. 더욱이 피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적응해야 하는 과정은 더욱더 자신의 내적 갈등 속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전 생애 진로 선택과 직업의 가치성, 직업 적응 등을 삶 전반적으로 광범위한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주어진 환경에서 '그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따른 자신의 삶의 태도와 심리적 상태에 따라 긍정적으로 적응해 나갈 수 있는 힘, 자신의 만족과 삶의 가치는 달라질 것이다.      


자신만의 남다른 스페셜 리스트로서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본캐와 부캐의 균형점을 찾고, '조금만 더 행복한 삶'을 위해 딱 한 번뿐인 삶을 즐기시길 응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억이 기적을 만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