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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가드너 Mar 31. 2024

첨삭받고, 체하지 않기

'다시 또다시 취준생이 되다' 시리즈

자기소개서는 글빨일까?, 운빨일까요즘은 챗GPT?”     


자주 듣는 질문이다. 


2014년부터 대학교에서 진로 및 취업상담을 시작한 이후로 자기소개서 작성법(기본구성법, 대기업별, 역량기반, 합격사례기반) 강의만 100번 가까이했다. 하루에 5명에서 많게는 7명의 50장(A4) 정도의 자기소개서를 토하기 직전까지 첨삭(添削)했고,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설득시켰다. 외부 서류 심사까지 대략 1년에 10,000장 넘는 자기소개서를 첨삭해 온 셈이다. 가끔 공복 상태로 방문하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한정된 상담 시간, 첨삭의 속도에 생각이 따라가지 못할까 불안한 마음인 취준 지옥의 삶. 익숙하지만 헛헛하고 참 공허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자기소개서 첨삭은 안데르스 에릭슨의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 '얼마나 오래’가 아니라 ‘얼마나 올바른 방법'인지가 중요하다는 말처럼 남의 경험에 10년 가까이 축적된 지식만 더하면 되는 행위라 생각한다. 


자소서 첫 줄, ‘호구조사서’ 작성하던 시대부터 한 끗 차이 ‘자소설’로 개성이 강조된 시대를 거쳐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힘(역량)의 강요받는 시대 그리고 챗GPT가 쓴 자소서를 잡아내는 ‘GPT킬러'가 등장한 시대까지 그렇게 10년을 '자소서 중독자'처럼 살고 있다. 많은 양의 활자를 단시간에 집중하고 분석하는 습관에 온몸의 감각들이 극도로 예민하고 긴장 상태에 있던 어느 날. 상담받던 학생으로부터 고맙고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선생님브런치에 글을 올려 보시는 건 어때요?”     


솔직히, 상담과 강의로 피곤한 상태이고 고도의 정신 활동을 감수할 만큼의 여유가 없다는 핑계를 댔다. 좀 더 솔직히. 글쓰기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는 엄살까지 떨었다. 더해서 꼰대와 2000년대생 사이에서 방황하는 세상 보통 어른인 지금, 내 안에 파랑새를 부추겨 살아온 시간만큼 축적된 글감을 찾아 끄집어내고, 글쓰기에 요구되는 복합적 능력을 배우고자 머리띠 메고 주먹 불끈하기에 나이가 허들인 현실에 빠른 수긍을 했다.

     



독서 이외에는 할 일이 없었고 아무 데도 갈 곳이 없었다그리고 당시 내 주위엔 존경할 만한 것도마음이 끌리는 것도 없었다게다가 나는 우울함에 사로잡히곤 했다.”- 도스토엡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 중 -     


사람은 나이가 한 살씩 들어갈수록 자신이 진심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점점 알 수 없게 된다고, 그래서 더욱더 미친 듯이 찾아 헤맨다고들 한다. 극무기력 할 때 도장 깨기 하듯 책을 읽기 시작했고 물음이 있는 곳으로 가다 보니 나만의 틈새가 보였다. 그리고 시작할 때는 누구도 알지 못하고 써가며 알게 되고 알아서 쓰는 게 아니라 모르니까 쓴다는 강원국 작가의 말에 힘입어 가볍고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만의 내 얘기를 하려고 한다. 누구나 처음은 막막하고 고통스럽다는 위로와 계획은 세우는 데 의의가 있고,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을 때 잊히지 않는다는 말로 앞으로 닥쳐올 상황에 크게 당황하지 않을 각오까지 더하면서. (유난+호들갑)  


상담심리학에 ‘로젠탈 효과(Rosenthal Effect)’와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s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하여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취업준비생에 대한 직업상담사의 태도, 신념, 기대가 그들이 원하는 방향의 긍정적인 결과에 영향을 미치듯, 앞으로 브런치에서 읽느라 고생하는 당신의 기대와 관심에 언젠가 좋은 글로 보답할 수 있길.      


이 글을 쓰는 오늘도 작은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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