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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가드너 May 03. 2024

기억이 기적을 만들다

진로에 대한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시리즈

기억을 잊고 기억을 잇다


"외무고시 볼 때 전신 타투가 문제 될까요?"     

"이게 한 번이 어렵지 한번 하면 계속하고 싶고 안 하면 허전하고, 타투를 하면서 느껴지는 만족감이 좋았어요. 하나를 끝냈을 때의 성취감이랄까. 타투하면서 친한 친구도 생겼고, 저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 무덥던 여름, 긴팔 셔츠에 목 끝까지 단추를 채운 남학생과의 취업 상담에서. -


'타투는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기억의 한 조각이자 다정한 무관심'이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어린 시절, 원하지 않은 조기 유학으로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고, 머리 좋은 형을 둔 동생으로 모든 순간이 실전이었으며, '형처럼'이 아니라 '나답게' 사는 무식하고 유일한 방법이 타투였다고.      


'빠른 선택과 바른 선택 사이'의 고민으로 당당하던 포부는 사라지고, 평균의 삶의 무게에 허무함과 우울감은 커진다. 어떠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믿음에서 내재적 동기가 타투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들을 오래 기억하고자 몸에 새기는 행위를 통해 자기애와 성취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시대적 흐름 속에서 '혐오스러움'이나 '거부감'의 상징이 아닌 오늘날 타투는 외상 흉터를 덮기 위함도 있고 패션 아이템이자 개인에게 중요한 상징적 의미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취업이나 결혼에서 발목 잡는 무분별한 타투는 미(美)가 아닌 지우고 싶은 상처일 수밖에 없다. 당당하거나 후회하거나.   


                                                                            @ pixabay



감정 기억의 힘


삶이 쉽기를 바라지 말고, 자신이 더 강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라. 당신이 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이 주어지기를 바라지 말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를 바라라. 그렇게 되면 당신이 하는 일이 기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바로 기적이 될 것이다. - Phillips Brooks -


살아가면서 누구나 마음에 걸리는 감정이 있다. 어떤 사람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 어떤 사람은 열등감, 어떤 사람은 경쟁심 혹은 외로움 등으로 힘들어한다. 보통 기억은 의미와 함께 저장이 된다. 어떤 사건이나 사실만 기억에 남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때 느낀 감정과 의미, 해석이 함께 저장되는 것이다. 어떤 사건을 떠올릴 때 고통스러운 이유는 과거의 사실 때문에 고통스럽다기보다 상실의 감정 때문이고, 사건을 해석한 의미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잊었다고 생각할 즈음마다 지난 간 고통의 기억이 다시 되살아나 우리를 괴롭히곤 한다. '잊다'는 '더 이상 그것을 기억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순간 그 기억을 다시 떠오르게 하는 모순이 있다. 잊어지지 않는 것, 가끔 그 힘든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라지는 기억도 잊을 수 있는 경험도 없다.      


도서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시간세탁소>는 세탁소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세탁소 주인이 각자의 사연을 가진 손님들의 아픈 기억과 부정적 감정을 씻어주고 새로운 기분을 입혀준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주인에게 세탁물에 얽힌 사연을 풀어내며 마음속 깊이 묻어둔 자신의 감정과 직면하고 두려움, 실망, 상실감, 자책 등을 조금씩 씻어내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나쁜 기억'을 지워나가는 마법 역시 바로 '지금'에 있다고 말한다.     





 

좋은 감정이 동반된 기억이 고통 속에서 인간을 다시 회복시켜 준다는 말이 있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우리의 과거를 진지하게 대면하자. 지금의 행동과 생각을 재해석해가다 보면 과거의 나쁜 기억은 더 이상 나쁜 기억이 아닐 수 있게 된다. 과거에 사로잡혀 자신을 괴롭히기보다는 자신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그러다 보면 과거로부터 좀 더 자유로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마치 기억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적응하는 것처럼.   

  

김경집 작가는 그의 저서 <삶이 내게 잘 지내냐고 물었다>에서 "따뜻한 한 끼에도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는 것만 기억한다면기적은 우리에게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단 살아내는 마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의 삶'에 충실한 것, 오늘 하루를 이어 가는 것이 기적을 만들지도 모른다.      


당신과 함께한 누군가의 기억이, 그들 인생의 기적이 되길 뜨겁게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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