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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령 Jan 17. 2024

Chapter04. 잡다한 이야기

집이 잘못한 거라니까

혼자 있는 집은 어마무시한 마력을 가졌다. 나의 의지를 꺾어버리는 마력.

분명히 집에 가면서 이런 생각들을 했다.

'집에 가서, 씻고, 밥을 해 먹고, 업무에 필요한 공부를 하고, 영화를 보면서 빨래를 개야지.'

분명히 했다. 진짜로.

그러나 집에만 가면 그런 의지를 가졌던 나는 사라지고, 침대 위에 눕는다.

누우면 어떻게 되냐고?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순식간에 무거워진 눈꺼풀을 내리고 잠에 들지.

그렇게 매일 반복하면서도 집에 가면 눕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은 대문을 닫는 순간 오간데 없이 사라져서 어느 순간 드러누워있는 나를 발견한다. 참나, 밖에서는 지칠 대로 지칠 때까지 돌아다니고 뭔가를 해내는 힘을 가졌는데도 집은 나를 눕히고야 만다.

그러니까 집이 잘못이다.

찬공기와는 다르게 너무 푹신하고 따뜻한 침대가 잘못이다.

내가 그날 연락을 못 받은 것도, 네가 화가 난 것도,

집이 잘못한 거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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