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부제: 8월의 크리스마스)
'날씨가 제법 덥네'라는 생각이 들면 나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는다.
내가 여름부터 캐럴의 마법에 자진해서 빠져드는 이유는 아마 겨울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태 겨울의 로망들을 나열해 놓고 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싶겠지만 나는 겨울이 아주 싫다.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겨울의 추위가 너-무 싫다. 내게 겨울이라는 계절은 너무나도 싫지만 그래도 겪어야 하는 어린 시절 구구단 같은 존재다.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방어기제가 있다.(방어기제; 받아들일 수 없는 잠재적 불안의 위협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실제적인 욕망을 무의식적으로 조절하거나 왜곡하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사용하는 심리학적 메커니즘) 난 캐럴에 담긴 겨울의 따뜻함을 방어기제 삼아 스스로 '거봐, 네가 싫어하는 저것에도 분명한 행복이 있어' 하는 최면을 걸고 있는 것이다. 약간 소름 돋는 자기 방어지만, 어른이 되면서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들을 마주할 때마다 같은 방법을 쓴다. -좋은 점을 극대화하여 보기- 알고 싶지 않은 것이라도 공부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도 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사이, 싫은 것 속에서 예쁜 것을 꺼내어 내는 능력이 자라난 것이다. 그것 참 씁쓸한 일이지만 생존 법칙에 따른다면 이런 긍정적 성격은 생명 연장에 도움이 되니 나의 유전자는 오래 남지 않겠나 하하-(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그러니 더운 여름부터 쌓아 올린 낭만으로 겨울을 견뎌내는 나처럼, 희미한 반짝임에 초점을 고정하고 주변의 어둠을 외면하는 것도 그 순간을 건강히 견뎌내기 위해 필요할 때가 있다. 누군가 나와 같은 방법으로 겨울을 무사히 이겨내고 봄을 맞이하였다면, 잘 지나온 자신을 아낌없이 토닥여주길 바란다. 메리-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