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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말, 하나의 진실

언어의 전장

by 영업의신조이

옥돌



새벽 이슬이

바람에 흩날리면

아침의 향기가 꽃을 깨운다


벌과 나비는

그 향기에 취해

짧은 생을 부딪는다


하루를 만들어내는

그 향기가

한없이 부럽기만 했다


나는 향기가 없다

아무리 오라 손짓해도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늦은 가을 오후

비가 한 줄기 지나가고

이른 겨울의 입구에서

서리가 매몰차게 내렸다


꽃잎은 떨어지고

매혹적이던 향기는 사라졌다

남은 것은

조용한 자리 하나


까치가 날아와

나를 집어 든다

그러다 어딘가 떨어져

눈 속에 파묻힌다


얼마나 흘렀을까

오래된 침묵이

내 몸을 덮는다

차가운 품인데

이상하게 따뜻하다


어린아이가 와서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들어 올린다

아이는 뛰어가

엄마에게 나를 내민다

“엄마, 엄마— 내 선물이야.”


그 손끝의 온기 속에서

나는 다시 빛을 발한다


나는 다만

내 안의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봄의 향기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누가 보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나로서 그 자리를

끝내 지키고 있었다


마음에 빛을 끌어안고서


진정한 아름다움은

남의 눈이 아니라

스스로의 고요에서 피어난다


옥은 스스로 빛나니

다른 향기를 꿈꾸지 않는다


그 빛은 향기가 아니라

시간이 닦아준 마음

세상의 손끝이 닿지 않아

더 투명해진

하나의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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