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전장
지혜야, 나를 부르는 이여
지혜야, 지혜야
나는 아침 햇살을
내 창으로 불러들였다고 믿었다
내 입술에서 흘러나온 말이
세상의 첫 노래인 줄 알았다
경험을 글로 묶으며
가을 찬 바람의 방향도
내가 정한 것이라 여겼고
상처를 악보로 옮기며
별빛이 그 음에 맞추어
내 가슴 안에서 떨린다고 생각했다
감정이 일어설 때마다
강물은 나를 따라 흐르고
생각이 피어날 때마다
꽃들은 내 이름 위에
향기를 얹는 줄 알았다
그러나 저녁이 오면
나보다 먼저 길어지는 그림자가
아무 말 없이
고요히
내 발에 닿았다
빛은 언제나
그림자의 품을 떠나지 않았고
씨앗은 깊은 흙 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감춘 채
뿌리는 어둠을 끌어안고
꽃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나는 그 꽃잎 앞에서
잠시 멈추어 섰다
저무는 하늘 아래
길게 드리운 나의 그늘이
조용히 나를 감싸 안았다
그 순간
바람 하나 지나가고
저녁별빛 하나
젖은 눈가에 오래 머물렀다
어둠은 말이 없었고
빛은 소리 없이 피어났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