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전장
나를 끌어안다
사다리 중간에
오래 서 있습니다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한 채
구름이 스민 공기에
잠시 피부를 내어 놓고
아무 일 없는 얼굴로
가려움을 달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다리의 근육은 다시 지느러미가 되어
두려움보다 먼저
깊은 곳으로 내려갑니다
바닥에 쌓인
작고 하얀 뼛가루들을
피하지 않고
따스하게 끌어안습니다
그곳에서
풀려난 백색 잉어들과
나선의 물결 속을 돌며
가끔 볼을 스치고
이유 없이 웃다가
또 이유 없이 웁니다
이 길이 맞는지
묻고 또 묻는 사이
시간은 이미
늦은 아침이었고
거울 속
조금은 낯설고
조금은 단단해진 눈빛이
먼저 나를 깨웁니다
그리고 오늘
오래 기다려온 바닥의 나를
비로소 끌어안습니다
이번에 여러 작가님들과 함께 Magic Mirror 매거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Magic Mirror 매거진:
https://brunch.co.kr/magazine/magicmirror
Jasviah 작가님의 작품 『범고래』를 읽고 깊이 울림을 받아 남겼던 댓글을, 작은 시의 형태로 다시 다듬어 보았습니다.
https://brunch.co.kr/@jasviah/174
이 프로젝트에 함께할 수 있게 되어 진심으로 영광이며,
좋은 작품들 속에서 나란히 호흡할 수 있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