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길어져서 거울 앞에 섰더니
번들한 범고래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네
싱크홀이 태어난 우물의 태고 속으로 들어가니
잡아먹은 뼈가 산처럼 쌓인 와중에
계곡같이 맑은 물속을 신나게 헤엄쳤어
사다리를 타고 서둘러 도망치려 했는데
지느러미 꼬리로 어떻게 걸어오는 거지?
웃지 마, 웃지 마
따라오지 마
세상에 나와버린 너는 피부가 가렵다 했어
약 살 돈을 벌러 나간 네 얼굴이 순해졌네
이제 다른 고기를 먹여줄게
달콤한 건 더 많아 꺾어버린 건 잊어버리자
우물엔 백색 잉어를 풀어놔 볼까 봐
비늘이 상하기 전엔 은빛으로 빛날 거야
이제 다른 걸 키워도 되겠지?
[시에 대한 이모저모]
범고래는 영리하고 잔혹하기로 유명하죠.
내면 깊숙이 들여다보면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을 마주해야 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꺼내버렸는데, 과연 잘한 것일지는 모르겠네요.
그리고..하얀 잉어들은 어떻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