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 일단 해 봐-우동]
괜한 오기.
어째서 우동은 ‘메인’이 아닐까요.
우동 맛집을 검색하면 돈가스가 주인공이고 우동은 사이드 메뉴 취급.
우동을 주로 하는 주인장을 만나고 싶었어요.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이고 싶듯이
우동도 주인공이 돼야해요.
고속도로 휴게소 간단 음식 말고,
라면 없어 우동이 아니라,
정당하게 대우해주는 식당을 찾고 싶었어요.
나에게도 정당한 대우를 해주는 해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죠.
1월 2일 일요일.
인터뷰 후 우동집을 찾아보았죠.
만만치 않음을 느꼈어요.
어렵사리 찾아간 집은 코로나로 텅 빈 공간으로 남아 있더군요.
괜스레 굳게 닫힌 문을 잡고 열어보았어요.
괜한 상상을 해보았어요.
‘탱글탱글한 우동이 저기에 있었다.’
평상시 먹고 싶은 음식 순위에 들지도 못한 우동에 대한 호감.
갑작스런 집착이 생겼어요.
반드시 ‘우동’의 이름이 붙은 가게를 가겠다.
1월 20일, 성큼성큼 회사를 나섰어요.
하얀 바탕에 건조하게 ‘우동’이라고 적은 가게 앞에 당도하니 안도의 한숨.
사실 우동 맛은 몰라요.
어떻게 만드는 지도 알지 못해요.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건,
온전한 집중.
혼자 먹는 즐거움은
온전히 음식에 집중해줄 수 있어요.
두 사람만 돼도,
음식 평가를 하다가도 결국 다른 대화를 하게 되잖아요.
혼자 찾아간 만큼 우동에 대한 존중을 격하게 하고 싶었죠.
다른 생각에 빠지지 않고 오직 내 앞의 작은 그릇에 담긴
우동에 집중했습니다.
꼭꼭 씹어 먹고, 국물도 천천히 먹었는데
다 먹기까지 15분도 채 되지 않더군요.
피식 웃음이 나왔어요.
호감을 넘어 집착이 된 우동을 만났는데
너무 허무하게 끝났달까
존중과 집착과 허무 사이에서
마스크 사이로 뿌연 입김이 올라왔어요.
집에 도착하기 몇 분 전,
올해에는 이 감정들 사이에서 좌충우돌하길 바라는 마음이 커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