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연결될 수 있으리란 믿음
지난번 미용실에 갔을 때다. 모두가 봄의 도래를 알아챘을 5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면 한창 날씨 얘기밖에 없을 만큼 외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창가에 앉아 무릎 위에 얹어주신 쿠션에 팔을 올렸다. 열처리 기계가 파마약 잔뜩 칠한 내 머리에 뜨거운 열을 뿜었다. 옆에 앉은 손님들은 핸드폰으로 웹툰을 보거나 앞에 잡지를 읽으면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창밖을 보았다.
건너편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가 보였다. 눈을 좀 더 찌푸렸더니 그네를 타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저들은 건너편 건물 2층에 있는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모를 것이다. 동시에 나 역시 상상치도 못한 곳의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네를 타는 아이들을 보는 건너편 2층 미용실 창가에 자리한 나, 그런 나를 누가 보았으려나
신호를 기다리는 운전자가 이리저리 둘러보다 보았을 수도
서로를 보는 서로, 너를 보는 나를 보는 누군가를 보는 또 다른 누군가···.
이런 식이라면 어디가 끝일지, 우리나라는 반도니까 바다에 다다랐을 때쯤 끊길까
그 위를 날던 새가 더 먼 곳에 도달한다면 우린 언어가 달라도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끝은 지구가 되겠다. 아니다 주위를 맴도는 위성들이 우리를 우주와 이어 줄지도 모르겠다
우주엔 끝이 없다
만일 내가 창문 하나도 없는 어두컴컴한 방에 있기만 한다면 난 그 누구와도 닿을 수 없을 거란 사실에 점점 빛을 따라가게 된다. 더욱 슬픈 건 사람들 틈에 우뚝 서 있는데도 아무도 내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면 난 그들과, 하늘을 나는 새들과, 언어가 다른 이들과, 우주와 연결될 수 없는 투명 인간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