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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희 Feb 17. 2022

<Part1> 06. 느낌 아니까.

Today's recipe. 전복계란밥.

 

 2020년 03월 어느 날, 둘째 아이의 출산 예정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날을 다 채워서 나올 모양인지 예정일이 내일모렌데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친구의 말이 맞았다. 내게 남자 친구도 없던 시절, 벌써 둘째의 출산을 앞두고 있었던 친구에게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해맑게 말했다. "그래도 둘째라 덜 무섭겠다." 하지만 친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 고통을 알고 있어서 더 무서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나도 첫째 때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있었지만 정말 한 치 앞을 몰랐기에 설렘이 더 컸었다. 그런데 둘째는 임신 사실을 안 순간부터 무서웠다. 출산의 고통이란 실로 어마어마했다. 왜 뉴스에서 출산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는 산모의 이야기가 나오는지 알 것 같았다.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고통이었고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또 그 고통을 감내하면서 둘째는 낳으려는 이유는 같았다. 느낌 아니까.


산통의 터널을 지나 만나게 될 아이는 그 고통의 비할 수 없을 만큼의 행복을 가져다줬다. 출산 이후로도 내가 자고 싶을 때 잘 수 없고, 내가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없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지만 그렇게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을 만큼 아이는 예뻤다.  부모님들이 때 되면 결혼해라 해라 하는지, 결혼하면 애부터 낳아라 낳아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여자든 남자든 결혼을 하면 참 많은 변화들이 찾아온다. 사람들의 말대로 결혼은 현실이고 또  둘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더 어렵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그렇게 사네 마네  자식들이 있으면 또 참게 되고 웃게 된다. 그래서 결혼을 한 건 후회할지 몰라도 자식을 낳은 건 절대 후회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비혼 주의었던 나도 지금은 이렇게 말한다. 늦어도 괜찮으니 결혼은 꼭 하라고. 왜 냐고? 느낌 아니까.


육아는 체력전이다. 그리고 남편과 다투거나 시집 식구들의 눈치를 보는 데에도 엄청난 체력이 소모된다. 그러니 잘 먹고 원기를 보충해서 육아 전쟁도 사랑과 전쟁도 잘 치러내야 한다. 요즘은 저렴한 가격에 전복을 양껏 즐길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전복을 듬뿍 넣고 밥을 다. 부디 전쟁에서 승리하길 바라면서.


Today's recipe.

<전복계란밥>

1. 쌀  2컵을 잘 씻어서 체에 밭친 뒤 30분간 불리고 끓는 물 1L에 다시마(5 cmx5 cm) 2장을 넣고 10분간 더 끓인 뒤 건져낸다.

2. 손질한 전복에서 내장을 제거해 냄비에 담고 청주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을 넣은 뒤 참기름 1큰술을 둘러 같이 볶다가 불린 쌀을 넣고 쌀이 투명해질 때까지 볶는다.

3. 2에 다시마 우린 물을 쌀과 같은 양으로 넣고 강불에서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여 중불에서 5분, 약불에서 10분간 끓이고 손질한 전복을 넣고 약불에서 2분간 더 끓인 뒤 불을 끄고 10분간 뜸을 들인다.

4. 밥이 다 되면 전복을 꺼내서 주사위 크기로 자른 버터와 함께 팬에 올리고 노릇하게 구워준 뒤 슬라이스 한다. 취향에 따라 계란 2개도 스크램블 해서 준비한다.

5. 그릇에 밥을 담고 스크램블 한 계란 2개와 전복을 올리고 양조간장 3큰술, 국간장 2큰술, 설탕 2큰술, 액젓 1큰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참기름 1큰술, 청양고추 약간을 넣고 양념장을 만들어 곁들여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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