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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희 Mar 26. 2022

<Part 2> 03. 그냥 좋아하는 거 할래.

Today's recipe. 토마토 소시지 김치볶음밥.

 결혼을  부모님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하고 싶은 일하며 내 마음대로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어리석게도 결혼이 진정한 의미의 독립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 눈치를 봐야 할 사람은 두배로 많아지고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할 일들은 더 많아진다는 것을 말이.


사실 나는 나도 엄마처럼 살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요리는 하지 말라는 엄마에게 더 이상 떼쓰지 않았다.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아서 공부를 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공부를 하는 척했다. 하지만 하는 척만으로는 진짜 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1년간의 인턴생활을 치고 입사를 앞둔 시점에서 공기업을 그만뒀다. 그리고 요리와 푸드스타일링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 떠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우연히 당시 셰프였던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면서 나는 다시 한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고민을 하는 나를 보며 엄마는 차라리 시집을 가라며 만류했다. 딸이 요리를 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겠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는 않지 요리를 배우기 위해 먼 타지로 떠나겠다는 건 더 싫으셨던 것이다.  


결국 결혼을 선택하게 되면서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세상과는 또 다른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다. 신혼 때는 마냥 좋았다. 남편은 자상하고 나를 많이 응원해주었고 그렇게 하고 싶어 했던 푸드스타일링 공부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다 몇 차례의 유산과 난소 기능 저하증 진단을 받게 되면서 아이를 가지는 일은 나에게  무엇보다 간절하고 중요한 일이 되었. 우여곡절 끝에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아기 천사가 우리에게도 찾아왔고 그 무엇에 비할  없이 행복했지만 본격적인 결혼생활은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아이는 너무 사랑스러웠지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이 필요했다. 그리고 아이를 가지게 되면서 일을 하기가 어려워지자 남편은 시부모님께서 반 해주시고 은행에서 빌려서 산 아파트의 원금과 이자 그리고 아이의 양육에 필요한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시댁에 금전적인 도움을 요청했다. 내가 잘못한 건 아니었지만 그때부터 시댁에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시누이는 출장을 핑계로 자주 드나들며 능력도 없으면서 집은 사서 시부모님의 등골을 빼먹는다며  때리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그렇게 좋아하던 요리도 하기가 싫었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그저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은 잠시 미뤄두기로 내가 선택한 것이었지만 결혼을 하고 나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많지 않았다. 내가 뭘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누구 하나 궁금해하지 않았고 나는 중요하지 않았다. 자고 먹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일들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나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걸 하기로 했다. 지금 당장.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렇듯 나 또한 아기자기하고 예쁜 걸 좋아한다. 그래서 한 끼를 먹더라도 예쁘게 만들어서 먹으려고 노력한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은 김치볶음밥을 만들고 먹었지만 그때마다 나는 어떻게 하면 더 맛있고 예쁘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  쓸데없는 일을 사서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재미있는 놀이었고 잘할 수 있는 일이다.


Today's recipe.

<토마토 소시지 김치볶음밥>

1.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소시지를 넣고 볶다가 잘게 썬 신 김치 반 포기와 김치 국물 한 국자, 고춧가루 1큰술, 고추장 1큰술, 양조간장 1큰술을 넣어 함께 볶는다.

2. 1에 밥 한 공기를 넣고 모든 재료가 잘 섞이도록 조금 더 볶다가 방울토마토를 넣고 살짝만 더 볶아준다.

3. 불을 끄고 참기름 1큰술을 넣어 잘 섞어준 뒤 그릇에 담고 취향에 따라 스크램블 한 계란 또는 치즈를 뿌려 전자레인지에 1분 30초 정도 돌려 치즈가 녹으면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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