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타임>처럼 삶의 의미를 찾고 싶다면 이 글을 따라하세요!
예쁜 장면은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재생된다. 예를 들면 어바웃 타임의 결혼식 장면. 재밌게도 <어바웃 타임>은 명백히 따져봤을 때 레이첼 맥아담스가 연기하는 ‘메리’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지만 정작 중요한 서브 주인공 역할을 아버지 캐릭터에게 빼앗기고 만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레이첼 맥아담스로 기억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어바웃 타임> 속 그녀는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덕분에 영화 포스터로도 뽑혔다. 이 영화에서 빗속의 결혼식 장면은 전혀 중요한 장면이 아님에도 말이다.
<어바웃 타임>을 기억하는 수많은 분께는 모욕감을 드릴 수도 있겠지만(그도 그럴 게 어바웃 타임 관련 포스팅에는 이 장면 이야기가 꼭 들어간다), 난 여전히 이 결혼식 장면 이 영화에서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되려 묻고 싶다. 이 장면이 ‘예쁘다’라는 것 말고는 이 영화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갖냐고.
굳이 이 영화에서 이 장면의 의미를 만들어 낸다면, 되려 이 장면을 폄훼하는 것이서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영화에서 하고 싶은 말은 결국엔 “우리의 하루하루는 소중하다 .”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주인공 팀의 아버지는 행복을 위한 시간여행 방법으로 첫 번째, 일상을 그냥 살아볼 것. 두 번째, 다시 그 삶을 똑같이 살아보되 처음엔 볼 수 없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것을 말해준다. 이 과정을 통해 팀은 주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고, 가게 점원의 친절에 감사하게 되고, 못 봤던 건물의 아름다움을 보게 되고, 짜증 나던 출퇴근길을 즐기게 된다. 결국 하루하루를 여행이라 생각하고 찬찬히 들여다본다면, 그 하루들이 소중해 질 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마치 결혼식 장면처럼 거대하고 명징하게 예쁘게 남는 장면이 아니더라도, 모든 하루가 다 예쁘게 기억될 수 있다는 이야기. 하루하루를 느낀다면 그 아름다운 결혼식과 버금갈 만큼 매일이 멋진 하루라는 것이다. 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메시지를 주면서, 포스터를 다르게 해야 하는거 아닌가?
이래저래 포스터에 대한 불평불만을 이야기했지만 이 작품이 하고 싶은 말은 충분히 공감한다. 그리고 사실 내가 팀의 아버지는 아니지만 시간여행을 하는 방법도 알고 있다. 그것도 세계 곳곳에 매시 매분 매초 태어나는 아이들의 성별을 바꾸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시간 여행 방법.
그것은 바로 글쓰기다. 그중에서도 일기, 혹은 에세이 쓰기 말이다.
내가 들었던 글쓰기 수업 중 하나인 태재 작가의 “에세이 스탠드”에서는 ‘내 삶을 조명하는 것’이라는 이름 아래 하루 있었던 일들을 시간 단위로 적어보기라는 숙제를 준다. 놀랍게도 이 과정을 통하면 매일 똑같이 반복된다고만 생각했던 내 삶이, 특별한 거 없이 글쓰기 거리는커녕 점심시간 동료에게 말해도 못 들은 척 당할 내 일과 속에, 그래도 기억할만한 순간들이 한두 개씩 있었다. 나의 경우는 회사 열쇠 보관함이 안 열렸던 일, 구내식당 메뉴가 좋았던 일 등이 그랬다. 분명히 전날과 같이 ‘일을 했고’, ‘밥을 먹었다’는 같았지만 그 속에도 변화는 있었고 이 일들을 일기처럼 써 내려가자 각각의 일에 새로운 의미들이 부여되었다. 마치 팀이 시간여행을 하면서 같은 삶을 다시 살아보듯, 글쓰기 준비를 통해 하루를 반추하고, 또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그 안의 의미를 부여하게 되어 나는 의미있는 하루를 산 게 됐다.
그.러.니 본인의 하루가 하찮고 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된다면 짧게는 한시간, 길게는 세시간 간격으로 무얼 했는지를 기록해보자. 그러면 분명히 존재한다. 내 삶 속에 내가 놓친 즐거운 순간이, 이 영화의 결혼식 속 레이첼 맥아담스가 웃는 모습처럼 거대한 아름다움 말고, 작고 미세하지만 소소하고 소중하게 기억할만한 빛나는 순간들이. 누군가의 말처럼 죽고 싶은 이유는 명백하지만 살아야 하는 이유는 은밀히 있듯이, 우리가 바라보아야 하는 것은 늘 은밀하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