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모 Jan 17. 2023

잘 키운 아들, 열 딸 안 부럽다

엄마는 딸이 필요 없다고 했다

엄마는 형과 나 아빠 남자만 3명인 집에서 유일한 홍일점이었다. 기 세고 투박한 경상도 남자들과의 동거에 지쳤는지 틈만 나면 엄마는 딸 있는 집이 부럽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


나를 앞에 두고 그런 말을 서슴없이 하는 엄마가 서운했지만 우리 집안사람들이 가진 성향을 관찰할수록 엄마를 더 공감할 수 있었다.


아빠와 형은 표현에 서툴렀고 감성적인 이야기들을 낯간지러워했다. 이와 반대로 엄마는 감성적이고 누구보다 사랑을 나누고 표현하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엄마가 우리와 정서적인 교감을 원한다는 걸 인지한 후 난 매일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근황을 물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내가 가진 감정들을 이야기해 주고, 재미난 일화들이 생겨나면 엄마에게 일화를 풀어주었다.


가족끼리 놀러 갈 때도 나는 항상 엄마를 최우선으로 챙겼다. 우리 집안에서 엄마는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의식적으로 시작한 노력들이 지금은 내 습관이 되었지만.


하루는 엄마가 친구와 통화하는 걸 우연히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우리 집 막내가 딸 같은 아들이라 너무 좋아. 둘째가 없었으면 너무 심심했을 것 같아"


들뜬 목소리로 환하게 웃는 엄마의 모습은 다시 한번 나를 다정한 아들이 되도록 노력하게 만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