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선생의 일필휘지 Mar 27. 2024

그들이 내외야를 넘나드는 이유

최근 서울의 고척돔에서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엘에이 다저스가 성공적인 서울 시리즈가 펼쳤다.


야구계의 마이클 조던이라고 불리는 '몸 값 1조의 사나이'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유격수 김하성과 새롭게 미국에 진출한 고우석 선수 등이 함께하면서 MLB WORLD TOUR 서울 시리즈는 많은 야구팬들의 관심과 성원 속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서울 시리즈에 출전한 선수들 중에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선수는 무키 베츠 (LA다저스) 선수였다. 야구를 보는 관점에 따라 야구를 잘하는 선수를 규정하는 기준은 다 다르겠으나, 필자는 야수의 5가지 영역 (파워, 정확성, 주루, 수비, 송구)을 두루 갖춘 무키 베츠야말로 정말 야구를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의 공수주에서의 다재다능함은 본래의 포지션인 우익수를 비롯하여 2루수, 그리고 올 시즌부터는 유격수로 넓혀가며 '한 포지션으로 국한되지 않는 선수'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본래 LA다저스의 주전 유격수는 개빈 럭스 선수였다. 그는 촉망받는 유격수였으나 송구 불안의 문제를 꾸준히 노출한 끝에 2024년 시즌에는 무키 베츠에게 유격수 자리를 내어주고 2루수로 뛰게 되었다. 이런 탓에 필자는 금번 서울 시리즈에서 무키 베츠가 팀의 주전 유격수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에 가장 관심이 갔었다.


무키 베츠는 전문 유격수는 아니지만 한국 팀들과의 스페셜 매치와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 오프닝 시리즈에서 큰 문제없이 무난한 수비를 선보였다. 공격에서는 시리즈 첫 홈런을 기록하면서 필자의 기대를 완전히 충족하는 멋진 플레이를 펼쳤다.


메이저리그에서 내, 외야의 겸업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특히 메이저리그에서 유망주들은 최고의 무대에서 기회를 얻기 위해서 자신의 주 포지션과 함께 다른 포지션을 두루 경험하면서 최적의 자리를 찾기 위해서 도전하기도 한다. 또한 팀의 선수 구성에 따라 주 포지션의 자리를 내어주고 다른 포지션 수비를 맡으면서 경기 출장의 기회를 창출하는 기회로 활용되곤 한다.


이런 현상은 국내 프로야구서도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삼성의 김지찬 선수와 한화의 정은원 선수 등은 내야수를 보는 선수지만 올 시즌부터는 내야와 외야를 겸업하고 있으며 이들이 성공할 경우 국내 프로야구 무대에서도 내외야를 겸업하는 선수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왜 내-외야 겸업을 선택하는 것일까?


첫 번째,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기 위함이다. 

야수는 타격의 기회를 최대한 보장받아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데, 포지션이 하나로 국한 된다면 경기 상황이나 팀 전술 등에 의해 타격 기회를 받는 것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수비가 가능한 선수라면 경기 상황과 팀 전술에 맞게 유연하게 기용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선택을 받을 수 있고, 그렇기에 많은 선수들이 자신의 수비 포지션을 고집하기보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고자 한다.


두 번째,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함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내-외야를 겸업을 통해 더 많은 기회를 획득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다재다능함이 검증된다면 선수로서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된다. 그렇기에 저연차 선수들이나 자신의 가치를 올리고 싶은 선수들은 내-외야 겸업 도전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올리고자 노력한다. 


위에 언급한 내-외야 겸업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부분은 분명하지만, 야구에서 내-외야의 수비 포지션에서 각각의 역할과 타구가 날아오는 양상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에 쉽게 적응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내-외야 겸업을 시도하다가 다시 본래의 포지션으로 돌아오는 선수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냉정히 말해서 내-외야를 겸업하는 것은 각각의 포지션을 볼 수 있는 능력 이외에 완전히 다른 자질과 적성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외야 겸업을 하는 것은 선수들에게 큰 도전이다. 이런 큰 도전을 감행하면서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18년째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한 자리에 머물고자 했었던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로 삼기도 했다.


올 시즌에는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박효준 선수가 자신의 주 포지션인 내야수 이외에 외야수 겸업을 통해서 새로 입단한 팀에서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시범 경기에서의 활약 덕택에 메이저리그 로스터 합류가 기대되고 있는데, 박효준 선수의 각고의 노력이 더 빛나는 결실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스토리 1년을 맞이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