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눈치를 보지 않지?" (feat. 박문성)
요즘 대한민국 축구계는 외우내환으로 시끄럽습니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을 위시로 한 대한축구협회의 임원들이 원칙 없는 기준과 판단으로 대한민국 국민들과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공분을 샀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축구는 IMF로 어려움을 겪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통해 꿈과 희망을 가져다주면서 다시 한번 일어설 수 있는 열정과 에너지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대한민국 축구계는 많은 국민과 축구 팬들에게 허탈감과 상실감만 갖게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만약 국가대표 일부 선수들의 일탈에 의한 것이라면 상대적으로 가볍게 생각할 수 있으나 최근의 문제들은 대한축구협회의 리더들이 조직적으로 문제를 양산한 것이기 때문에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중대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자가 이것을 다른 이슈들보다 이번 사건을 무겁게 바라보는 이유는 이것이 비단 축구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행해지고 있는 악습과 관행의 단면을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2024년 9월 24일 국회에서는 대한축구협회 회장 및 임원을 대상으로 국정감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국정감사 청문회에서는 최근에 붉어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불공정성, 클린스만 감독 경질 및 계약문제 그리고 축구협회 운영 투명성 문제를 주제로 여야 정치인 할 것 없이 뜨겁고 날 선 질타가 계속되었습니다.
이곳에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한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은 "정몽규 회장의 대한축구협회 체제가 끝나야 한다"면서 정몽규 회장과 대한축구협회 임원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문제의식이 없고 공감 능력도 없다. 이를 풀어나갈 능력조차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 이후에 박문성 해설위원은 "왜 눈치를 보지 않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정몽규 회장은 재벌가의 자제로 태어나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았기 때문에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고 느꼈다고 말하면서, 축구장에서 많은 축구 팬들이 '정몽규 아웃'을 외쳐대도 그냥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그래서 어쩔 건데?'라는 식으로 축구팬들의 의견을 무시했다고 했습니다.
리더는 과정과 결과를 만들어내는 의사결정권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과정과 결과를 만들더라도 그건 리더와 구성원들의 영역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을 대하는 소비자(국민, 축구팬)들이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심지어 불만을 표출하게 된다면 이것은 심각한 문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눈치'라고 하면 단어의 어감상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일시적으로 빠른 판단을 하는 요행의 행위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눈치'는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서로의 관계를 부드럽고 유연하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FC서울에 입단한 영국인 축구스타 제시 린가드는 한국인의 정서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인의 비밀무기 - 눈치'라는 책을 읽었을까요?
지금 제가 리더들에게 요구하는 '눈치'는 소위 말해 '눈치 좀 갖고 살자!'라고 말하는 요행 차원의 눈치가 아닙니다. 자신의 생각과 방식으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그것이 소비자들에게 미칠 다양한 영향과 상황에 대해서 충분히 감안하고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고 만들어도 먹는 사람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최고의 음식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먹는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먹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과거 공급자가 우선권을 갖고 있던 시기에는 힘을 가진 소수의 공급자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을 다수의 소비자들이 수용할 수밖에 없는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소비자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만을 고수하는 리더와 조직에게 더 이상 관용을 베풀지 않습니다. 그것이 심지어 법과 상식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소비자들은 무관심 정도가 아니라 법적인 처벌까지도 요구하는 시대입니다.
따라서 리더는 자신의 구성원을 포함한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어만 하며, 그 근간으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눈치'를 갖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리더는 구성원들과 소비자를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리더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과 소비자의 행복을 위해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많은 리더들이 구성원과 소비자를 헤아릴 수 있는 '눈치'를 갖고 그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매진해 주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