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소에 조깅을 취미로 하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달리기 실력은 미천하지만 건강을 위해서 조금씩 꾸준히 달리고 있습니다. 조깅 이외에는 야구를 20년 이상 취미 활동으로 하고 있습니다. 나름에 운동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자부하지만 최근에는 제게는 다소 생소한 등산을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저의 장인께서는 평소에도 꾸준히 등산을 하시는 편이신데, 설악산 대청봉에 함께 오르지 않겠냐는 권유를 해주셔서 함께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사실 집안의 어른께서 해주시는 권유에 거부하기에도 애매하고, 그래도 운동하러 가는 것인데 한번 해보자는 취지로 흔쾌히(?) 대청봉 산행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가는 곳이기에 미리 알아보고 가자는 취지로 유튜브에서 '설악산 대청봉의 오색 코스'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그곳에서는 설악산 대청봉과 오색 코스를 '국내 3대 봉우리', '국내 5대 난코스' 등으로 표현하면서 저의 불안한 마음에 더욱 부채질을 해댔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가질 수 있었던 자신감의 원천은 '그래도 꾸준히 운동을 하던 사람인데', '그래도 체대 나온 사람인데..'라는 것 밖에는 없었습니다.
저희는 새벽 5시부터 헤드 랜턴을 켜고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해가 뜨기도 전에 산을 가본 것도 처음이지만 '국내 5대 난코스에 이렇게 아무 준비 없이 올라도 되는 것인가?'라는 불안함은 여전히 제 마음속에서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오색 코스는 정상인 대청봉까지 총 5km의 길을 걷는 산행 코스인데 그동안 해온 조깅의 영향인지 대청봉에 오르는 코스는 숨은 찼지만 충분히 해볼 만한 산행이었습니다. 물론 70세가 넘으신 장인어른께 비실비실한 사위라는 말씀을 듣지 않기 위해 정신력을 쥐어짜 낸 것도 성공적인 산행의 원천이 되었지만, 그것 이외에 저에게 힘을 준 것은 또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등산로에서 처음 마주친 분들이 해주신 '파이팅' 덕분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등산로에서 누군가와 마주치면 나름 젠틀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들이 지나가기 편하도록 길을 내어주는 것에 집중했는데, 의외로 그분들은 '안녕하세요~', '고생 많으십니다!', '힘내세요!', '파이팅!' 등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처음 접하는 K-등산문화에 등린이로써 놀랐지만, 9시간가량 진행되었던 산행 동안에 그 작은 격려 하나하나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아름다운 문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이미 K-등산문화에 익숙해진 외국인 등산객들도 '파이팅!'을 외쳐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서로를 격려해 주는 문화를 통해 우리는 각자의 산행을 하는 것이지만 함께 산행을 하고 있다는 동질감을 갖게 했습니다.
이렇듯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것은 어찌 보면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개인들에게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우치게 하는 좋은 요소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등산이라는 힘든 과정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했던 것처럼, 우리의 지치는 일상 속에서도 서로를 생각하고 그들과 나의 성공적인 인생을 위해서 격려와 응원의 말을 한마디 건넬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삶을 보다 인간적이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촉매제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이번 대청봉 산행을 통해서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