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도 결국 지나간다...
며칠 전 ARK 인베스트 CEO 캐시 우드는 미국이 이미 경제 침체에 접어들었다고 언급했다. 와튼 스쿨의 제레미 시겔 교수 또한 이미 미국은 침체의 한가운데 있다며 비슷한 주장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실업률이 4% 이하의 자연 실업률 범위 안에 들어와 있고, PMI는 50을 넘게 유지하고 있으며, 기업 실적 기대감 또한 여전히 높은 레벨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경제가 침체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다만, 침체를 단언하는 이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부분, 파월 의장이 공식 석상에서 경기 침체에 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한 상황을 보면, 관련 리스크의 확대를 심도 있게 고민할 가치는 있는 것 같다.
특히, 시장의 반응이 매파적 정책 기조와 가파른 금리 인상이 가져올 경제의 후폭풍에 따른 ‘침체 우려’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이미’ 침체기에 도래했다는 주장에 반응을 나타내는 상황은 경제가 침체기에 진입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게 보아야 한다. 대표적으로 국채금리를 보면 알 수 있는데, 미 10년 국채금리가 3.5%를 육박하다 3% 이하로 하락한 상황을 두고 유가 하락 및 인플레이션 완화 가능성의 반영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사실, 그보다는 채권시장의 침체 시그널 반영이라는 주장에 더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
<미국 국채 10년 물 금리 추이>
출처 : Investing.com
경기 침체, 경기 침체라는 정의는 시장의 전문가들이나, 참여자들의 몫이 아니다. 시장에서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침체’라는 단어의 무게상 참여자들 중 누군가 정의를 내릴 수 있다면 그 파급력을 레버리지 하여 나타날 상황이 복잡하기 때문에 보다 객관적으로, 또 다각도로 판단하고 결론을 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침체는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전미경제연구소)에서 정의한다. 보통 GDP 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면 침체에 접어들었다고 표현하지만, 이는 기술적 침체일 뿐 실제로 NBER에서는 경제 활동의 위축으로 소비 등의 활동력이 감소하여 수개월 지속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이러한 위축이 고용과 실질 소득 그리고 생산을 포함한 주요 지표에서 확인이 가능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경기 침체는 후행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앞서서 이야기하는 것은 ‘설레발’이다.
<US GDP QoQ SAAR>
출처 : FRED
물론,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을 두고 침체기로 간주하는 개념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성장률의 감소보다 중요한 것은 고용과 소비라는 뜻이다. 성장률이 빠지더라도 고용과 소비가 탄탄하면 침체로 보지 않을 수도 있고, 성장률이 소폭 둔화되더라도 고용과 소비가 그보다 과도하게 위축되면 침체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시장 참여자가 섣불리 예상하고 판단하여 포지션을 조정하는 것은 합리적인 결정이 아니다. 80년대 초반과 90년대 초반의 침체가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 침체기 1981년 3분기~1982년 4분기>
출처 : Bloomberg
1981년부터 82년은 사실상 연중 내내 침체기였지만, GDP 성장률은 등락이 있었다. 볼커 의장의 지휘 하에 기준금리가 81년 5월 20%까지 상승하며 긴축정책의 강도가 매우 높았던 시기였고, S&P500도 약 30% 하락하는 상황을 맞이했더랬다. 그러나 침체기 중 연준의 기조 전환으로 15% 수준까지 기준금리가 하락하며 주식은 저점 대비 40% 상승하였다.
< 침체기 1990년 3분기~1991년 2분기 (하기 차트는 전후 6개월 포함) >
출처 : Bloomberg
1980년대 말 부동산 가격 폭락 및 금융기관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결국 가계 소비까지 영향을 주었고, 기업 투자 또한 위축되면서 침체기를 맞았다. 이전부터 성장률이 하락하였지만 결국 4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였고 침체기로 정의되었다. 90년대 초반의 침체기 또한 예상에 기반한 매매, 포지션 구축이 쉽지는 않은 사례라고 본다. GDP 성장률을 기준으로 삼아 침체기를 정의하는 것도 어려웠던 시기였을 뿐만 아니라, 10년 국채 금리도 주식이 하락하던 시기에는 8.5%에서 9%로 상승하였으며, 주식이 저점을 확인하고 나서 반락하였다. 주식은 20% 이상 하락하고 약 3달여 바닥을 형성한 뒤 상승하였다. 물론 90년 7월부터 기준금리 하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주장은 80년대 초반의 침체와 같이 침체기 주가 상승은 연준의 정책 기조 변경에 기인한다는 명제에도 부합한다.
외부 변수로 발생한 인플레이션으로 침체기를 운운하는 현재를 볼 때 과거와 비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비교가 된다 하여도 80년대 초반과 90년대 초반의 침체기 여건이 현재와 같을 수 없다. 연준의 과거 대비 정책적 여유가 부족한 상황이며, 기조 변화를 하기에는 아직 고용과 소비가 여력이 남아있는 점도 다른 부분이다. 다만, 시장에 대응하는 점에 있어서는 몇 가지 단서를 찾을 수 있겠다. 2001년 2008년의 침체기를 포함해서 고려해보면, GDP가 속보, 잠정, 확정으로 나눠서 발표되는 점을 감안할 때 주식 시장의 하락은 실제 침체에 선행한다는 점이다. 물론 침체가 심화되어 80년대 초반처럼 하락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현재의 중론인 ‘얕은 침체’ 일 경우에는 주식의 하락폭이 생각보다 크지는 않을 수 있다. 기업 이익이 버텨준다면 이미 바닥을 지나갔을 수도 있고. 다음으로, 시장 장기 금리는 침체를 반영한다. 침체 초반부터 반영이 되는 경우도 있고 시간을 두고 반영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장기 금리는 하락 기조를 나타낸다. 마지막으로 현재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결국 연준의 정책기조 전환이 나타난다. 80년대 초반 인플레이션이 극에 달했을 때에도 결국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은 후 기조를 변경했다.
무엇보다 대응이 중요한 시기다. 이전에 언급한 것처럼… 현재 미국 주가 수준은 이익 전망 하락이 반영되지 않았다고들 이야기한다. 어닝에 따른 추가 하락을 경계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일이나, 현금 보유보다는 장기채에 대한 매수 포지션으로 이를 헤지 하는 것이 더 나은 방안이라고 본다. 현금 보유는 이론상 가능하지만, 실제 현금 보유를 했을 경우에 투자자산에 다시 자금을 넣는 일은 심리상 쉽지 않기 때문에. 따라서 일정 포지션의 위험 자산은 보유하되 일부 현금이 있거나, 이익 감소가 예상되는 자율 소비재, 이익 성장세가 멈춘 성장주 등이 포트폴리오에 있다면 장기채 포지션으로 점진적으로 변경하는 것을 고민해 볼 만하다. 돈 버는 성장주는 제외다. 그런 주식 지금 팔면 너무 아깝다고 본다. 금리 인상기를 고려하여 시장 금리도 급등할 수 있기 때문에 점진적인 포지션 변경이 핵심이다. 점진적… 다음으로, 연준의 정책 전환이 어렵다고 많은 분들이 주장하고 계시지만, 7월 말 75bp가 기정사실화 되어 있는 상황에서 13일 발표의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되어 FOMC 이후 코멘트가 다소 누그러지거나 혹은 50bp 인상에 그친다면 이는 시장에 정책기조 변화의 메시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상황에 따라 정책에 대한 해석도 다를 수 있으니 기준금리 인하가 아니더라도 예상보다 적게 올리는 것도 기조의 변화로 볼 수 있다.
7월은 정말 어려운 구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다행히 PCE와 제조업 PMI에서 수요가 약화되는 모습이 발견되어 인플레이션 완화에 대한 희망이 조금씩 보인다. 물론 기업 실적 발표가 걱정이 되기는 하나, 아직 고용이 튼튼하고, 주요 기업 예상치는 시장에 인지되어 있어 쇼크는 덜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대응의 영역인 만큼 사고의 유연성과 여러 가지 대응책을 가지고 무더운 여름, 전장으로 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