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결과 들으러 가는 게 인생에서 제일 무섭다.
누가 그랬다. 40세가 되면 아프다고. 그러면서 건강 검진하면 뭐 하나는 나오더라고. 그 얘기를 너무 진심으로 받아들여서인지 40세가 되는 새해 첫날 갑자기 이유 없는 열이 났다. 종일 열과 씨름하며 보냈던 기억이 있다. 이상하게도 열이 왜 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감기 증상이나 열이 날만한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코로나 이전이었고.
그렇게 40세부터 건강검진을 해봐야지 생각하다가 만 40세가 되어서 하게 되었다. 직장에서 해주면 미리 받을 수 있지만, 나 같은 주부는 나라에서 하는 검진시기가 되어야 비로소 하게 된다. 자궁경부암 정도는 해왔기에 자궁 쪽에는 안심하고 있었다.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자궁 속을 여러 번 비춰봤으니 무섭지는 않았다.
그러나, 위내시경, 대장내시경, 유방암 검사는 생전 처음이었다. 병원 갈 때마다 커다란 광고판에 대장내시경에서 발견했다는 대장암 사진이 너무도 충격적이어서 배가 아프거나 변상태가 좋지 않으면 무서운 상상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검사받으러 갈 때 무척 겁이 났다. 인생 선배들의 얘기가 떠오르면서 이제서야 그 말들이 이해가 된다. 40세가 되면 비로소 처음 건강검진을 하게 되기 때문에 내 몸이 아픈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같다.
건강검진할 때 충격을 받아들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다. 이때 갑상선 초음파도 해보자고 얘기하셨는데, 오랫동안 저하로 약을 먹었으니 한 번쯤 해보면 좋겠다 하셨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이미 결절이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수년 전 초음파에서 0.7센티의 결절이 있다고 했다. 그 얘기는 나중에 다시)
검사 결과 대장은 깨끗했다. 괜한 우려를 해왔었던 것이라 생각을 하며 기뻐하던 것도 잠시 위에서 용종이 여러 개 발견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것도 조직 검사해서 결과를 보자고 하는데, 결과 기다리는 동안 어찌나 겁이 나던지 한 주를 어찌 지냈는지도 모르겠다.
갑상샘 초음파 결과 1센티가 넘는 결절이 보이고 모양도 안 좋으니 조직검사를 해보라고 하셨다. 의사 선생님은 이때부터 이미 아셨던 것 같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검사해보고 오라'고 하셨다.
의사 선생님의 배려로 걱정을 못했다. 그냥 해보라고 하셨으나, 차마 말씀하지 못하신 것이리라 생각된다. 왜냐면, 훗날 초음파 기록영상을 보자마자 "암이네"라고 하신 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암은 조직검사 안 해봐도 '나 암이오' 하고 있단다. 나는 암일 꺼라 생각은 하지 않았기에, 한 주간 편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 되돌아보면 그때의 의사 선생님이 두리뭉실하게 말해준 것에 감사하다. 조직 검사해주신 선생님은 암 진단 충격으로 겁먹은 나에게 간단한 수술이니 걱정하지 말라며 희망차게 얘기하셨는데, 이 또한 감사했다.
동네병원들이 큰 병원들보다 좀 더 인간적이다. 큰 병원 갔을 때는 수술 공장에 들어간 작은 부품 같은 느낌이었다. 바로 수술 날짜를 잡아야 했고, 아무 말도 하지도 못하고, 그냥 나왔다. 어쨌든 나의 첫 건강검진은 그랬다. 누군가 말했다. '40대를 잘 지나면 그 다음에는 큰 탈 없이 안 아프고 잘 지낸다고'. 아마도 건강 검진하고 충격받아서 건강관리를 시작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도 그렇게 몸을 돌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