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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잘안 Apr 14. 2022

육아가 13년째인데, 여전히 힘겹다.

유난히 지치는 날들이 있다.

유난히 지치는 날들이 있다.

지난 13년간, 아이 셋을 낳아 키우면서 어느 하루 편하게 잠든 날이 없다.

분리 수면이 안되어 아이들은 여전히 좌우로 붙어 잔다.

육체적 피곤함에 정신적 피로감까지 더한 날들이 많으니, 미간의 주름은 깊어만 간다.

'육아가 지긋지긋하다'는 넋두리가 날마다 짙어지는 요즘이다.


딱히 이런 고민들을 친구들과 나누기 싫은 나는, 오늘도 친정 엄마에게 하소연과 자식 욕을 퍼부어댔다.

"엄마....내가 진짜 요즘 우울하진 않아! 근데 말야...어서 이 생을 정리하고 싶어...애들 일 신경쓰는 게 너무 피곤해...너무 지쳐..."

"니는 그게 지금 할 말이냐...니가 힘든 거 알아...그래도 그렇게 말하지는 마라..."


엄마 앞에서 참 할 말은 아니었지만,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한 감정을 엄마라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육아는 첫 해에도, 둘째 해에도 그리고...지금도 쭉 너무 힘겹다.

힘들고 어렵다.


아이들의 몸이 어릴 때는,몸으로 수발드느라 내 몸이 힘들었고

아이들의 몸이 자라니, 덩달아 자라난 마음을 수발드느라 내 마음이 또 힘들다.


초등 4학년 왕 예민한 둘째, 에너지 넘치는데 받아줄 이 없는 셋째, 멀리 보내어서 언제나 신경 쓰이는 첫째까지..(사실 첫째는 아이의 문제보다, 주변 상황의 문제가 복잡하다)

몸과 마음을 함께 수발해야하는 다양한 연령대라, 중년의 엄마는 몸도 마음도 힘겹다.




시에서 운영하는 무료 가족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예약을 하느라 짧은 인터뷰를 하는데, 그 2~3분 사이에 속사포처럼 나의 답답한 가슴을 쏟아냈다.

친절한 상담직원은 묵묵히 이야기를 듣더니, 최대한 빠른 날짜를 잡아 다시 연락을 주겠다며 위로를 건냈다.


다들 이렇게 힘들게 아이들을 키우는건지...

친정 엄마 얘기처럼 '내가 너무 예민해서' 아이를 힘들게 키우는건지...


무료 상담으로 어떤 유용한 정보들을 듣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무엇이든 필요하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쯤인지, 어떤 방향인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점검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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