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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잘안 May 16. 2022

괜찮아, ISFJ 였구나...

의문 투성이었다.


학교에서 뺨을 때린 친구에게 묵묵히 참으며, 이성적으로 대처했다.

새로운 시작 앞에 언제나 망설임이 많았고, 질문과 걱정이 이어졌다.

'됐어'라고 하는 일에도, 끝까지 '진짜 괜찮아?'를 물고 늘어져서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매사에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지만, 안해가는 것은 죽기보다 싫어했다.

명예에 스크래치 나는 일을 괴로워했고, 나이에 맞지 않게 조숙했다.


11살된 우리 아들이다.






'아이가 마음에 상처가 있는 건 아닐까?' 많은 생각을 했었다.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망설이는 모습을 볼 때면, '사내자식이 왜 저래!'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어떤 상황에 대해 머리가 터질 정도로 상세하게 물어보고, 기억하며, 또 캐물었다.

편집증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내 발로 찾아간 상담센터에서 간략한 몇 가지 검사를 했고, 나의 모든 걱정들이 '아이의 타고난성향' 이라는 부분적인 결론이 났다.


검사들 중 하나가 MBTI 였고, 그 결과가 ISFJ 라는 유형이었다.


이 결과가 한 인간의 모든 것을 설명하긴 어렵지만, 통계적 자료로 객관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으니 아이에 대한 궁금증이 다소 해결되었다.


둘째 아들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원래 그렇게 타고난 아이였다.

그렇지 않은 나와 남편의 시선으로 보니, 아이가 이상하게 보이기도 했었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아이의 고유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상대적 편견으로 아이를 진단하는 오류가 있었으니 말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했는지 알고나니, 걱정과 두려움은 사라지고 어떻게 아이를 도울 수 있을지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ISFJ는?

배려가 많은 사람, 이타적인 사람, 게으른 사람, 관계와 조화를 중시 여기는 사람, 신중한 사람, 세심한 사람,사려 깊은 사람.(반면, 불안장애와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사람)

이런 특징들이 대표적이라고 한다.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의 눈에, ISFJ 는 엄청난 조력자일 것 같다.

하지만, ISFJ 의 가족이라면 본인 못지않게 상당한 스트레스 속에 살 게 분명했다.

지금까지 내가 그러했다.


생각이 많은 둘째 아들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지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자꾸 물어보지 말고, 그냥 알아서 좀 해' 같은 말은 독이었다.

자기 앞에 펼쳐진 수많은 상황들을 '함부로' 처리하고 싶지 않은 아이는 얼마나 많은 고민들을 했을까?

그래서 묻고 또 물으며 자신의 결정을 검증하고 또 검증한 것이었다.

이것은 병이 아니라, 타고난 성품이었다.


이제 아이의 수많은 질문에 어떤 답을 해야할지 깨달았다.

"그럼 너는 어떻게 생각해?"

건강하고 긍정적인 사고의 방향을 잡아갈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주어야 한다.

'나의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생각의 근육을 길러주어야 하는 것이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수용해야 함을 또 배운다.




참 좋은 세상이다.

'나는 왜 이럴까?'가 아니라, '나는 이런 사람이었구나'라는 위로와 격려를 가까이서 찾아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오늘부터 아들을 향해, '물음표'가 아니라 '느낌표'를 날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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