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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a Oct 28. 2021

인도인들의 가슴 뭉클한 나라사랑
이야기

내가 만난 인도 애국 경찰


중국은 장년이, 한국은 노년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인도는 35세 이하 인구가 전체 인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젊은 나라, 소망이 있는 나라이다. 연평균 경제성장률 7.5% 이상으로 세계 기업들이 인도로 몰려오고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인도인들은 자기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인도인들은 이 세상에서 인도가 가장 위대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인도인들은 비록 많이 배우지 못하고 가진 것 없어도 자신이 태어난 나라,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 인도를 너무나도 사랑한다. 인도 거리에서는 ‘I LOVE INDIA’ 혹은 “바라뜨 마한 해(인도는 위대하다)‘라는 글귀가 적혀있는 트럭이나 릭샤(개조한 오토바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트럭이나 릭샤 기사들은 대부분 하층민들인데 그들은 비록 가난하지만 인도 시민으로 태어난 사실을 너무나도 자랑스러워한다. 




2년 전 나는 남편과 함께 거주비자 연장 신청을 하기 위해 C라는 지방 도시로 내러 갔다. 그 도시에 우리 부부의 거주지 등록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자동차로 7시간 거리지만 인도 땅덩어리를 생각하면 그저 마실 가는 거리 정도다. 검소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외국인 등록소(FRRO)를 방문했다. 수십 장이나 되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비자 연장 서류 신청을 힘겹게 끝내고 나니 마음이 새털같이 가벼워졌다. 

 점심시간도 훌쩍 지났고 집에서 혼자 엄마 아빠를 기다리고 있을 늦둥이 딸 생각에 마음이 바빠졌다. 남편은 핸들을 잡자마자 속도를 조금씩 내기 시작했다. 1시간쯤 달렸다. 드디어 고속도로를 진입했는데 멀리 앞에 서 있던 교통경찰이 손을 흔들며 차를 세우라는 신호를 보냈다. 


"에구~ 걸렸구나! 걸렸어, 딱 걸렸네" 


남편이 차를 세웠다. 제복 입은 교통경찰이 성큼성큼 운전석 쪽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평소에 교통경찰에 걸렸을 때 늘 써먹던 수법대로 힌디를 전혀 모르는 척하고 영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일단 혀에 버터를 잔뜩 발라서 ㅎㅎ, 그날도 경찰이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해서 우리를 그냥 보내주리라 기대했었다. 인도 교통경찰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 못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뿔싸 우리 차를 잡은 경찰은 우리가 하는 영어를 다 알아듣고 영어로 술술 대답을 너무 잘했다. 우리 차가 속도를 20킬로 초과했으니 2,000루피(한화 32,000원 정도) 벌금을 내라고 했다. 천 루피만 깎아 달라고 했더니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인도는 사실 교통경찰에게 걸렸을 때 말만 잘하면 범칙금을 깎아 주기도 하는데 그날은 전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2,000루피를 다 내야겠구나 생각을 하면서 지갑에서 돈을 꺼내고 있었다. 그 순간 남편이 뜬금없이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면서 큰소리로 만세를 불렀다.


" 바라뜨 진다바드(인도 만세)"


남편이 평소에도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사람이긴 하지만 어떻게 그 순간에 ‘인도 만세’를 외칠 생각을 했을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면서 경찰 얼굴을 쳐다보았다. 굳어있던 경찰의 얼굴 근육이 순식간에 풀어지면서 해 같이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You can go."


조금 전만 해도 속도위반 범칙금 절대 안 깎아 줄 수 없다고 무지 깐깐하게 굴던 경찰이 아니던가! 바로 그 경찰이 ‘바라뜨 진다바드' (인도 만세)라는 한마디에 굳었던 마음이 이처럼 봄눈 녹듯이 녹아내리다니..... 왜 교통 범칙금을 안 받고 우리를 보내주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우리가 힌디어를 할 줄 안다는 걸 눈치채고 모국어인 힌디어로 또박또박 말해 주었다. 


"꾱끼 압 하마레 데쉬 바라뜨 꼬 마한 만떼 해"(왜냐하면 당신이 우리나라 인도를 위대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우리 부부는 그 말을 듣고 뻥~ 터졌다. 경찰과 기분 좋게 악수를 하면서 우릴 소개했다. 우리는 한국인이고 인도를 아주 좋아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는 우리가 속도위반을 한 사실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그저 고맙다는 인사만 거듭거듭 했다. 돌아서서 오면서 이 상황이 너무 재미있어서 배꼽을 잡고 웃었다. 자동차 기름값이 날아갈 뻔했는데 날아가지 않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돌아오는 차 안에서 환하게 웃던 젊은 교통경찰관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외국인이 자기 나라를 위대하다고 여긴 것이 그렇게도 감동이 되었을까? 교통 딱지가 손에 없는 걸로 보아 사실 그 교통 범칙금은 교통경찰관들 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인데 거금 2,000루피, 인도 노동자들의 10일 임금을 포기하다니.....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멋진 애국 경찰 청년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8월 15일 독립기념일이나 1월 26일 제헌절이 다가오면 인도 땅은 온통 인도 국기로 도배를 한다. 행인의 손에도, 옷에도, 차에도, 건물에도, 집안에도 심지어는 길에 돌아다니는 강아지들도 주황, 하양, 초록 세 줄로 칠해진 옷을 입거나 국기를 흔들며 ‘바라뜨 진다바드’(인디아 만세)를 외친다. 이런 인도인들의 모습을 해마다 보면서도 그때마다 마음이 숙연해진다. 그리고 어린 시절 집집마다 빠짐없이 태극기를 게양하며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를 힘차게 불렀던 우리나라 국경일 모습이 그립다.  

 

인도인들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과 자신의 나라에 대한 절대적인 자부심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약 200년간 나라를 잃고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역사 때문일까? 아니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힌두교의 나라, 80%가 3억 3천 개의 신을 믿는 종교심 때문일까? 아니면 14억이 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나라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앙숙인 중국과 파키스탄에 지지 않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일까? 


인도 초등학교에서는 기본적인 윤리교육은 없어도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인물이나 신화에 대한 교육이 교과과정에 필수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그 결과 인도인들의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애국심은 뼛속 깊이 박혀있다. 애국심으로 벌떡벌떡 뛰고 있는 인도 청년들의 심장을 오려서 다음 세대인 우리나라 대한민국 청년들의 심장에 하나씩 달아주고 싶다. 


"꼬리야 진다바드(대한민국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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