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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MO Feb 23. 2024

예술은 무엇인가

⟪달과 6펜스⟫•서머싯 몸

1.

⟪달과 6펜스⟫는 영국의 증권 브로커라는 세속적인 삶에서 색과 실루엣으로 감동을 전하는 화가라는 순수의 삶으로의 전환은 과연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인가? 에 대한 책이다. 그 안에는 현실에 대한 냉소와 예술을 향한 광적인 집착이 동시에 일어나는 전환이었다. 이 책을 다 읽고 가장 먼저 생각나는 질문이 있었다. 왜 제목이 '달과 6펜스'일까? 이 작품에서 달과 6펜스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단어일까? 몹시 궁금했다. 단순히 예술과 세속의 대비를 강조한 것일까? 아니면 내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칸트의 정언명령도 가볍게 조롱하는 찰스 스트릭랜드의 태도는 이 작품의 성격을 단적으로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전체 줄거리는 ‘달에 매료되어 6펜스의 세계를 탈출하는 이야기’이다. 달도 6펜스도 모두 비슷한 회색이라는 점에서 이 두 세계는 따로 떼어놓게 인간의 삶을 논할 수는 없다. 하지만 6펜스는 지금 당장 손으로 만질 수 있지만, 달은 바라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달과 6펜스는 같은데 다르며, 다르지만 같은 세계이다. 이런 애매한 구분은 찰스 스트릭랜드의 삶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정확히 말하자면 스트릭랜드를 바라보는 우리(작중 ‘나'를 포함하여)를 헷갈리게 만든다. 작중의 내레이터로 등장하는 ‘나'는 그래서 명장의 삶은 옆에서 지켜볼 뿐이다. 예술을 향한 지독한 열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달을 바라볼 때처럼 느끼고 추측할 뿐이다.


유치하지만 오래 기억하고 싶어 나도 모르게 책의 한 모퉁이에 다음과 같이 메모했다. 달 : 예술을 향한 열정, 6펜스 : 세속적인 삶, 현실 그 자체. 스티릭랜드의 예술을 향한 열망은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는 면에서 순수한 세계이다. 이 작품이 출간한 1919년은 세계 1차 대전이 끝난 지 1년도 안 된 시점이다. 이 전쟁은 인간 스스로에게 문명에 대한 신뢰를 혐오와 증오로 뒤바꿔 놓았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은 독자들에게 6펜스의 세계를 냉소와 비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스티릭랜드를 염모 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이 책은 출판과 동시에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저자인 서머싯 몸을 작가로서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2.

제아무리 멀리 도망쳐보아도, 제아무리 아무도 모르는 곳에 꼭꼭 숨어버려도 니콜스 부인은 숙명처럼 냉혹하고 양심처럼 무자비하게 이내 그를 찾아내어 다시 합류하고 말았던 것임에 틀림없다. 원인이 결과를 피하지 못하듯, 그도 그녀로부터 도망칠 수 없었던 것이다.


▶︎ 원인과 결과의 관계



고통을 겪으면 인품이 고결해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행복이 때로 사람을 고결하게 만드는 수는 있으나 고통은 대체로 사람을 좀스럽게 만들고 앙심을 품게 만들 뿐이다.


▶︎ 행복과 고통 사이에 인간의 성품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더크 스트로브와 관련된 모든 일에 붙어 다니던 엉뚱함이 그들의 삶에 마치 해소되지 않는 불협화음 같은 묘한 가락을 띠게 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그들의 삶은 어쩐지 더 현대적이고 더 인간적으로 보였다. 심각한 장면에 불쑥 내던져진 거친 익살처럼, 그것은 모든 아름다움이 지니는 우수(憂愁)를 한결 깊게 해 주었다.


▶︎ 모든 아름다움이 지니는 우수를 한결 깊게 해 주었다.



나는 한참 동안 지그시 그를 바라보았다.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 자가 돌아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만 해도 나는 아주 젊었고 상대방은 내게 중년으로 보였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딴 건 몰라도 몹시 놀랐던 것만은 기억한다.


▶︎ 그림을 그리기 위해 모든 것을 등졌다는 스트릭랜드. 과연 진실일까? 거침없고 냉소적이기까지 한 그의 태도와 답변이 오히려 ‘진실’이라는 느낌에 가까웠다. ‘나’는 그런 가치판단보다는 놀랍다는 감정이 더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러고는 그를 높은 자리에 앉히고, 급기야는 왕이 매로 어깨를 때릴 때마다 아양을 떠는 신하처럼 자신의 민감한 양심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리고 양심의 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온갖 독설을 퍼붓는다. 왜냐하면 사회의 일원이 된 사람은 그런 사람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음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인간이 ‘양심’이라고 명명 혹은 정의한 것의 실체. 평소의 가지고 있던 생각이 편견일 수 있다는 생각처럼, 양심도 개인에게 있어선 그다지 중요한 가치가 아닐지 모른다. 사회를 위해 희생하는 개인을 영웅시하는 이유도 그런 행동이 숭고하기 때문이 아니라 필요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3.

순수한 열정에 관한 고찰


이런 분께 추천드려요!

자아성찰과 현실문제 사이에서 고민 중인 분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지 궁금한 분

화가의 삶이 궁금한 분


⟪달과 6펜스⟫

저자 : 서머싯 몸
번역 : 송무
출판 : 민음사(2000)

지식/정보 : ★★☆☆☆
감동/의미 : ★★★★☆
재미/흥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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