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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MO Mar 03. 2024

애증의 발자취

⟪나의 한국현대사⟫•유시민

1.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명언이다. 역설적이게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 구절의 힘을 두려워한 독재자, 지배층, 수구 세력은 민중의 침묵을 잔인하게 강요해 왔다. 우리들의 현대사도 침묵으로 얼룩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실을 요구하거나 떠드는 세력의 마지막 모습은 언제나 비슷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발생한 주요 역사적 사건들을 재조명하고, 그러한 격동의 세월을 겪어온 저자의 삶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역사에서 정의와 원칙을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었다. 원초적인 욕망으로 뒤섞인 현대사의 흐름을 보면서, 이해하기 힘든 수구세력의 부조리한 행태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대한민국 현대사 입문서로 완벽하다. 강력 추천!


광복, 6.25, 쿠데타, 민주화, 경제성장 등 어려운 주제들을 너무나 빠르게 거치며 성장한 대한민국. 급속한 성장으로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그러기에 해결하지 못하고 지나친 문제들이 아직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또한, 현재 민주 정부를 이룩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역사는 절대 아름답지 않았다. 암울하고 역겨우며 치열하고 비겁했다. 고대사와 조선왕조에 익숙한 나에게 현대사는 마치 사막의 신기루처럼 막연히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는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경제학자가 바라본 대한민국의 현대사라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경제학에서 많이 활용되는 정학의 개념을 역사에 적용하여 설명하는 부분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어떠한 사물의 변화 과정을 관찰하는 것과 특정한 시점의 사물 단면을 관찰하는 것은 관찰자에게 분명히 색다른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역사라는 학문의 특성상 서사가 연속적인 경향을 가지기 쉽다. 하지만 사물의 단면을 관찰하듯이 특정한 시점의 자료를 발췌해서 서로 비교해 본다면 보다 입체적으로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경제지표와 인구통계를 활용하여 비교하고 설명하는 부분은 여타의 역사 서적들과 다른 『나의 한국현대사』만의 특별한 점이다.


한국 현대사 입문자에게 큰 흐름을 파악하고 역사적 사건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의 전개가 시간의 흐름에 따르지 않고 저자가 선정한 주제별로 이루어져 있어 순서대로 현대사를 이해하는 데에는 초보자에게는 어려운 편이다.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순차적으로 파악한 후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어본다면 한국 현대사를 다각적이고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역사의 의미는 역사를 바라보는 사람만큼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 봤던 영화를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보면 새롭게 다가오고, 의미를 몰랐던 장면이 감동적인 장면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인생 경험이 많아질수록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기도 한다. 항상 위대하고 찬란한 역사란 어디에도 없다. 자부심과 치욕, 영광과 좌절 모두를 내 나라의 역사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2.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 아니다. 미래는 우리들 각자의 머리와 가슴에 이미 들어와 있다. 지금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이 미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시각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 시간의 물결을 타고 나와 대한민국의 미래가 된다.


▶︎ 역사는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역사는 현대사이다.



안보 국가에서 출발해 발전국가와 민주국가를 거쳐 복지국가로 나아간 것은 인류의 문명사에서 보편적인 국가의 ‘계통발생’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그 과정을 정확하게 압축· 재현했다. 국가의 진화는 ‘욕망의 위계’를 반영한다. 문명 발생 이후 호모 사피엔스가 생물학적 진화를 이루었다는 증거는 없다.


▶︎  역사를 바라볼 때 세부적인 사실 하나하나를 살펴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거시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다.



나는 어떻게 되든 이 싸움이 패배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울역 광장을 지켜도 질 것이요, 학교로 돌아가도 질 것이다. 시민들이 저렇게 구경만 하고 있는데 무슨 수로 신군부의 폭력을 이길 것인가. 그러던 차에 철수 결정이 나오자, 가슴 밑바닥에서 안도감이 차올랐다. 내일모레 죽는 한이 있어도 일단 오늘 죽는 것은 면했다.


▶︎ 나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분명 나의 안위만을 걱정했겠지만, 비슷한 상황이 다시 우리를 찾아온다면 어찌해야 할지 고민해 본다는 것이 역사를 공부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3.

한국 현대사 입문서


이런 분께 추천드려요!

한국 현대사를 알고 싶은 분

역사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고 싶은 분

한국 현대사를 정리하고 싶은 분


나의 한국현대사

저자 : 유시민
출판 : 돌베개(2021)

지식/정보 : ★★★☆☆
감동/의미 : ★★★★☆
재미/흥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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