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슈테판 츠바이크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는 종교적 광기와 독재의 폭력이 지배하던 16세기, 정신적 독재자 칼뱅에 맞서 외롭게 싸웠던 인문주의자 카스텔리오의 전기이다. 박해받는 ‘다른 의견’을 위해 자신의 운명을 걸고 단호하게 맞섰으며, 관용과 양심의 자유를 부르짖은 카스텔리오를 칼뱅과 대비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두 인물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책이다. 자신을 철저히 핍박하던 나치로부터 도피해가며 쓴 소설이기 때문에 저자인 츠바이크는 칼뱅의 비인간성과 잔혹함, 종교적 독선과 광신적 행태를 묘사하고, 그의 지배하에 있던 제네바를 히틀러 독재에 비견되는 독재체제로 고발하는 데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폭력, 편협함, 전쟁, 배제, 공포, 이기심 그리고 살인까지.
책에서는 중세 종교개혁과 관련된 역사를 통해 독재의 비루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내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혹은 ‘나와 다른 의견은 언제나 존재한다.’ 같은 말은 위인들이나 하는 고귀한 명언이 아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기본소양으로 보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칼뱅과 카스텔리오의 대립은 독재와 관용의 갈등으로 생각할 수 있다. 시대의 흐름 앞에서 대부분의 사상과 이념도 그리고 종교도 결국 쇠퇴하거나 변화한다. 자기의 생각을 거스르는 대중을 막강한 권력으로 핍박하는 지도자, 왠지 익숙해서 반갑기까지 했다면 과장일까? 우리나라의 근현대사가 군부독재에 대한 투쟁의 역사로 점철되어 왔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츠바이크의 분노가 절절히 공감되었다.
역사는 강자를 위한 기록이요,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역사는 어쩌면 승자의 입장에서 왜곡되고 미화된 것일 수 있음을 인지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소수자, 패배자들의 목소리를 발굴하고, 경청하려고 노력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역사를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며, 긍정적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보이는 것, 주입받은 교육이 전부가 아님을 기억하자. 아마 츠바이크가 요즘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의 글을 SNS에 올린다면 수많은 '좋아요'를 받을 것이다. 그의 글에는 우리의 답답한 마음을 명쾌한 문장으로 속 시원하게 해주는 만족감이 있다.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문체가, 독자를 슬픔과 고통의 16세기로 이끈다.
독재에 저항하는 카스텔리오의 용기를 바라보며 큰 감동과 슬픔이 함께 밀려온다. 짧은 문장 안에 시대를 앞선 냉철함이 배어 있다.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츠바이크의 팬이 되어버렸다. 또한 번역이 매우 잘 되어 있어 책의 몰입도를 배가시킨다. 츠바이크 특유의 문체를 고스란히 전달한 안인희 번역가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을 정도이다. 이 책의 독일어 원제는 '칼뱅에 대항한 카스텔리오' 또는 '폭력에 대한 양심'이다. 지금 같은 시기에 더욱 읽을만한 가치가 책이라고 생각한다. 자기주장이 횡행하고, 그것의 잔인성, 폭력성이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것을 마주하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는 요즘이다. 다양한 의견과 관용 그리고 그 반대편에 서 있는 혐오와 양극화가 팽배하게 맞선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주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책이다. 마치 자기가 신이라도 되는 양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는 자들을 보면서, 혹시 내 모습 속에서도 그와 같은 요소들이 보이지는 않는지 조심스러워진다. 기독교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있다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다. 물론 소설적인 각색이 있었겠지만, 칼뱅이라는 인물이 이 정도인지 몰랐다. 교과서에서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지금처럼 확신적으로 누군가를 추종하는 시대에 훨씬 더 이야기할게 많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실력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인성마저 찾아보기 힘든 시대, 카스텔리오가 죽자 제자들은 그의 묘비에 '고귀하신 스승께 위대한 학문과 깨끗한 생애를 감사드리며'라고 쓴다.
한 학자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이자 가장 영광스러운 명예가 아닐까 한다. 실력과 인성을 모두 겸비한 숭고한 학자 카스텔리오, 나도 죽을 때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호모 사피엔스가 문명을 이룩한 이래로 독재는 언제나 불행하고 참혹한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일까 역사의 주인이 바뀌어도 나타나는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과거의 사건과 그것에 대한 통찰이 소름 끼치도록 현재와 똑같다. 하지만 독재란 잠깐의 과정일 뿐이다. 모든 칼뱅에 맞서는 다른 카스텔리오가 다시 나타날 것이다. 승자의 기록에 심취해 있었다면, 그 반대편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보자. 그리고 다른 의견에 경청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소원한다.
경건한 도덕과 책에 나오는 감동적인 정의를 역사의 장에서 찾아봐야 헛일이다! 세계정신이 지상에 드리우는 그림자인 역사란 도덕적인 것도 부도덕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 역사가 이러저러 한다는 당위는 역사가 아니라 개인의 호불호이다.
가차 없는 뻔뻔스러움과 잔인한 결심들은 시대의 싸움에서 행위자 혹은 비행을 저지른 자에게 손실보다는 이익을 가져다준다.
▶︎ 많은 권력자들이 그래서 그리도 뻔뻔했던 걸까?
한 정치가가 자신의 정열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때 얼마나 비정치적으로 행동하는가 하는 경고를 담고 있기도 하다.
▶︎ 오래된 일이 아니라, 얼마전 실제 사례를 직접 경험해 보았다. 지금도 종종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편파적인 인간에게는 올바른 것이 문제가 아니고, 언제나 승리만이 문제다.
▶︎ 배신과 변심의 커다란 요인이다. 자신의 존엄을 위해 행동하는 것과 승리를 위해 행동하는 것의 차이는 배신의 여부라고 할 수 있다.
독재에 맞선 인문학자의 삶
이런 분께 추천드려요!
독재의 폐단을 제대로 알고 싶은 분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
비판적 문장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싶은 분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저자 : 슈테판 츠바이크
번역 : 안인희
출판 : 바오출판사(2009)
지식/정보 : ★★☆☆☆
감동/의미 : ★★★★☆
재미/흥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