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의 용기

유머와 조롱

by COS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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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태생부터 불완전하다.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결함을 안고 세상에 나온다. 엔지니어의 눈으로 보면 인간은 출시될 때부터 버그를 하나씩 품은 미완성품과 같다. 완벽하게 작동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있다면 아직 테스트가 덜 된 거다.) 누군가는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고, 누군가는 성격이 예민해 자주 삐걱거리며, 또 누군가는 지우고 싶은 과거의 실수를 마음 깊은 곳에 숨기고 산다.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는 건, 나의 불완전함과 타인의 불완전함을 연결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결함은 반드시 드러난다. 대화 도중 말실수를 하거나, 남들보다 조금 서툴게 행동하거나, 엉뚱한 상황에서 넘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상대방의 약점이 노출되는 순간, 우리는 두 가지 갈림길 앞에 선다. 그 결함을 웃음으로 감싸 안아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 것인가, 아니면 그 결함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상대를 주저앉힐 것인가. 전자를 우리는 유머라고 부르고, 후자를 조롱이라고 부른다.


술자리나 단체 대화방에서 우리는 이 두 가지 장면을 자주 목격한다. 겉으로 보기에 유머와 조롱은 비슷해 보인다. 둘 다 딱딱하게 굳은 분위기를 풀고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기술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작동 원리와 목적은 정반대다. 유머가 서로의 부족함을 메워주는 따뜻한 보수 공사라면, 조롱은 그 부족함을 찔러 무너뜨리는 철거 공사다.


가장 위험한 순간은 이 공격이 '친밀함'이라는 가면을 쓰고 다가올 때다. "야, 우리가 얼마나 친한데 이 정도 농담도 못 해?" 혹은 "너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라는 말은 상처를 입히고도 책임을 피하려는 가장 비겁한 변명이다. 웃음이 터졌다고 해서 그 말이 정당해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제 웃음 뒤에 남겨진 흔적을 살펴야 한다. 그 웃음이 누군가의 마음을 할퀴고 얻어낸 전리품인지, 아니면 서로의 부족함을 보듬으며 쌓아 올린 신뢰의 결과인지 냉정하게 따져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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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업계에는 '제로데이 공격'이라는 치명적인 수법이 있다. 아직 패치가 나오지 않은 취약점, 즉 방어막이 형성되기 전의 빈틈을 노리는 공격이다. 조롱이 작동하는 방식이 꼭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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