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를 찍으며

에필로그, 마침표와 쉼표

by COSMO

마지막 원고를 탈고하는 지금, 독자들에게 한 가지 솔직한 고백을 해야겠다. 엔지니어의 시선으로 비교의 오해를 풀고, 관계를 재정립하고, 삶의 해상도를 높이자고 20편에 걸쳐 떠들었지만, 정작 이 글을 쓴 나는 비교에서 완벽하게 벗어났는가.


부끄럽게도, 답은 '아니요'다.


나는 여전히 아침에 눈을 뜨면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켜서 타인의 창문을 훔쳐본다. (어젯밤에도 그랬다.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이 문장을 쓰는 지금도 옆에 폰이 있다.) 잘 나가는 동료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식을 들으면 내심 속이 쓰려서 마찰열을 일으키고, 누군가 내 글에 악플이라도 달면 비판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비난처럼 느껴져 며칠을 끙끙 앓는다. 닻을 내리자고 써놓고 돛을 펴지 못해 안달하고, 문손잡이를 안쪽에 두자고 다짐해 놓고 밖에서 누가 두드리면 허겁지겁 문을 연다.


이 책을 쓰는 내내 나는 모순덩어리였다. 문장 속의 나는 단단한 설계자였지만, 현실의 나는 여전히 흔들리는 플레이어였다. 처음에는 그 괴리감이 나를 괴롭혔다. 네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하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키보드 위의 손이 멈칫거렸다. 하지만 마지막 챕터에 이르러서야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 흔들림과 불완전함이야말로 내가 이 책을 써야만 했던 진짜 이유라는 사실을.


버그 없는 소프트웨어는 없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는 유지보수라는 단계가 있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배포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사용자가 접속하고 데이터가 쌓이면, 개발 단계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버그들이 튀어나온다. 이때 초보 개발자는 버그 없는 완벽한 코드를 꿈꾸며 좌절하지만, 노련한 개발자는 안다. 버그가 없다는 건, 그 프로그램이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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