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SMO Jan 20. 2022

우리는 왜 행복한가

⟪행복의 기원⟫•서은국

1.

당신은 언제 행복한가? 그리고 그때 왜 행복한가? 행복은 복잡하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고된 일을 마치고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을 들이켤 때,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격렬한 운동을 하고 나서 잠들기 전 온몸은 뻐근하지만 뿌듯한 만족감이 느껴질 때, 적당한 온도의 물과 가벼운 콧노래가 어우러진 샤워할 때가 필자에게는 행복한 순간이다. ⟪행복의 기원⟫도 ‘어떻게(how) 하면 행복해지는가’가 아니라 ‘왜(why) 행복할까?’에 집중한다. 행복을 미사여구나 어려운 이론으로 분석하려는 여타의 책들과는 다르게, 행복의 적나라하고 사실적인 측면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저자 논거의 근거로 제시된 여러 사례는 개인적인 가치나 경험이 아닌 과학적 연구들에 기초한 객관적 자료다. 행복을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마치 ‘세포나 행성’처럼 다루고 있다. 특히 행복과 ‘유전’의 관계를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이 새롭고 흥미롭게 다가왔다. 저자인 서은국 교수는 사람이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어디서 기원한 것인지를 진화심리학 기반으로 설명하며, 행복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생각을 교정한다. 이 책이 제시하는 논지의 핵심은 '행복'도 우리 인간의 '생존'을 위한 도구로 우리에게 장착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쾌감'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은 생존을 위한 것이며, '행복'의 중심에는 '쾌감'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즉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된 것이 인간'이라는 주장이다. 생존 - 쾌감 - 행복으로 이어지는 설명의 고리는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가는 주장이다. 저자에 의하면 행복은 쾌를 느끼는 것이다. 이 쾌는 몸과 마음에서 아주 사소한 구체적인 경험이다. 이 쾌의 빈도가 잦을수록 행복은 유지된다, 이는 행복이 극대화된다는 표현에 맞닿는다. 모든 자극은 곧 무감해지기 마련이기에, 행복의 빈도를 높이는 것만이 행복을 유지하는 유일한 길이다. 그럼 가장 원초적인 사소한 쾌는 무엇인가? 사랑하는 사람을 자주 만나서, 맛있는 것을 먹고, 술 한 잔을 곁들이고 눈치 볼 필요 없이 즐겁게 대화하고, 푹 자고 일어나라는 것. 저자는 이 이야기를 하려고 ⟪행복의 기원⟫을 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종교적 본능, 인정욕구 등에 대해서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설명한 것은 아쉽다. 모든 행복의 중심에 '쾌감'이 있는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행복에 대한 쾌락의 기여를 인정하지만, 저자가 언급한 대로 행복의 질은 구성원들이 속한 문화의 지배를 받는다. 그리고 그 문화를 바꿀 수 있는 동력은 바로 개인들의 행복에 대한 이해와 가치체계에게 비롯된다. 결국 우리가 진정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본능에 대한 이해만큼이나 행복에 대한 도덕적, 이성적 성찰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면의 평화를 이루자는 세네카의 행복론, 윤리를 강조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을 주워들은 필자에게 진화론적 행복론은 기존의 가치관을 흔들만한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인간을 동물로 간주하여 행복을 과학적으로 수치화해 분석한 것, 무엇보다 행복은 생존을 위한 중요한 쓰임이고 그를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다윈의 '종의 기원'을 연상케 한다.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생존과 행복을 연관지은 저자의 선택은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행복에 대해서 두루뭉술하게 대충 말하는 흔한 자기 개발서가 전혀 아니다. 행복의 본질에 대해서 생물학적으로 생각하고 그에 따라 결론적으로 행복하려면 어때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진화론적인 관점에 선제적인 거부감이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은 행복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인 가치나 경험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연구들에 기초한다. 행복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행복이 무엇 일지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철학과 어울릴법한 난해하고 추상적인 단어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관념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독자에게 행복을 주제로 본인의 생각과 진화론적 관점으로 다양한 참고문헌을 통해 뚜렷한 이미지로 보여 준다. 언제부터인가 행복이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철학자들의 말을 비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현재의 불행한 삶도 알 수 없는 미래에 행복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자기 합리화’는 행복과는 멀어 보인다. 오히려 불행한 삶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행복, 그 자체가 존재의 목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수단일 뿐이며,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을 느끼도록 설계된 것이 인간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인류의 행복에 관한 연구를 깊이 있게 통찰하는 색다른 시선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2.

행복은 나를 세상에 증명하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다.


▶︎ 하지만 많은 인간들이 증명하면서 살고 있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증명된 단순한 진리이지만 인간을 욕망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모든 껍데기를 벗겨내면 행복은 결국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요약된다. 행복과 불행은 이 장면이 가득한 인생 대 그렇지 않은 인생의 차이다. 한마디 덧붙인다면 “The rest are details.” 나머지 것들은 주석일 뿐이다.


▶︎ 거창한 미래의 행복 때문에 현재를 괴로운 인내로 점철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쾌락은 생존을 위해 설계된 경험이고, 그것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본래 값으로 되돌아가는 초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적응이라는 현상이 일어나는 생물학적 이유다.


▶︎ 일상의 작은 행복의 순간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저자는 마치 이게 전부라고 얘기하는 듯하다.



3.

행복에 관한 심리학 에세이


이런 분께 추천드려요!

지금 행복하고 싶은 분

행복을 진화론적으로 분석하면 어떨지 궁금한 분

심리학 이론에 관심이 있는 분


행복의 기원

저자 : 서은국
출판 : 21세기북스(2014)

지식/정보 : ★★★☆☆
감동/의미 : ★★☆☆☆
재미/흥미 : ★☆☆☆☆
이전 17화 슬픔을 공부하면 위로가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