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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생 Dec 29. 2023

1일1식, 마음이 몸을 돌보는 시간

- 119에 실려가던 날 비로소 알게 된 진실

올해 2월 여행을 1주일 앞두고 반려견 산책을 하던 중에 그만 산책줄에 걸려 콘크리트 바닥에 '쿵' 하고 무릎을 꿇으며 넘어졌다. 내 무릎이든 콘크리트 바닥이든 둘 중 하나는 깨졌을 것 같이 몸에 심한 충격을 받았다. 산책 후 돌아와서 얼마 있다가 허리 전반에 통증이 느껴졌다. 그 전부터 허리 상태가 안 좋아서 1년내내 한의원을 들락날락하던 차였다.


그런데 넘어지고 나서 이틀이 지나자 허리상태가 뭔가 심상치 않았다. 그 다음 날이 되자 통증은 이상하게 엉덩이 뼈 근처에서 시작되어 왼쪽 새끼 발가락까지 뻗어갔다. 그리고 발바닥에 젖은 휴지를 붙이고 다니는 것마냥 이물감도 느껴졌다. 그때부터는 어떤 자세를 해도 편치 않았다. 앉으나 서나 누우나 어떤 자세를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프기시작했다.


간신히 아픈 다리를 끌고 한의원을 갔더니 아무래도 병원을 가서 사진을 찍어봐야 할 것 같단다. 한의사가 뭔 조치를 취해주는 것 같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간신히 집으로 들어와 일단 침대에 누웠다. 다른 병원을 가야 했지만 누워있어도 통증이 심한데 도저히 걷지도 못할 것 같이 아파서 부랴부랴 집에 있는 진통제를 찾아 삼켰다. 통증이 약간은 줄었지만 여전히 아팠다. 어설픈 진통제로는 듣지도 않는 통증이라니....


그때 며칠 뒤 계획해두었던 여행을 어떻게 해야 고민이 되었다. 내 상태로는 갈 수 없었지만 코로나 끝나고 가는 오랜만에 해외여행이라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그래서 나는 괜찮으니 셋이 다녀오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말이 안된다면서 혼자 움직이기도 힘든데 어떻게 여행을 가냐며 취소하자고 했다. 병원을 가서 더 센 진통제를 받아오면 혹시 갈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여행을 취소하는 일을 미뤘다.


그렇게 통증을 잊기위해 아들과 함께 누워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었다. 현실세계에서 벗어나니 아주 잠깐은 통증을 잊을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아픈 와중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고개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리자 어지러움이 느껴져 이상한 마음에 다시 그 동작을 몇번 반복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천장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고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급기야는 눈도 뜰 수 없게 어지럽기 시작했다. 어~ 이건 뭐지? 생전 처음 겪는 일에 디스크 파열이 어지러움을 유발하는 건가 싶었다. 좀 잠잠하길 기다렸지만 어지러움은 더욱 심해졌고 원인을 알 수 없어서 더럭 겁이 났다. 죽는건가? 아주 잠시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남편을 불러 몸이 너무 이상하다고, 어지러워서 눈조차 뜰수 없다고 말했다. 남편은 119를 불렀고 10분이 지나자 119대원들이 왔다. 침대에 눈을 꼭 감고 누운 나에게 어디가 불편한지 묻고 간단한 조치를 취하고 들것으로 옮겨 밖으로 나갔다. 응급실에 도착한 나는 낯선 이들에게 내 몸을 온전히 맡긴 채 그저 지시에 따랐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자 갓날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문득 내가 그 동안 엄청나게 힘을 주고 살았다는 생각을 되었다. 의사들이 내 안위를 묻고 링거를 꼽고 각종 검사를 하고 뇌 mri를 찍는 그 모든 과정에서 힘껏 주고 있던 온 몸의 힘을 모두 놓아버렸다. 무지에서 오는 온갖 망상과 걱정을 하던 마음의 긴장도. 알 수 없는 링거를 맞기 시작하자 점점 어지러움도 사라지고 마음은 더욱 편안해졌다.  


다음 날 진통제를 처방받고 며칠 뒤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외래를 잡은 채 퇴원을 했다. 그렇게 하룻밤을 응급실에서 보내고 병원 문을 나서자 차갑지만 눈부신 햇살이 눈에 닿아 눈을 감았다가 떴을때 세상이 뭔가 달라보였다. 아니 내가 달라진 것 같았다.


오늘의 한끼 이후 차 한잔- 진피차


그날의 상황은 극도로 어지러운 상황인데도 여전히 생생하다. 그날의 엄청난 통증과 당황스러운 마음, 그날의 119대원들의 믿음직한 숨소리와 그날의 까만 밤 공기. 온 정신이 오로지 아픈 몸으로 집중되었던 그 마음. 번쩍이는 119 구급차에 몸이 실리면서 찾아온 찰나의 깨달음. 그 진실 앞에 내가 품고 살았던 그 모든 걱정과 불안, 나와 불화했던 그 모든 것들이 아주 간단히 순식간에 물러갔다.


몸이 아픈 것만큼 큰일은 세상에 없다


이후 외래 진료에서 디스크 파열 진단과 이석증 진단을 받았다. 얼마 있다가는 팬테믹 중에도 걸리지 않았던 코로나에도 걸려 미후각이 상실되는 경험을 했다. 내가 했던 일이라곤 열심히 약을 챙겨먹는 일뿐이었다. 가장 쉽게 통증을 몰아내고 건강을 찾아줄 것 같은 착각을 주기 충분했다. 극심한 통증으로 온 정신을 몸에 잠시 집중하다가 찰나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진통제로 살만해지자 마음은 또 몸에서 멀어졌다. 얄팍하게 진통제에 의지해 아프지 않은 것처럼 한동안 버텼다. 그렇게 경고를 하는데도 마음이 몸을 또 소홀하게 대하자 찾아온 '이명' . 그렇게 해서 나는 24시간 신호기를 달고 살게 되었다. 제발 몸에 집중 좀 하라는 경고 신호 사이렌...


찌르르르르~~~쎄~~




우리는 종종 몸보다 정신이 인간의 본질인 양 이야기하곤 한다. 그게 정말 맞는 말일까? 몸이 여기저기 이상신호를 보내자 나는 내가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했던 안간의 정신세계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인간의 정신이란 게, 나의 정신이란 게 대체 어디에 실존하는지 찾을 수 없었다. 이렇게 글을 써서 흘러가는 생각과 감정을 잡아 기록해두지 않는다면 나란 사람의 정신의 실체는 찾기 힘들었다. 생각이란 것은 매일 모양이 변하고 끝없이 생겼다 없어지며 흘러가는 구름같은 것이란 생각을 했다.


반면 나의 몸은 언제나 굳건히 땅을 딛고 현실을 살아가고 있었다. 내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가 현실에 집중하지 못할때도 현실에서 도망가 있을때도 내 몸은 우직하게 그 정신이란 것이 제자리를 찾을때까지 현실에 남아 제 할일을 충실히 했으리라. 사실 인간은 엄밀히 말해 정신이 아니라 몸과 살아가는 진실. 119에 실려가면서 나는 그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몸이 아픈 것만큼 큰일은 세상에 중요한 것도, 큰일도 없다는 진실. 몸이 아프다는 것은 내 존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니까.


그렇다고 변한건 아무것도 없었다. 난 여전히 허리에 부담을 주는 체중을 줄일 생각만 하고 있었을뿐 많은 알약들을 핑계삼아 '아프니까'하며 자주 침대에 누웠다. 몇년 째 원인도 모른채 가렵고 부풀어 오른 피부발진은 이미 당연한 것이 되었고, 디스크 파열과 이석증과 이명을 겪으면서도 몇달을 이런저런 핑계거리를 찾아 몸을 돌보는 일을 계속 미뤘다.


1일1식이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의미는 마음 돌봄이 아닌 몸을 돌보는 것이 건강한 삶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요즘 유행처럼 '마음 돌봄'에 집중하지만 실제는 그 반대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우선순위는' 몸이 먼저' 다. 먹지 말아야할 것들을 제한하고 좋은 식재료를 찾아 먹는 등의 식단 관리를 하면서 마음이 몸의 신호를 민감하게 알아채고 집중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아무거나 먹지 않고, 아무때나 먹지 않고, 그저 마음의 빈틈을 채우기 위해 꾸역꾸역 먹는 식사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마음이 몸을 배려하는 식사를 하루에 한번씩 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제까지의 몸이 마음에 끌려다니는 삶을 살았다면 1일1식 이후에는 마음이 몸을 돌보고 몸 중심으로 삶을 이끌고 있다.


정말 신기한 것은 마음이 몸의 필요와 배고픔에 신경쓰자 쓸데 없는 곳에 신경쓰지 않아서 불안이 거의 없어졌다. 정말 신기하게 식단관리를 시작하기 직전에 느꼈던 깊은 우울과 공허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러자 일상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한 대처가 유연해지고 가까운 사람들과의 자잘한 갈등들도 잘 풀어갈 수 있었다. 마음은 더욱 자신감을 얻었고, 몸을 돌보고 몸이 건강을 회복되자 마음의 공간은 더욱 더 넓어졌다. 그리고 더욱 열심히 몸을 돌보고, 너그러워진 마음의 돌봄을 받은 몸은 또다시 마음을 위해 더 많이 움직이며 힘을 주는 선순환이 이루어졌다. 드디어 마음도 건강도 해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은 것이다.




요즘도 내몸은 가끔 마음에게 '잠깐 멈춤!' 신호를 보내오곤 한다. 자꾸 살던대로 살려던 마음에게 가끔 허리는 통증을 일으키고, 무언가를 잘못 먹었을 때는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습관처럼 가족과 친구와 만나는 모든 타인에게 오지랖을 떠는 마음에게 몸은 24시간 사이렌을 울린다. 이명으로 24시간이 한여름인 것처럼 매미 소리와 함께 사는데 난 그 이명을 없앨 수 없을 바에는 그것을 몸에 집중하는 신호로, 진정 나 자신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라는 신호로 이용 중이다. 마음이 몸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법을 완전히 터득할때까지 그 소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 소리는 죽을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살아 온 시간만큼 변화의 시간도 길기 때문이다. 그래도 괜찮다. 삶은 하루하루의 과정일뿐이니까.


그 신호음이 '매미 소리'를 닮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매미 소리를 좋아했길 망정이지...

평생 성가실뻔 했다!

찌르르르~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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