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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생 Dec 22. 2023

1일 1식을 하면서 벗어난   탄수화물 중독!

- 가장 쉽고 빠르게 스트레스를 날려주던 탄수화물

취미는 기분 전환을 통해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다. 하지만 난 딱히 별다른 취미가 없다. 술도 마실줄 모르고 운동도 싫어해서, 먹고 자는 것 말고는 스트레스를 풀 줄 몰랐다. 과도한 책임감을 갖고 살아가던 나에게 일상 안에서의 휴식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일하고 쉬는 곳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퇴근 없는 삶'을 사는 나에게는 '집이 아닌 공간에서의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2년 전 심한 번아웃을 겪으면서 생긴 취미가 바로 '캠핑'이다. 심신이 지쳐버린 나는 여행을 가고 싶어서 숙소를 검색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땅한 숙소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코로나로 인해 국내 여행으로 수요가 몰리다 보니 숙박비는 끝없이 오르고 있었고, 반려견 동반 가능한 숙소는 턱없이 부족했고 가격은 더욱 비쌌다. 그렇게 한숨을 쉬다가 얼마 전 절친이 차박캠핑을 다녀왔다는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캠핑? 캠핑이라...그거 너무 번거롭지 않을까?'


먼저 귀찮은 일들부터 떠올랐다. 이제까지 캠핑을 고려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모든 살림도구들을 싸 짊어지고 가서 펼치고 또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에 그것들을 다 걷어들여 챙겨 오는 일이 보통 귀찮은 게 아닐 듯 보였다. 생각만 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했던 일이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괜찮을 수도 있잖아'


다 커버린 사춘기 아이들과 반려견과 함께 여행을 다니는 일은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일단 숙소든 먹을거리든 볼거리든 순순히 응하지 않을뿐더러 내키지 않으면 차라리 집에 있겠다고 할 나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집 '개아들'은 집에 혼자 두면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밥은 물론이고, 물도 마시지 않는 단식 투쟁을 벌인다. 그래서 언제나 어디든 데리고 다닌다. 그래서 꼭 반려견 동반 숙소인지를 확인하고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도 여행을 함께 다녔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물가는 끝 모르게 오르고 있고, 국내 숙박 수요가 몰려서 그런지 숙박비는 입이 떡 벌어지게 올라버렸다. 2년 전 2박 3일 34만 원에 머물렀던 숙소가 50만 원이 되어 있었으니....


그럼에도 몸과 마음이 너무도 지쳐서 무작정 떠나고 싶었다. 그것도 자주....그러지 않으면 일상생활을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결단을 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제안을 했다.


"있잖아. 우리 캠핑해 볼래? 캠핑장은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곳도 많고, 우리가 이제껏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여행방식이라 재밌을 것 같아. 우린 넷은 모두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구경하는 거 싫어하고 좋은 숙소에서 멋있는 거 먹고 쉬는 걸 좋아하니까 캠핑도 해볼 만할 것 같아. 근데 다들 아시다시피 내가 요즘 상태가 안 좋잖아. 내가 캠핑장 예약하고, 먹을 음식 메뉴 짜고 , 장 볼 계획하는 건 할 건데, 그 밖의 일들은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나눠서 해줘야 할 것 같아. 어때?"


아들과 딸이 의외로 반응이 아주 좋았다. 귀차니즘의 끝판왕인 남편도 아이들 반응이 좋아서 그런지 쉽게 승낙을 했다. 우리 개아들 '여름'이는 우리가 좋아하니 덩달아 꼬리를 친다. 그렇게 우리는 캠핑을 시작했고, 내 생애 가장 건전한 취미 생활이 되었다. 관광이 목적인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탓에 아무것도 안 하고도 그저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캠핑은 나에게 최적화된 취미다. 그렇게 올해 12번째 캠핑을 마무리하고 내년 3월 첫 캠핑을 기약하고 있다.


오늘의 한끼- 캠핑 단골 메뉴 감바스

특히 캠핑은 먹을 것에서 시작해서 먹을 것으로 끝이 난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취미다. 처음 캠핑을 시작했을 때는 캠핑장에 도착하자마자 남편과 아들은 텐트를 치고, 나와 딸은 감바스를 만들거나 라면을 끓이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든든히 탄수화물로 배를 채우고 2박 3일을 지낼 집을 짓고 살림들을 전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평소 움직이는 것에 비해 많은 활동량을 요구하는 일이기에 캠핑할 때는 먹는 시간만 지키고 크게 제한하는 것 없이 1일 2식으로 맘껏 먹었다. 1일 1식을 하면서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맥주 한잔, 약간의 과자와 빵 그리고 라면과 파스타, 구운 마시멜로 하나 정도는 허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1일 1식에 몸이 완전히 적응하기 시작하니까 평소에 전혀 먹지 않았기에 약간만 먹어도 만족감이 커서 절제하기가 쉬웠다. 또 그런 음식들을 먹었을 때 피부발진이 생겨서 점점 캠핑을 가서도 자연스럽게 식단 조절을 하게 되고, 끼니만 2끼로 늘려 먹게 되었다.




1일 1식 이전에 나는 주로 밥과 반찬만 먹거나, 밀가루로 만든 면과 같이 탄수화물 위주 식단을 하루 2끼씩 일주일에 14끼를 먹어왔다. 볶음밥, 누룽지, 수제비, 떡볶이, 잔치국수, 칼국수, 짜장면, 라면, 떡만둣국, 부침개, 돈가스 등이 14끼 중 7끼를 차지했고, 나머지는 밥과 찌개와 반찬을 먹었다. 이 중에 칼국수나 라면은 식사로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먹는 음식이었다.


 주 5일 이상 크로켓, 만두, 도넛, 튀긴 꽈배기, 치킨, 다양한 종류의 빵을 간식으로 돌려가면서 먹었다. 전국의 맛있는 오래된 대표 빵집이 어딘지를 알고 있을 정도로 나는 빵을 좋아하고 자주 먹었다. 그리고! 건강을 생각해야 하니 '과일'도 거의 매일 먹었다. 식단의 80%가 탄수화물이다.


무엇보다 1일 1식을 지속하려면 '식욕조절'이 가능해져야 하는데, 식욕조절은 절대 '의지와 노력'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되지 않는다면 꾸준한 식습관이 되기 어렵고, 적어도 살만 빼는 게 목적이어도 목표 체중에 도달하기 전에 '입이 터져' 실패하고 말 것이다.


이 식욕조절의 핵심이 바로 '탄수화물'에 있는데, 모든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 나쁜 탄수화물을 먹지 않는 것이다. 나쁜 탄수화물이란 정제된 당과 가공된 탄수화물들이다. 설탕과 시럽등의 정제당이 들어간 모든 음료수와 음식,  밀가루로 만든 음식 가공된 탄수화물은 경험상'식욕조절의 실패'를 필연적으로 불러왔다. 탄수화물은 지방과 함께 우리에게 에너지를 공급하여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이므로 좋은 탄수화물들은 충분히 배부를 때까지 먹어주는 게 좋다. 그래야 1끼를 먹고도 하루를 에너지가 넘치게 살아갈 수 있다.


이런 음식들을 먹는 순간 우리 뇌에서는 '도파민'이 쏟아져 나온다. 아주 손쉽고 빠르게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고, 또다시 도파민을 얻기를 갈망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정제당과 가공된 탄수화물을 더욱 많이 먹게 되지만 배부르다는 신호를 주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인슐린 저항성만 높아져 세포는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쓰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술과 디저트와 과자가 대표적인 것들이고, 이것들은 먹었는데도 또 무언가를 계속 먹고 싶게 만드는 갈망상태를 만든다.


먹지 않으면 안 되는 멈출 수 없는
 '중독 상태'가 되는 것이다.



1일 1식 이전에 나의 뇌가 흡사 저렇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가장 손쉽게 해소할 탄수화물로 이뤄진 수많은 음식 또는 탄수화물과 지방의 결합체인 빵과 치킨 등을 먹고 일시적 행복감을 느꼈을 것이다.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나와 같은 경우에는 과다한 코르티솔에 노출되게 되고, 그러면 인슐린 저항성이 더욱 커진다고 한다. 그래서 비만을 유발하고 다이어트 성공 가능성을 낮추게 된다. 더군다나 20대 이후 십수 년 반복된 다이어트로 나의 대사시스템은 망가져 있었을게 뻔했다. 내 몸 자체가 총체적인 난국이었 식욕조절이 될 리가 없었다.


20대 이후 잦은 다이어트, 만성 스트레스 노출,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은 건강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 진실은 알지도 못하고 외면한 채 스트레스를 어쩌지 못하고 자주 늦은 밤 탄수화물을 먹었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면서도 '난 적어도 술은 마시지 않았으니까, 탄산음료는 마시지 않았으니까, 시럽 따윈 넣지 않은 아메리카노만 마시니까 ' 하고 위안했던 과거가 생각만 해도 아찔하기만 하다.


정제당과 밀가루와 가공된 탄수화물들을 멀리하고 좋은 탄수화물 위주의 1일 1식을 하고 가장 신기하고 믿을 수 없는 경험은 늦은 시각 배가 고프다면서 라면을 끓여 먹는 아들을 보고 있으면서도 이제는 라면이 먹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예전의 나 같으면 라면 냄새만 맡아도 벌써 이렇게 외쳤을 텐데 말이다.


"나도~!"

"한입만~!"


지금도 '맛있겠다~'는 생각은 한다. 그런데 먹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상태가 아니며, 과거에 라면을 '신이 만든 음식'이라고 예찬했었던 적이 있었나 싶게 무덤덤하다. 1일 1식을 하는 4개월 동안 내가 라면을 먹은 것은 캠핑을 갔을 때 딱1번이다. 그리고 그때 라면을 먹었을 때는 전처럼 맛있다고 느끼지 못해서 그 이후로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되었다. 다른 밀가루 음식도 마찬가지이며, 가공된 수많은 탄수화물 음식도 마찬가지다. 눈앞에 있으면 먹고 싶다는 욕구는 생기지만 행동으로 옮겨 먹지는 않는다.


나의 대사시스템은 이제 안정적이며 호르몬들도 제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여겨질 만큼 이제 나의 식욕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1일 1식을 더 잘 먹기 위해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건강한 간식들을 찾아 먹는 생활을 잘 유지하게 되었다. 하루 한 번의 식사 시간에 더 정성을 쏟고 집중하며 그래서 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직접 만든 그릭 요구르트와 껍질째 갈아 만든 귤 마멀레이드와 알롤로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가 쌓여 당장에 단것이 강하게 당기는 날들이 있다. 그때는 어느 정도 타협하여 덜 해롭게 먹는다. 1일 1식 이후에 좋은 점이  무엇을 먹어도 쉽게 포만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저 정도로는 간에 기별도 안 갔을 건데, 저만큼의 요구르트 양으로도 만족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언제나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음미하면서 천천히 먹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오늘 잠시 '먹는 쾌락'에 빠졌다고 자책하거나 1일 1식을 포기하지 않는다. 앞으로 계속 건강하게 사는 것이 목표이지 당장 몇 킬로 감량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식단조절을 잘하다가 어쩌다 하루 잠시 쾌락에 빠졌다고 건강을 해치진 않는다. 무작정 참지 않고 일단 덜 해롭게 먹은 후에 다음번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대안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죄책감 없이 한입 먹는다. 음~ 

비정제원당을 사용하고 무농약 귤을 껍질째 갈아 만들었더니 향이 정말 진하여 그릭 요거트와 잘 어울린다. 누가 만들었는지 솜씨 한번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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