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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생 Dec 08. 2023

1일1식 4개월에 10킬로 감량은 덤!

-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1일 1식을 하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한꺼번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하나씩 정리해 보자.


우선 매일 아침 거울을 보고 옷을 입는 일이 즐거워졌다. 체중감량으로 거울 속 내 모습이 더욱 만족스러워졌고, 무거운 체중으로 인한 허리 부담을 줄여 허리디스크 통증이 완화되었다. 또 마흔이 넘으면서부터 365일 젖은 거적때기를 걸치고 다니는 듯 했던 지독한 만성피로가 없어져 몸이 가벼워졌다,  야식 증후군에서 벗어나서 밤에 무언가를 먹는 일을 하지 않으니 아침마다 더 이상 몸이 붓지 않는다. 밥만 먹으면 참을 수 없는 졸음으로 기절할 것 같았던 식곤증도 거의 해결이 되었다. 그리고 원인도 알 수 없어 4년째 상태가 심해질 때마다 항생제와 연고로 증상을 눌러왔던 피부 알레르기도 거의 없어졌다. 요즘은 매일  이런 나의 몸상태를 체크한다. 아침 눈을 떠 제일 먼저 나에게 안녕한지 묻고, 잠들때는 수고했다고 잘자라고 인사한다.


4개월 동안 1일 1식을 실험하고 체험하면서 얻게 된 변화들이 이렇게나 많다. 이게 단 4개월 만의 변화라는 게 놀랍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가 버렸을 짧은 시간일 수 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아무 변화가 없는 게 아니라 더 나빠졌을 것이다.


그래서 하루하루 아주 작은 것들을 날 위해 뭔가를 해보는 게 중요하다.  결국 은 오늘이 쌓여서 과거가 되고, 미래를 만드는 것이니까. 이런 사실들을 버젓이 알고 내 아이든 남의 아이에게도 실천하도록 가르치고 있었다. 허나 정작 스스로를 가르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정말 몰랐던 사람이다.


어느 책이든 결국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하지만 대체 어떻게 하는 게 나를 사랑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과감히 사보는 거? 먹고 싶은 걸 먹는 거? 여행 가는 거? 쉬는 거?  하기 싫은 거 안 하는 거?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거? 이미 이런것들은 하고 살았던 터라 난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여전히 공허하고 외로웠다. 그래서 이런저런 시도들을 다 해보다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해야 한다기에... 그건 또 대체 어떻게 하는지 몰라 많이 헤맸다. 여러날 날 사랑하는 여러 시도들을 해보면서 어떨 때는 진짜 알게 되었다고 착각도 했지만,  지나고 보면 여전히 공허하고 외로웠다. 진짜 나를 사랑하게 되면 공허하고 외로운 감정이 사라진다고 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게 진정 날 사랑하는 것인지 의문만 깊어졌다.


나를 사랑하는 거.. 그거 어떻게 하는 건가요?

오늘의 한끼

오늘의 한 끼 식사는 렌틸콩 귀리밥닭갈비다. 오늘은 닭다리살로 만든 매콤 달달한 닭갈비가 든든하게 한 끼를 채워줘 하루종일 안정된 식욕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이젠 전처럼 알 수 없는 허기에 시달리지 않는다. 한 끼 식사를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을 때까지 충분히 먹고 난 후에는 하루 종일 음식에 대한 갈구 없이 잘 지낸다.


1일 1식 이전에는 밤 10시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가짜 배고픔으로 많이 괴로웠다. 늦은 시간에만 먹지 않아도 계속해서 체중이 늘지는 않을 것 같았고, 컨디션도 더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밤마다 반복되는 음식에 대한 갈구는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배고프지 않은데 허기가 지는 그 느낌은 어김없이 밤 10시에 찾아왔고, 매일 그 허기에 시달리다 보니 그것의 실체가 궁금해졌다. 방금 식사를 했는데도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참을 수 없어 주섬주섬 무언가를 계속 입속에 넣어야 그 욕구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 어떨 때는 뷔페를 다녀와서 위장은 끝까지 차 있는데도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기도 했으니까. 이것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넘치는 식욕을 주체 못 해서 먹어놓고 핑계를 댄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자기 조절력이 부족한 사람이라 먹을 것을 보면 환장을 해서 계속 먹을 핑계를 댄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게 정말 맞는 말이라면 난 1일 1식도 실패했어야 했고, 단순히 의지의 문제라면 한 달 아니 2주를 지속하기가 힘들다. 식욕은 그렇게 간단히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난 그렇게 의지가 강한 사람이 아니므로. 그렇다면 이제까지 나의 몸에 무슨 문제가 일어나고 있었는지 , 나는 어떤 문제로 몸에 문제를 겪고 있는지 알 필요가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과다한 탄수화물 위주의 식습관으로 인해 신진대사에 문제가 생겼던 탓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 식습관이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건강하게 먹는 편이라고 여겼다. 내가 여기저기 몸이 아픈 것은 '먹는 것'이 아닌 '움직임'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다. 운동이라고 할 것도 없이 움직이는 것 자체를 언제나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운동을 안 하는 것이 막연하게나마 문제라고 여겨'언젠가는 운동을 하긴 해야지'하고는 살았다. 하지만 그것의 시작은 무한정 연기하고만 있었다. 그 언젠가는 바로 언제나 그렇듯이 바닥을 칠 때인 게 문제며, 대체로 그 바닥이란 회생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러서야 후회하는 결말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천만다행하게도 나의 바닥이 회복불능 상태는 아니었다.


만 5년을 쓰다보니 충전도 잘 안되는 예전 스마트폰


2년 전쯤에 찾아온 번아웃으로 5개월 전까지만 해도 난 아침에 눈을 뜬 것과 동시에 피로를 느끼며 하루를 시작했다. 언제부터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대략 마흔이 넘어면서부터는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피로는 전혀 가시지 않고 그대로였다. 그래도 그런대로 살았는데,  결국 번아웃되어 버렸다. 침대는 나의 에너지 충전기였고, 내 몸은 침대에서 분리되자마자 10프로 닳고 시작하는 오래된 스마트폰을 닮아 있었다. 그래도 눈을 떴으니 또 어찌어찌 하루가 자동으로 굴러갔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저녁을 잔뜩 먹고 배부른 채 침대 누워 노곤해진 몸을 재우는 것이 나의 행복이었다. 나의 일상은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과 침대 눕는 2가지의 단순함만 있었다.


'Simple is The Best'


이런 자의적인 의미부여와 견고한 자기 합리화 속에서 버텼지만 솔직히 그런 상태를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하면 믿을 사람은 없다. 실제로 나조차 그 순간의 안락에 만족했지만 점점 나는 더 불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른채하면 할수록 내면에서는 더욱 강력한 경고를 하고 있었다. 내 안의 선한 안내자들은 매일 모여 비상회의를 소집했고, 끝없이 내게 경고음을 울려댔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실 움직이기 싫다기보다는 그럴 수 없었다. 깊은 무기력에 빠진 나를 나도 어찌 못했으니까. 그리고 계속 이런 핑계를 대며 실행하는 것으로부터 도망쳤다.


'나도 알아요. 내가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것을요. 그런데 허리 아픈 데는 누워있는 게 허리에 가장 무리를 주지 않는댔어요. 난 아직 허리가 아프고, 허리 통증이 없어지면 그때 한번 생각해 볼게요. 안 한다는 얘기는 아니니까. 그만 좀 꺼져줄래요? 난 지금 졸려요.'




내가 1일 1식을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사실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통제력과 조절력'이다. 이것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소득이다. 늘 인생에 사람에 또는 내 욕구와 결핍에 시달리는 삶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늘 끌려다니는 인생이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 내가 아닌 것들'이었다. '나와 상관없는 것'들이었다. 때론 그게 연인이나 남편일 때는 그들을 숨 막히게 했을 것이고, 내 아이들일 때는 때때로 엄격했으며, 친구들에게는 괜한 오지랖을 떨어댔다. 그게 내가 나를 통제하는 것보다 더 쉽고 어떨 때는 '문제 해결사'의 역할을 하면서 보상으로도 돌아오곤 했으니까. 그래서 더욱더 잘 통제하기 위해 현명해지려도 애썼다. 독재자가 아니라 선의를 가진 안내자가 되기 위해. 하지만 의도가 어찌 되었든 정작 나는 나를 통제하지 못하고 나를 방치하고 살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나를 통제하지 못했다.


하지만 단 몇가지를 제한하고 맘껏먹는 1일 1식을 한 이후 가짜 배고픔이 거짓말처럼 어느 순간 사라졌고, 식욕조절이 가능해졌다. 나는 아무 때나 먹지 않게 되었고, 아무거나 먹지 않게 되었다. 내가 나를 나의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기쁨이 생겼다. 결심을 실행으로 옮기고 딱 한 달 만에 일어난 일이다.


이제 밤 10시면 어김없이 찾아왔던 그 허기는 사라지고, 꼬르륵~ 진짜 배고픔이 찾아왔지만 나는 의연하게 참았다. 참는데 그다지 큰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신기한 일이었다. 내일 아침 먹을 맛있는 음식들을 상상으로도 참아졌고, 배고파 잠들지 못할 때는 지루한 책을 읽으면 10분 후면 잠이 쏟아졌다. 중요한 것은 배고픔을 가짜 허기를 참으려고 안간힘으로 버틴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한 달 한 달 지나면서 몸이 점점 가볍다고 느끼고, 두껍게 내 몸을 감싸던 젖은 거적때기가 하나씩 벗겨졌다.


무엇보다 내가 내 삶의 '통제력'이 생기자 무기력에서 벗어나서 의욕이 생겼다. 바로 활기가 넘친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1일 1식 식사를 더 정교하게 다듬어갔다. 그리고 내 마음속 선한 안내자들의 조언들을 전보다 더 깊이 있게 듣게 되었다.


'그래요, 이젠 식욕조절이 되고, 만성피로감이 없어졌고 무기력에서도 벗어났어요. 그 다음이 운동이란 것도 잘 알고 있어요. 충분히 알고 있고 당신들의 조언에 감사하고 있어요. 산책시간을 더 늘리고 근력 운동을 아주 약한 강도지만 시작해 볼게요. 그게 디스크 통증을 더 줄여주고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겠죠'


통제력은 연이어 자신감과 효능감을 불러왔다. 그리고 점점 몸과 마음이 회복되고 있다는 느낌에  타인에 대해 집중하기보다는 나에게 집중하면서 내면의 소리에 귀를 잘 기울이게 되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 8월 초인데, 그게 리셋프로젝트 딱 한 달 차였다. 몸에 통제력이 생겨 내 몸에 대해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정신적인 무기력에서 벗어나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글을 쓰는 시간이야 말로 온전하게 나의 생각과 감정에 집중하는 시간이니, 그 이후는 몸과 정신의 자연스러운 선순환을 타기 시작했다.


 타인이 아닌 내 몸과 마음에 관심을 갖고 집중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나는 생애 처음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 오지 않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아닌 '현재, 바로, 지금, 여기서' 집중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답을 찾았다.  1일 1식을 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 것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드디어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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