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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생 Dec 01. 2023

프롤로그. 1일1식을 실험하는 중입니다

[ 1부. 리셋 프로젝트]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때 하루 삼시세끼 가족들 식사를 담당하며 주부로만 산 시간이 있는데, 그때 나는 하루종일 '뭘 먹을까?'가 하루의 최대 고민거리였던 것 같다. ,이걸 하려고 하면 어떤 사람은 싫어하고, 이걸 하려고 하면 그건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조리법이 아닌거다.


또 그 모든 과정의 시간은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그에 비해 먹는 것은 짧으면 10분, 길면 30분이다. 그 이후 설거지까지 하면, 한끼를 먹는데 걸리는 시간은 총2시간이 걸린다. 물론 결혼해서 요리라는 것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을때는 찌개나 국을 끓이면서 다른 반찬을 하는 동시진행을 할 줄 몰라서 조리하는데만 2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러니 장보고 치우는것 까지하면 하루 세끼 밥차리다 하루가 다 가는 꼴이었다.


그래도 매일 매일 사먹을 작정이 아니면 배우고 몸에 익혀야한다는 생각을 하던 요리 신생아 시절이니 매일 새로운 것을 만드는 재미도 있었다. 인터넷에서 본 레시피를 대략 변형해서 얼렁뚱땅 만들었지만 늘 결과물은 그럴듯 했다. 비결은 수시로 간을 보고 체크하는것이다. 국하나 끓이면 열번은 떠먹어보고, 나물하나 무치면 서너번은 먹어보고, 무언가를 찌거나 삶을때는 수시로 뚜껑을 열고 찔러보는 식이다. 밥상 차리고 나면 반쯤 배가 부르다.


아직 눈대중으로 재료와 양념을 때려넣고 간도 보지않고 음식을 완성하는 경지에는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마지막 간을 한번 보는것으로 마무리할만큼은 된다.


그렇게 만든 오늘의 한끼는 콩나물 귀리 굴밥과 돼지고기 순두부찌개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콩나물 밥이다. 좀 더 풍성한 맛을 위해 밥에 귀리를 섞고 제철인 굴을 넣었다. 그리고 콩나물밥과 어울릴만한 따끈한 국물이 필요해서 끓인 순두부찌개에는 갈은 돼지고기를 넣었다. 그리고 식사 이후의 드립커피 한잔과 작은 귤2개가 오늘 먹는 음식의 전부다.

오늘의 한끼 식사

 매일 앉아서 일하는 생활로 몸무게는 매년 야금야금 늘어가만 갔고, 반복된 다이어트로 이젠 더 이상 살도 쉽게 빠지지않았으며,  여성 호르몬의 대변화를 겪을 갱년기를 코앞에두고 나는 몸을 몸이 아닌 무거운 짐처럼 끌고 다녔다.


겉으로 괜찮아보이는 정신이 아닌, 겉으로만 날씬한 몸이 아닌 '진짜 건강한 정신과 마음을 갖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더 이상 잘 타고난 몸과 젊음만 믿고 아무거나 먹으며 그저 숨만 쉬며 살수는 없는 40대다. 더 이상 젊음을 덜내어  마모된 몸을 메꾸며 이대로 계속 살 수 없다고 몸은 내게 경고를 수차례 보냈다. 그냥 말짱하게 잘 살았는데 이런 결심을 느닷없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몸이 보내는 작은 경고들을 무시한 난 결국 번아웃이 왔고 몸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 그 계기다.


그것을 계기로 실천까지는 또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게으름'이라고 날 탓하고 싶지 않다. 원래 습관이란 것은 콘크리트 바닥에 들러붙은 껌같은 거다. 떼어내기 힘든 것은 인간의 뇌탓이었다.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방법들을 오랜 시간 고민했고, 방법도 알았지만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던 게 당연한 거였다. 그렇다고 계속 이대로 살 수는 없었다.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미래의 난 아픈 노인이 될 게 뻔했다. 집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온 가족이 우울하고 힘들어진다는 것을 직간접 경험으로 듣고 보아왔다. 그게 두려웠다. 내가 누군가의 짐이 되고 나는 또 누군가에 의탁하는 삶을 살아야한다는 사실이. 나를 돌보러 와 줄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허무하고 불행한 노년의 삶이 눈앞에 선했다.


이건 절대 내가 원하는 방식의 삶이 아니므로 난 아주 작은 것부터 해보기로 했다. 정말 아주 작은 것부터. 침대에서 일어나 앉는 정도의 노력과 이부자리를 개는 정도의 노력과 일단 밖으로 나가 햇볕을 쐬는 정도의 노력부터....노력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가 되어야 뭔가 시도할만큼 지쳤다는 얘기다. 진짜 아무것도 하기싫었으니까.


작디 작은 노력의 시작은 바로 식사였다. 우선 매일 먹는 음식에서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아무때나 수시로 아무거나 먹는것을 멈췄다. 좋은 을 갖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무엇인가를 하는 게 아니라 일단 빼거나 멈춰야한다. 사실 나쁜 것을 버리거나 멈추면 자동으로 좋은 것들만 남는다. 이것만 해도 오래 걸린다. 그 다음 여력이 되면 좋은 것을 추가하는 것이 좋다.


나는 현재 5개월차 1일 1식을 하고 있다. 정확하게 1개월은 16시간 공복 8시간 동안 2끼의 식사를 하는 16:8의 간헐적 단식을 했고, 2개월차부터 하루에 한끼 식사로 바꿔 지금까지 실천중이다. 4개월차에 몸무게는 71kg에서 61kg으로 줄었고, 5개월차인 지금은 59kg으로 한달 사이에 2kg이 더 줄었다. 몸무게가 급속하게 늘기 시작한 8년 전 55-57kg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나의 키 167cm에 적정 체중을 찾는 중이다)


 [나의 음식 해방일지]는 2부로 나누어 글을 쓸 예정이다. 우선 1부는 8개월간의 기록 '리셋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체중감량과 식습관 개선을 중심으로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2부는 그 이후 좀 더 단정해진 식습관뿐 아니라 전반적인 생활점검에 들어가는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단계의 목적은 다르지만 최종 목적은 몸과 정신이 나답게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어른의 사춘기인 '갱년기'를 앞두고 나는 인생의 다음 단계에 대해 고민해야만 했다. 인생이 내게 이렇게 물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 텐가? 그것에 대한 나의 답이다.


바로 몸을 리셋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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