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운동이 너무도 하기 싫은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살면서 운동을 한 경험도 별로 없어요. 어린시절은 시골에서 살아서 하루종일 자연에서 뛰어 노는 것 자체로 운동이 되었구요. 20대 시절은 그냥 튼튼한 몸이어서 딱히 운동은 필요없었지만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웨이트나 요가를 몇달은 한적이 있어요. 그리고 30대는 아이들 둘 키우는 것 자체가 중노동이라 애들 쫓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운동이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40대는 반려견 산책을 하루 2-3번씩 시켜야 했는데, 가족들과 번갈아 산책시키는 일이 나의 유일한 운동이었죠.
그렇게 40대를 맞이했더니 몸도 마음도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죠. 그래서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 1년 6개월 걷기를 한 적은 있구요. 우울증을 걷기로 극복했는데 아무 신발이나 신고 걸었더니 족저근막염에 걸려 그만두었죠. 그때는 운동이 좋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니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요가로 옮겨 1년은 또 꾸준히 했더랬죠. 특히 요가는 몸이 유연한 나와 잘 맞는 운동이었어요. 정적이지만 다양한 근육을 쓰게 하고, 무엇보다 요가를 30분이건, 1시간이건 하고 난 뒤에 마음이 정말 고요해지면서 평안해졌어요. 그 느낌이 너무도 좋았죠.
그런데 운동을 정말 즐기기보단 늘 '무엇을 위하여' 했던 수단이기에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일상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 늘 우선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어쩔때는 하루 천보 걸을까 말까하는 생활을, 어쩔때는 1주일에 단 하루도 밖을 나가지 않는 생활을 이어가기도 했어요. 그렇게 타고난 몸만 믿다가 번아웃이 왔어요. 번아웃이 왔음에도 나의 할일들을 줄어들지 않아 계속 꾸역꾸역 하루하루 버티다가 디스크가 파열되어 꼼짝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그와 동시에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 죽는 줄 알고 난생처음 119에 실려 응급실에 갔는데 이석증이래요. 그 뒤에 이명도 따라왔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코로나에 걸렸을때 같이 밥을 먹어도 걸리지 않았던 코로나에 걸리더라구요.
믿을 건 내 건강한 몸밖에 없었는데.....정말 모든게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에 인생의 패배자가 된 기분이었어요. 내가 이제껏 뭘하고 살았나? 하는 후회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깊은 의문을 갖었죠. 그렇게 한동안 깊은 공허의 늪에 빠져 허우적 거렸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고 싶었고, 잘 살고 싶었어요. 하지만 방법을 알지 못해 막막했어요. 난 도저히 다시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침대를 충전기 삼아 그렇게 몇달을 살다가 알고리즘의 인도로 속는셈 치고 감사일기를 일주일 써보라는 말에, 정말 딱 1주일 쓰고 개구리가 우는 밤공기를 맡으며 행복해하는 나를 발견했어요. 사실 5일째 되는 날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일상이 다름아닌 행복임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지요. 기특한 알고리즘은 나를 이번에는 '다이어트 과학자 최겸'이란 사람을 소개시켜주더라구요. 이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을 딱 한달만 해보자고 해서 시작한게 설탕, 밀가루, 나쁜기름, 튀김, 술이 없는 생활이었어요. 다른것은 미련이 없었지만 '밀가루'를 너무도 좋아해서 망설여졌죠. 이 나이쯤 되니 우선순위를 알게 되고 '건강하고 싶다'는 마음이 절실했어요. 그래서 딱 한달만 끊어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믿을 수 없게 몸도 마음도 회복되기 시작했어요.
이게 바로 8개월간 1일1식을 실천한 이야기를 정리한 [나의 음식 해방일지1]예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에 석달동안 글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2부는 1일1식을 1년을 완주하고 나서 마무리로 쓸 예정이예요. 아직 여전히 실험하고 있으니까요. 나에게 맞는 식재료와 음식을 더 찾아야 하고 1일1식을 평생 가져가야 하는 건지 한끼를 더 늘려 먹어야 하는건지 정하지 못했거든요. 그래도 8개월의 실험은 꽤 성공적이예요. 1년은 완성할 동안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가하려고 이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겁니다.
전생이 나무늘보였는지 저는 움직이는 게 정말, 너무나, 무지하게 싫습니다. 원래부터 그랬어요. 앉아있거나 아니 누워있는 게 제일 좋아요. 정말 세상 처음보는 풍경이나 구경거리가 아니라면 돌아다니는 거 싫어해서 여행도 볼거리 위주가 아닌 좋은 숙소와 먹을거리 위주로 다녀요. 엑티비티요? 그냥 남들하는 거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스릴을 느껴요. 난 상상력이 정말 좋거든요.
그래서 1일1식하는게 쉬웠어요. 움직이지 않고 하는 거고, 뭘 더하라는 게 아니라 하던 걸 멈추는 거니까요. 빼면 되는 거니까 더하지 않아도 되서 무기력했던 나에게 딱 맞았어요. 운동을 전혀하지 않고도 14키로를 감량했고, 많은 신체적인 통증들이 사라졌어요. 무엇보다 우울감과 무기력증도 없어졌구요. 이것으로 된 거 같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몸의 근육을 늘리지는 못해도 지키기는 해야한다고 하더라구요. 이건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하는 얘기니 맞는 이야기겠지요. 근거를 찾아보고 할 필요도 없겠지만 세계의 뇌과학자들이 쓴 책들을 읽다보니 모두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더라구요. 인간의 뇌는 움직이기 위해 존재하는 거라구요. 그리고 움직여야 발달한다구요. 그럼 해야하는 건데......문제는 정말 하기 싫다는 거예요.
마음의 준비가 정말 필요합니다. 그리고 1일1식을 하고 있는 것처럼 꾸준히 할 자신도 사실 없구요. 남들 바디 프로필 사진 찍는 거 감탄만 하지 말고 해볼 생각인데, 사실 그런거 찍는 건 꿈도 꾸지 않아요. 식스팩? 바디프로필? 그냥 일상을 잘 살아갈만큼의 근육과 체력이 필요해요. 그냥 건강하게 늙어가고 싶은 거예요. 삶의 마지막을 침대에 누워있다고 죽는 건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게 아니니까요.
'건강한 삶' 보다 내가 앞으로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더 구체적으로 그려보았어요. 잘 그려지지 않지만 두가지는 확실히 떠올랐어요. 남의 필요와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에 최적화된 저같은 부류의 인간에게는 '나에게 집중하는 일'과 '내 삶의의미'를 찾아야하더라구요. 일단 찾은 게 '글쓰기와 깨끗한 1일1식 식단'이었고, 그걸 지금 8개월 동안 꾸준히 하고 있어요. 이제는 이건 잘하고 있으니 '운동'을 추가해보려구요. 앞으로의 내 삶의 의미요? 그건 계속 찾는 중이에요.운동을 하다보면 찾아지려나요? 일단 올바른 방향설정을 했고, 올바른 방법도 찾아가는 중이니 좋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건 시간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운동이 정말 너무 엄청나게 싫지만 해볼게요.
애들한테 '운동시키는 엄마'아니고 제가 '운동하는 사람'이 되보려구요. 이제 좋은거 애들만 남편한테만 학생들한테만 친구들한테만 시키지 말고 내가 직접 하려구요. 지금 당장 시작하라구요??? 그러니까 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