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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면 May 24. 2024

구절구절

몇 달 전

마음에 드는 구절을 발견했지

줄을 그어 놓고 하루종일 생각했어


어느 날은 대화를 하다

나도 모르게 그날의 구절을 흘려 버렸고


상대방은 그 구절 너머 

나를 바라보며

나를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 버렸지


나는 그렇지 않은데

그저 그 구절에 감동받은 독자일 뿐인데


몇 달을 더 

그 구절로 말미암아 말할 수 있었고

그 구절이 나를 이루도록 허락했지


그리고 오늘은 

또 다른 구절에 줄을 그었어


그러니 나를 읽으러 와


오래된 책처럼 꽂혀

때를 기다리는 내 몸

선명한 나이테를 읽으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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