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 - 충남 보령 무창포 편
강원도로 이사 오고 나니 인천 살 때에 비해 서해바다가 참 멀어졌다. 동해바다가 동해바다의 매력이 있듯 서해바다도 서해바다의 매력이 있다. 물론 물은 좀 탁하고 동해바다처럼 쨍한 바다 빛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바다라는 점에서 서해바다 역시 빼놓지 않고 가게되는 여행지의 한 곳이다. 그래서 동해바다만큼은 자주는 아니지만 서해바다도 꼭 한 번씩은 일부러라도 여행을 간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무창포해수욕장이었다. 주꾸미가 유명하고 벚꽃 피면 벚꽃길이 매우 예쁘다는 둘째 언니의 추천 여행지였다. 둘째 언니의 지인이 그곳에 펜션을 운영하고 있고 수원과 가깝다는 지리적인 이점에서 둘째 언니는 무창포에 특별한 일정은 없지만 바다가보고 싶을때 쉽게 다녀오는 편이었다. 그래서 늘 둘째 언니에게 전해 듣는 이야기는 많았지만 직접 방문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무창포였다.
무창포 여행을 계획하면서 무창포라는 곳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가, 지도를 살펴보았다. 보령에 있었다. 보령 하면 머드축제만 생각났는데 무창포도 보령이었다니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거기다 무창포까지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해서 간다고 하더라도 4시간은 가야 했다. 차가 막히지 않는 시간을 기준으로 검색한 거였으니, 차가 막히고 만약 중간에 휴게소라도 들르게 된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려서 가야 하는 곳이었다. 가기 전부터 엄청난 거리에 벌써 지치는 기분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여행은 함께하는 사람이 중요한 법이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즐겁다면 길던 거리도 짧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1박 2일 무창포 여행을 감히 도전하게 되었다.
무창포 여행의 운전도 역시 신랑이 맡았다. 가는 거리를 생각해서 그래도 무창포에 가서 어디라도 둘러볼 생각이라면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게 좋겠다는 신랑의 의견에 따라 8시에 집을 나섰다. 이제 막 해가 뜨기 시작한 시간이라 도로 위는 한산했다.
하지만 한산한 도로 위와 다르게 우리의 차속은 매우 분주하였다. 아이들이 배고프다며 난리였다. 아침 일찍 출발하기 위해 아침밥을 휴게소에서 먹기로 계획을 세웠던 우리였다. 그러다 보니 차가 출발하고 얼마 안 된 시간, 평소라면 차려놓은 아침 밥상을 벌써 먹고 있을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소리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상황이었다.
무창포 여행을 계획할때는 고속도로를 타는 순간 가장 먼저 있는 휴게소에 들르자고 했었다. 하지만 그곳이 언니가 말하길 잔치국수가 상당히 맛이 없다고 하였다. 휴게소에서 가장 평범한 메뉴라고 할 수 있는 어쩌면 맛 없을수가 없는 메뉴인 잔치국수가 맛이 없는 휴게소라니 그러면 다른 음식도 맛없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바로 다음 휴게소를 검색했다. 그 난리통에도 맛집 휴게소가 중요한 우리는 검색이라는 편리한 시스템이 고마웠다.
검색 결과 우리가 얻은 휴게소 맛집은 이영자 맛집이라고 소개되는 평택제천 고속도로위의 천등산 휴게소였다. 처음 들어보는 휴게소 이름이었지만 맛집이라는 후기 글들이 꽤 많이 보여서 안심하고 들어갔다. 휴게소의 크기는 요즘 보이는 큰 휴게소들에 비해서 작고 아담한 휴게소였다 하지만 주차장도 넓었고 휴게소 내부에는 푸드코트와 편의점 간식거리까지 알차게 준비되어있어서 휴게소를 이용하는 동안 불편함은 없었다.
천등산 휴게소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푸드코트 내 한식코너의 밥이 솥밥으로 제공된다는 점이었다. 국밥 메뉴를 제외하고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에 제공되는 밥이 솥밥이었다. 휴게소에서 솥밥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무쇠솥에 나오는 솥밥이 너무 반가웠다. 거기다 솥밥에 붓는 물도 생수가 아니라 끓인 보리차가 한쪽 구석에 준비되어있었다. 집에서 늘 끓인 물을 마시다 보니 생수보다는 보리차를 마셔야 물 마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나로서는 솥밥에 부울 수 있도록 준비되어있는 따뜻한 보리차가에서 벌써 천등산휴게소에 후한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아침부터 포식할 수 있었다.
든든하게 먹은 아침 덕분에 휴게소를 떠나면서 차 안에 평화가 찾아왔다. 이른 아침부터 차를 탄다는 사실과 배가 고프다는 사실에 힘들어했던 아이들은 이제 어른들에게 평화의 시간을 주며 잠들었다. 아이들이 잠든 시간 덕분에 휴게소를 떠나오면서 한 봉지 사 왔던 호두과자와 함께 여유로운 커피타임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무창포라는 곳이 멀긴 정말 멀었나 보다. 평화의 사간이 계속되기를 바랐던 나의 마음과 다르게 아이들은 목적지를 얼마 앞두고 꽤 오랜 시간을 지났다고 생각했는지 또다시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차 안에만 가만히 앉아있으니 온몸을 배배 꼬면서 힘들어했다.
목적지가 코앞이라면 아이들을 어떻게든 달래서 목적지까지 가볼 텐데 아직 한참 남은 그 거리에서 아이들을 달래기는 무리였다. 결국 또 한 번 휴게소에 들르기로 하였다. 정안알밤 휴게소였다.
이 휴게소는 고속버스 환승센터가 있는 휴게소라서 그런지 휴게소의 규모도 컸고, 무엇보다 간식거리가 정말 많은 휴게소였다. 만약 출출한 상태로 정안알밤 휴게소에 들렀더라면 여기 있는 간식거리들로 밥을 대신했을 정도로 다양한 간식거리가 많았다. 하지만 아침도 휴게소 맛집에서 아주 든든하게 해결하고 호두과자에 커피까지 알차게 즐긴 후라 간식거리를 보면서 배고프다는 생각도 먹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결국 정안알밤 휴게소의 간식거리는 다음 기회에 맛보기로 하고 또다시 목적지였던 무창포를 향해 출발하였다.
드디어 목적지라고 할 수 있는 보령에 도착하였다. 아침 8시에 출발해서 보령에 도착한 시간이 1시 가까이 되었다. 아침 먹고 차에 오면서 간식도 먹었지만 점심시간이 되니 뱃속은 왜 그렇게 정직한것인지 밥을 넣어달라고 소리쳤다. 점심메뉴를 고민하며 여러가지 메뉴가 오고갔다. 벌써 예전부터 즉석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했던 언니와 나는 즉석떡볶이를 열심히 검색했지만 결국 우리가 가게 된 식당은 즉석떡볶이와 아주 거리가 먼 순대국밥집이었다.
보령시청 앞에 있는 무봉리 순대국밥이라는 식당이었다. 분식집을 찾으며 시청 앞을 배회하다 발견한 순대국밥 식당에 원래도 순대국밥이라면 찾아다니면서 먹는 언니와 신랑의 먹고 싶다는 한마디에 바로 메뉴를 변경해서 들어가게 되었다. 순대국밥은 먹지 않지만 뼈다귀 해장국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메뉴에 뼈다귀 해장국만 있으면 먹을 수 있다며 메뉴에 뼈다귀해장국이 있다는것을 확인 한 후 들어갔다.
어린이들은 순대국밥 국물에 밥을 말아서 뼈다귀 해장국의 고기를 반찬삼아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이제 어린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도 어린이들과 같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늘어나니 메뉴 걱정을 조금 덜 하게 된다는 점이 좋다. 어린이 위주 반찬이 아니라 어른 위주의 반찬이라도 어린이들이 잘 먹는 모습을 볼 때면 새삼스러우면서도 많이 컸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하다.
점심 먹고 우리가 들렀던 곳은 대천해수욕장이었다. 갈매기가 끼룩끼룩 날아다니고 거리마다 음식점이 가득한 것이 대천해수욕장의 첫인상은 인천의 월미도와 닮아있었다. 월미도에 비해서 거리도 참 넓었고, 월미도와 다르게 계단을 통해 내려가면 모래사장과 맞닿는다는 점이 다르긴 했지만 거리의 분위기는 월미도랑 비슷했다. 가이드처럼 어딜 가든 설명을 참 잘하는 신랑의 말에 의하면 대천은 너무 커서 구대천 신대천으로 구분한다고 했다.
다녀오고 나서야 안 사실이지만 대천해수욕장에는 젊은 사람들의 놀거리가 참 가득했다. 집라인 스카이바이크 스케이트까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이유가 있구나 했다. 하지만 우린 가서 갈매기 밥만 주고 왔다. 바람이 워낙 세차게 불던 날이었고, 이렇게 갈매기 밥을 주는 와중에도 손이 시려 손가락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추위를 견뎌야 했다.
아이들도 찬 바람이 싫었는지, 바로 앞에 보이는 모래사장에는 내려가자는 말도 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바다만 봐도 계절 상관없이 물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나의 아이 또한 얼른 차에 타고 숙소에 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할 정도였으니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은 참 고마웠지만 세찬 바람과 함께 아직 겨울이 지나지 않았음을 알리고 싶어하는 추위가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추위 앞에 떨었던 아우성 덕분에 숙소로 빠르게 이동했다. 아이들은 숙소에 한번 들어가니 장거리 여행으로 차를 타며 지쳤기 때문인지 아니면 추위 때문인지 숙소에서 나올 생각이 없었다. 결국 아이들은 두고 언니와 신랑과 함께 숙소 바로 옆에 있었던 무창포 타워에 올라가 보았다. 사실 방문하기 전에는 무료로 이용되는 건물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유료로 이용되는 곳이었다. 이용요금이 비싸거나 하진 않았고 보령시민의 경우는 증명 서류로 확인되는 경우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매표소에서 매표를 하고 엘리베이터 탑승 후 전망대로 올라가서 무창포 해수욕장을 감성하면 되는 곳이었다.
외관만 보았을 때는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 건물이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것도 3층이라고 나와있어서 별로 높이 올라간다는 느낌이 없었다. 그래서 사실 올라가면서 여기 올라가도 뭐 별거 없겠는데 하는 기대로 엘리베이터를 탔었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 다르게 전망대에 올라가니 앞에 걸리는 것 하나 없는 무창포해수욕장을 한눈에 담아 볼 수 있는 경치가 참 좋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금 올라왔을 뿐인데 아래에서 보던 것과 또 다른 반짝이는 서해바다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마침 우리가 방문했던 시간이 해넘이가 시작된 시간이라 무창포해수욕장의 경치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켜주는 기분이었다. 한쪽으로는 무창포항이 보여서 작은 항구마을을 눈에 담을 수 있었고 반대쪽으로는 닭벼슬섬과 함께 바닷길이 열리면 건너갈 수 있는 섬이 보였다. 정말 멀리까지 보이는 모습에 조금 더 머물면서 일몰 모습까지 감상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창포 타워만 다녀와도 충분할 수도 있었지만 무창포 타워에서 보았던 닭벼슬 모양의 섬이 궁금했다. 무창포 타워에서 보기에 가까운 거리라 우리가 또 여길 언제 와보겠냐는 생각에 무창포 타워에서 보았던 그곳에 가보자고 했다. 무창포 타워에서 보기에도 닭벼슬모양이었던 그 섬은 실제로 닭벼슬섬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었다.
생테계 보존구역이라서 섬 안까지 들어갈 수는 없지만 바로 앞까지 연결되어있는 다리를 건널 수 있었다. 물이 들어온 시간이라 다리 아래로는 바닷물이 찰랑찰랑했지만,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에는 우리가 방문했던 무창포 타워의 앞쪽 해변에서부터 여기까지도 걸어서 올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과학시간에 배워서 이론상으로 잘 알고 있는 밀물과 썰물이지만 볼 때마다 신기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실 닭벼슬섬에 도착해서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전에 나 자신에 대해 후회를 먼저했다. 대천해수욕장에서도 추위에 그렇게 데여놓고, 장갑도 끼지 않고 나온 나를 발견했다. 인간은 학습의 동물이라고 했는데 숙소에 들어서는 순간 대천해수욕장의 추위를 잊은것이었는지, 닭벼슬섬에서 또 장갑 한짝 없이 찬바람과 싸우며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려니 손이 너무 시렸다. 결국 휴대전화를 한 손으로 들고 양손을 번갈아 주머니에 넣었다 뺐다 하며 찬바람을 잠깐씩 피해 가며 사진을 찍었다. 사막의 무슨 동물이 발바닥이 뜨거워서 번갈아가며 다리를 번쩍번쩍 든다고 했는데, 딱 그 모양이었다.
그래도 그렇게 찍은 사진들을 나중에 다시 보니 추위보다는 아름다운 풍경들만 남아서 참 좋았다. 어쩌다 보니 딱 좋은 시간에 방문하여 서해바다의 낙조를 즐길 수 있었다. 멀리서 보았을 때도 닭벼슬 모양이었던 닭벼슬섬은 가까이서 보니 더욱더 닭벼슬 섬이었다.
섬 뒤쪽으로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눈이 부시도록 바다에 비추는 햇빛이 참 예뻤다. 다리를 건너며 섬을 바라볼 때도 참 멋진 풍경이었지만 뒤쪽을 돌아보니 또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앞만 보고 가느라 뒤는 돌아보지 않을 뻔했는데, 뒤쪽으로 이렇게 외국에서나 볼 것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다리의 중간쯤으로 가면 바닷물이 그대로 보이는 투명한 유리로 된 바닥을 볼 수 있다. 방문했을 당시 유리가 그렇게 깨끗한 편이 아니라 잘 보이지 않았다. 워낙 담이 작은 쫄보라 만약 아주 투명한 상태였다면 그대로 보이는 바닷물에 다리를 끝까지 건너지 못하였을 텐데 차라리 뿌연 상태라 잘되었다 싶었다. 다리의 끝부분은 보는 것처럼 계단이 마련되어있다. 물이 빠진 시간이었다면 계단을 통해 바로 갯벌로 내려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방문한 시간은 바닷물이 찰랑찰랑한 시간이라 계단을 집어삼킬 것 같은 파도치는 모습을 보았다. 아까도 말했지만 쫄보라 가까이 가는 것이 무서웠다. 그냥 아래로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파도치는 모습이 무서워 여기 사진도 겨우 찍고 돌아올 수 있었다.
닭벼슬섬까지 다녀왔더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저녁은 미리 예약해둔 식당이 있어서 다시 대천해수욕장으로 이동하였다. 일본 속담에 그해의 여행에 관한 날씨 운은 작년에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결정되다고 하더니 그래도 작년에 꽤 착하게 살았나보다. 날씨 운이 좋아서 조금 춥기는 했지만, 미세먼지 없이 맑은 하늘에 비구름도 없는 하늘 덕분에 이동 시간까지 딱 좋았다. 해가 바다에 걸려있었다. 이렇게 바다로 바로 떨어지는 일몰을 보는 것이 얼마만인지, 꾸물거리다가 바다가 해를 먼저 삼켜버릴 거 같아서 서둘러 해변으로 내려갔다.
동해바다가 일출이라면 서해바다는 역시 일몰이다. 매일 뜨고 지는 해지만, 바다가 뱉어내었던 해를 바다가 다시 삼키는 해는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 많은 바닷물이 빠져나가서 어디를 다녀오는 걸까와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바다가 집어삼킨 해는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 이론상으로 우린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머리로 알고 있는 지식이지만, 정말?! 하고 의문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은 풍경에 넋을 잃고 사진을 찍었지만, 역시 가장 좋은 사진기는 눈이라고 하는 말이 맞다. 사진과 영상으로 다 담지 못한 그날의 풍경은 아마도 그날의 냄새와 기분과 분위기 때문인것도 같다.
일몰까지 감상하고 바쁘게 걸음을 옮겨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오늘의 메뉴는 키조개 삼합이다. 사실 나는 해산물 종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생선구이나 동태찌개나 알탕 이런 메뉴를 제외하고는 조개구이나 새우구이 이런 종류의 음식을 일부러 찾아서 먹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날 키조개 삼합이라는 음식도 처음 먹어보았다.
가리비구이에 전복 새우 관자 차돌박이까지 다양한 해산물과 함께 육고기를 같이 먹는 음식이다. 숙주나 부추 버섯 같은 야채를 같이 넣고 볶아주셔서 야채볶음 느낌도 나지만, 메인이 해산물이라 바다 맛이 조금 더 진하게 난다는 점은 틀림없다. 또 처음 나왔을 때 비주얼부터가 압도적이라, 아 이래서 키조개 삼합을 먹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관자를 좋아하는 신랑도 가리비구이를 좋아하는 언니도 키조개 삼합은 처음이었지만, 이렇게 먹으니까 또 다른 맛이라고 하면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나도 눈도 입도 즐거운 시간이라 좋았고, 아이들을 위한 사이드 메뉴가 적당히 있어서 아이들도 좋아했다. 아침 점심 저녁을 아주 꽉 채워 정말 잘~먹었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요일은 우리가 숙소에서 퇴실하는 시간에 맞춰 바닷길이 열렸다. 분명 어제 우리가 방문했을 때만 해도 닫혀서 섬까지 모두 파도가 치는 섬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물이 빠지고 나니 저 멀리 보이는 섬까지 걸어서 다녀올 수 있는 바닷길이 열려있었다.
언제 이런 걸 경험해볼 수 있을까 싶어 펜션에서 장화를 대여하여 추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함께 신비의 바닷길을 걸었다. 그런데 신비의 바닷길은 확실히 우리가 기존에 다녀왔던 서해의 갯벌들과 다른 모습이었다. 우리가 기존에 다녀왔던 곳들은 말 그대로 갯벌인데, 이곳은 바위와 돌이 더 많았다. 그러다 보니 굴을 따는 분들이 많았다. 우리 눈엔 다 돌로만 보였는데 거기 굴이 있었나 보다.
돌이 많다 보니 장화를 신고 걷는 것도 힘들었다. 바닥이 딱딱해서 지압판을 걷는 느낌으로 걸어야 했다. 아이들이야 발바닥이 말랑말랑해서 그런가 아픔을 느끼지 못하고 잘 걸어 다녔는데, 어른들은 발바닥이 아프다며 조심조심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도 수렵과 체집을 놓칠 수 없다며 꽃게도 잡고 물고기에 조개도 캐고 있었다. 분명 다음날 온몸이 쑤실 거라는 걸 알면서도 손과 발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그런 것이 재미 아니겠냐며 신비의 바닷길에 머무는 한 시간을 쉬지 않았다.
신비의 바닷길에서 나오니 점심시간이었다. 원래 가려고 했던 식당이 오늘은 예약이 모두 완료되어서 방문할 수 없다는 이야기에 빠르게 방향을 바꾸어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신랑이 서울로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집까지 가는 길이 바빠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여행에 있어 변화가 하나 있다면 당일치기 여행을 주로 한다던가 1박 2일 여행을 하더라도 오전에 움직여서 집으로 돌아온다는 점이었다.
바쁘게 움직여 고속도로에서 가장 처음 만나는 휴게소인 대천휴게소에 들렀다. 아침부터 커피 한잔을 못 마시고 움직였던 나는 커피에 토스트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휴게소에서 이렇게 토스트를 사 먹는 것은 처음이라 기대하고 먹었는데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날이 추워서 그런지 조금 더 따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천휴게소의 다른 음식들도 꽤 괜찮은 편이었다. 신랑은 고등어구이와 돌솥비빔밥 사이에서 고민하다 돌솥비빔밥을 주문하였는데, 휴게소에서 돌솥을 만나게 된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제법 치~~~ 하고 맛있는 소리를 내며 등장한 돌솥비빔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날도 충분히 휴게소에서 놀랄 만큼 놀랐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오는 날도 휴게소의 돌솥에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제대로 눌린 돌솥비빔밥은 나물 가짓수도 푸짐해서 맛있었다. 신랑은 돌솥비빔밥을 주문하길 잘했다며 맛있게 먹고 커피 한잔하는 여유까지 즐겼다.
전날 무창포를 향해서 갈 때도 휴게소를 두 번은 들러야 도착할 수 있었다. 집으로 오는 길도 마찬가지였다. 집으로 오는 길은 무창포로 가는 길보다 빠르게 느껴졌지만, 점심 먹고 운전하는 신랑이 졸음을 참지 못했다. 언니에게 운전대를 넘기고 잠깐 쉬어도 될 텐데, 굳이나 본인이 운전할 수 있다며 휴게소에서 잠깐만 쉬었다 가자고 하였다. 그래서 들르게 된 매송휴게소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휴게소라서 그런지 신세계였다. 아이가 보는 눈에도 휴게소가 크고 멋지다고 생각하였는지 다음번에는 여기 휴게소에 들러서 점심을 먹자고 할 정도였다.
크기도 크지만 내부에 어린이들 놀이시설은 물론이고 휴식공간까지 아주 잘 마련되어있는 휴게소라 휴게소만 목적지로 잡고 여행 와도 될 만큼 좋아 보였다. 점심을 먹고 잠깐 들른 휴게소라 음료만 사서 먹었지만 다음엔 일부러라도 들러서 더 많은 먹거리를 이용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장거리는 오랜만이라 아이들도 그렇고 어른들도 차 타는 건 힘들다고 생각했던 무창포 여행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해바다의 일몰과 신비의 바닷길 같은 서해가 아니면 즐길 수 없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키조개 삼합이라는 처음 먹어보는 메뉴를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래 이동할만했다 싶었던 여행이었다. 물론 운전자였던 신랑은 힘들었을지 몰라도, 신랑은 우리를 데려다주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해서 두배 세배 힘들었지만 그래도 먹거리에 있어서 모두 성공적이었던 이번 서해바다여행 보령 여행이 참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다음번에 또 서해바다를 가게 된다면 그때는 대천해수욕장의 또 다른 놀거리들을 조금 더 느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