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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낭토끼 Mar 16. 2022

라떼는 말이야 - 교실 청소

장학사는 학교를 왜 그렇게 자주 방문했을까.


 아이가 학교에 입학했다. 학교에서 필요한 준비물들을 준비하는데 책상 위를 청소할 때 필요한 탁상용 빗자루와 쓰레받기가 있었다.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아이에게 교실 청소는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다. 청소를 한적은 있는지 청소당번은 따로 있는지 그런 것들을 물었다. 그랬더니 아이는 청소라는 걸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옆에 있던 중학교에 근무하는 언니가 요즘은 중학생들도 청소시간이 따로 없다고 했다. 교실은 선생님들이 청소하고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청소시간이라는 것이 없다는 말을 했다. 너무 놀라웠다. 



 

 라떼는 그랬다. 청소시간이 따로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들이 청소할 수는 없으니 고학년들이 저학년반을 찾아가서 청소도 해주고 쓰레기통도 비워주었다. 교실바닥은 나무 바닥으로 되어있어서 빗자루로 쓸고 걸레로 닦은 다음 조금 깐깐한 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인 경우 왁스칠도 해야 했다. 나무 바닥이라 걸레질을 하다 손바닥에 가시가 박히는 경우도 허다했고 왁스칠이 너무 잘되어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그랬다. 청소시간이라는 것이 따로 있었고, 담임선생님께서 청소를 같이 해주시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학생들이 알아서 청소했다. 청소당번이나 주번이라는 이름으로 한 반에 두 명에서 세명씩 매일매일 그 반의 쓰레기통을 비우거나 칠판을 지우고 청소하는 일을 맡아서 했다. 그나마 중학교에 들어가서부터는 나무 바닥이 아니라 시멘트 바닥이라 왁스칠을 하진 않았지만 장학사가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날엔 청소시간이 두배 세배는 되었다. 


 장학사는 학교를 왜 그렇게 자주 방문했는지, 분명 지난주에 학교에서 정한 대청소 주간으로 청소를 하였어도 장학사가 방문한다는 다음날엔 창틀 닦기 유리창 닦기 사물함 정리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더욱 교실 청소에 몰두해야 했다. 이 모든 것은 선생님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했다.


 청소를 하다 옷이 조금 젖어도 청소를 하다 손이 조금 더러워져도 그땐 뭐가 그리 재밌는지 청소시간 또한 오락시간 같았다. 책상과 의자는 전부 뒤쪽으로 밀려있고, 덕분에 나타난 교실의 넓은 공간에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었고 자유롭게 떠들어도 청소시간이니까로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반에 꼭 한 명씩 있었다. 청소시간을 오락시간으로 만들어주는 대걸레를 붙잡고 노래를 불러주는 가수가, 빗자루를 기타 삼아 춤추며 노래 불러주는 싱어송라이터가 있었다. 이 시간만큼은 누구나 걸그룹이고 아이돌이다. 그래서 청소 시간이 재밌었고, 그날의 수다가 또 다른 추억으로 남아있다. 




 청소를 선생님이 해주거나 자기 책상 주변만 정리하면 되는 요즘 아이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청소시간의 모습이다. 청소시간이라는 것 자체가 아예 없는 요즘 아이들에게 라떼는 그랬다며 이야기를 하면 놀라워할까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신기해할까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하긴 하다.  시국이 이렇다보니 청소 시간이라는 말보다 소독 시간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할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생기는건 그때의 청소시간이 단순히 청소만 하는 시간이 아니었다는걸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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