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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낭토끼 Apr 14. 2022

라떼는 말이야 - 학교 앞 문구점

둘리바가 50원이었다면 믿을래?!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 앞에 작은 문구점이 있었다. 문구점이라고 쓰기는 하였으나, 지금과 같은 문구점의 모습이 아닌 학교 앞 구멍가게라고 불리는 편이 더 알맞은 곳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군것질 거리를 판매하였고, 학교 준비물을 우리보다 더 잘 알고 등교하다 들르면 학년을 확인하고 그날의 준비물을 챙겨주시는 주인아주머니가 계신 곳이었다. 


 라떼는 그랬다. 학교 앞 구멍가게는 학생들의 방앗간 같은 곳이었다. 등교할 때도 등교하고 나서도 하교할 때도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었다. 구멍가게 앞에는 뽑기 기계는 물론 작은 오락기계도 있었다. 구멍가게는 아이들에게 문구점도 되면서 작은 오락실도 되면서 아이들의 허기를 채워주고 달래줄 수 있는 매점도 되었다. 휴대전화가 없던 그 시절 주인아주머니께 50원을 내고  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공중전화도 되었던 곳이 바로 학교 앞 구멍가게였다. 점심 도시락을 싸오지 않은 아이들은 구멍가게에서 컵라면을 사다 점심 한 끼를 해결했고, 빵과 과자 같은 간식들로 하교 후 군것질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좋아했던 군것질거리는 아폴로라고 불리는 빨대 같은 것에 젤리도 가루도 아닌 딱딱한 무언가를 채워 넣은 불량식품이었다. 빨대에 들어있는 아폴로는 먹기 전에는 의식을 치르듯 양손 사이에 빨대 하나를 두고 빙글빙글 돌려주어야 했다. 내용물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먹을 수 있는 비법이었다. 내용물이 깔끔하게 모두 나와 비어 있는 깨끗한 빨대를 볼 때면 스스로 굉장히 뿌듯했다. 하지만, 만약 빨대 벽애 애매하게 붙어서 남아버린 아폴로를 보게 되는 날에는 어쩐지 오늘의 운세는 별로 안 좋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처음 사 먹을 때만 해도 50원이었던 아폴로는 졸업할 때쯤 100원 정도로 가격이 올랐던 걸로 기억한다. 


 아폴로 다음으로 좋아했던 여름 간식은 둘리 바였다. 지금의 아이들은 알리 없는 둘리 캐릭터가 겉 봉지에 그려져 있는 아이스크림이었다. 초록색 아기공룡이 엄마를 찾아 빙하 타고 내려왔다는 그 이야기는 서울 쌍문동의 둘리뮤지엄이나 애니메이션 박물관에서나 기록으로 있는 것이니 지금의 아이들이 알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라떼는 혀를 내밀고 있는 둘리는 최고 인기의 캐릭터였다. 둘리바 역시 50원이었다. 둘리를 닮아 초록색이었던 하드는 여름 더위를 식혀줄 수 있었던 나뿐 아니라 꽤 많은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여름 간식이었다.




 수시로 드나들던 학교 앞에  있는 것이 너무 당연했던, 구멍가게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참 후에 가보니 그곳에 있었는지도 의문일 정도로 건물조차 아예 사라진 걸 볼 수 있었다. 학교가 증축 공사를 하면서 구멍가게가 있던 자리에 병설유치원이 들어서 있었다. 학교로 들어가는 입구도 아예 다른 모습이 되어있었다. 당연히 학교 앞에는 그때는 볼 수 없었던 큰 건물이 들어섰고, 그 건물에는 문구점 분식점 편의점 제각각의 역할을 뽐내는 상점들이 들어선 것을 볼 수 있었다. 요즘 하교하는 아이들이 찾는 곳이었다. 문구는 문구점에서 간식은 편의점이나 분식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철저한 분업화된 그 모습이 어쩐지 나의 추억까지 사라 진 것 같아 쓸쓸해졌다.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그날의 준비물을 챙겨주시던 구멍가게 아주머니도 계시지 않았다. 


 구멍가게 앞 작은 오락기계에 옹기종기 붙어 앉아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은 하교 후 학원차를 타고 하교하기 바쁘고 전화가 필요한 아이들은 각자의 손에 들려있는 휴대전화를 이용한다. 점심시간엔 학교 급식실에서 급식을 먹고, 하교 후 군것질이 필요한 아이들은 편의점이나 분식집을 들르면 된다. 내가 학교 다닐 때와 매우 다른 아이의 일상을 지켜보며, 세대차이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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