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나는 어떤 생활을 원하는가?
요즘 재미있게 즐겨보는 tv 프로는 건축탐구 집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언젠가부터 마당이 그리워지는 마음이 있었다. 어려서 자연과 함께 했던 추억 때문일까?
내가 기억하는 것 중 가장 어려서의 기억은 5~6살 때쯤 기억이다. 이상하게 이 기억이 자주 나는데 나는 이것을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 기억인지... 꿈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아빠의 직장 때문에 시골의 초등학교 앞 사택에 살았는데 그때 살던 집은 단출한 한옥집이었다. 방이 두 개에... 툇마루가 있고 부엌이 있는 구조... 겨울엔 나무를 해와 아궁이에 불을 때서 난방을 하고 사택의 가족들과 동그랗게 마당을 공유하며 서로의 집을 바라보는 구조.... 그래서 옆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알 수밖에 없는 그런 사람 냄새나는 옛집이었다.
뒷문을 통해 살짝 비탈진 땅을 비집고 올라가면 들풀이 많고 소나무가 예쁘게 우거져 있는 평평한 뒷동산이 있었다. 자고 일어나서 엄마가 안 보일 때 나는 울다가 엄마가 혹시 땔감을 구하려고 나무를 하러 갔나 싶어 좀 높은 곳에서 찾아보려고 뒷동산에 올라간다. 울다가 지쳐 결국 꽃들을 구경하고 크로버를 신기하게 바라보던 기억... 멀리서 버스가 오고 나무하러 간 게 아닌 장에 다녀오는 엄마가 버스에서 내리는 걸 보며 기뻐했던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그 뒷동산은 옆집 사택에 사는 동갑내기 친구 연경이랑 같이 숨바꼭질도 하고 들풀도 꺾으면서 놀았던 우리의 놀이터였던 셈이다. 내가 태어나서 6살 정도까지 살았던 나의 유년시절의 기억 때문일까? 이곳은 내 꿈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장에 다녀오는 엄마를 기다리며 연경이와 놀다가 연경이가 선물로 준 꽃핀을 잃어버리고 둘이 하루 종일 핀을 찾아 헤매었던 기억,,,. 그 뒷동산의 추억은 내 유년시절 희미하지만 행복한 기억이다.
아빠의 전근으로 소도시로 오게 된 우리 집은 그 뒤로도 단독주택에 살았었다. 마당이 있고 화단에는 이파리가 큰 나무들이 몇 그루 있었다.
큰 나무는 여름에 파리가 끓어서 너무 싫었지만....
화단에서 앙증맞게 피던 노란빛의 금잔화와 보랏빛의 제비꽃들을 보며 행복했던 소소한 기억들이 있다.
나이 들어 대도시에 살게 되면서 줄곧 아파트에 살았던 나는 아파트가 겁이 많은 나에게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해 주어서 안정감이 들어서 좋기도 하지만.. 주택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낭만이 그립기도 하고 나이 들수록 자연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요즘에는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나는 자연인이다란 프로그램 속 주인공들처럼 숲 속 한가운데서 집을 짓고 자연을 벗 삼아 사는 그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
물론 그렇게 살라고 해도 겁이 많은 내가 살기는 힘들 것이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어느 평범한 주부가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한 후 열심히 들풀의 여러 가지 종을 가꾸면서 가족을 잃은 마음을 치유해 가는 에세이이다. 자신의 여러 가지 일들이 기재된 일기 형식의 에세이지만 정원을 가꾸며 여러 가지 들풀들에 대한 이야기와 묘사 때문에 심신이 안정되고 깨끗이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건축탐구 집 프로그램에서 정원이 있는 집을 보고 정원을 가꾸는 주인장들이 힘들겠다고 하면서도 부러워하는 나를 발견하다. 함께 tv를 보는 남편은 단독주택은 일이 많아서 힘들다며 나이 들수록 오히려 아파트에 살아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내심 부러워하는 눈치다.
내가 보기엔 싫은 게 아니라 대도시 단독주택을 꿈꿀 수 없어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인 듯싶다.
남편은 어린 시절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즐겁게 놀다가 배가 고프면 밭에서 무를 캐서 친구들과 나눠 먹었다는데.... 나와는 또 다른 더 시골스러운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
그래서 연애할 때부터 묘한 정서적 동질감이 서로를 끌어당겼나 보다.
살다 보니 사람을 만날 때 무시할 수 없는 정서적 동질감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나에겐 남편이 그랬다.
들풀의 구원이란 책 속의 풀이름들을 보면서 검색해 본다.
식용할 수 있는지 약재로 쓸 수 있는지... 여러 가지 정보들과 심지어 그 들풀들의 모양을 혼자 상상해 보는 재미도 있다.
지난여름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란 소설을 읽으며 여름을 마음껏 감상했었다.
청량한 숲 속에 있는 멋집 일본식 건축물에서 휴식하고 있다는 상상은 나를 너무 행복하게 해 주었다. 집 주위로는 여름이 내리고.... 건축물안에서 또 열심히 건축해 대해 이야기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삶이란 그런 것일까?
열심히 일을 하면서 자연이 함께 주어질 때 편안함을 느끼는... 그런 삶이 너무 좋아 보인다.
건축탐구 집을 볼 때는 시각적인 휴식을 하고 있다면 들풀의 구원을 읽으면서는 상상 속의 정원에서 거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들...
요즘은 어떤 글을 써야 할까?를 종종 고민하며 창작자의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곤 한다. 스트레스일 줄만 알았는데 너무 재미있고 행복한 작업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창작자의 시선이 되어갈수록 나 자신을 깊이 탐구하게 되어 참 즐겁다.
이런 일기형식의 자연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도 즐거움과 휴식을 주는구나 싶어서 에세이에 도전해 보고 싶기도 하다.
외부에서 하는 육체노동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내가 단독주택을 관리하며 텃밭을 가꾸고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정원을 가꿀 수 있을까? 회의적인 생각이 들다가도 머리 쓰는 삶이 아닌 소소한 육체노동을 하는 생활이 스트레스 없고 즐겁겠다는 생각도 든다.
소소하게 텃밭을 가꾸고 거기서 나는 각종 야채들을 먹으며,,,,자연 속에서 행복하게 사는 나를 그려본다.
천성이 시골사람인 건가....
나는 단출한 게 좋다. 지금도 필요 없는 물건을 전부 버리고 단출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집에 한 번 가지고 들어오면 절대 못 나간다고 생각하는 남편과는 참 안 맞는 점이다. 물건에 대한 애착이 있는 남편과 잘 버리고 싶어 하는 나는 참 서로 닮은 듯 다르다.
집에 잡동사니를 가지런히 정리하고 사는 남편과 다 버리고 싶어 하는 나는 서로 의견이 불일치할 때가 종종 있다.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고픈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캠핑을 갈 때도 이사 가는 것처럼 집에 있는 잡동사니를 다이고 지고 가려고 하는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를 좀 받았었다. 저 사람은 나랑 다른 스타일의 시골 사람이구나 싶다.
새로운 곳을 방문했을 때에도 이것저것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장소를 보면 머리가 아파온다. 아무것도 없는 집을 보면 묘한 휴식의 느낌을 받는다.
내가 그런 사람인가 보다.
소박하고 아담한 마당에는 단출하게 나무 두 그루 정도만 있고 깜찍한 수선화가 핀 화단이 있는 예쁜 집에서 마당을 바라보며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오후에는 뒤뜰의 텃밭을 가꾸고 노동을 한 다음 저녁에는 남편과 산책을 하고... 가벼운 풀들로 식사를 하고 저녁잠이 드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렇게 살고 싶다.
경제적인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런 삶을 살고 싶다.
편안하고 소박한 삶... 그러면서 일하고 읽고 쓰는 삶!
언제쯤 할 수 있을까?
백일 글쓰기 도전 1일 차 성공!
나는 무엇이든지 해내는 사람!스스로 좋은말해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