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송목 Aug 25. 2022

이력서 작성의 핵심 일곱 가지

이직의 본질과 전략

1)  독특하게 작성하라

자유양식이라면 더욱 독특하게 작성하라. 특정 양식을 지정하는 회사도 있지만, 대개는 특정하지 않고 그냥 ‘이력서’ 제출이라고 명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회사가 정해 놓은 양식이 정해져 있다면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가 별로 없지만, 자유 양식이라면 자기만의 독특한 이력서를 써내는 게 좋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사람들은 대개 일반 양식에 따른다.


사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력서를 냈는데 아무 소식이 없는 경우 대개 이런 경우다. 특히 전문직이나 커리어가 어느 정도 되는 간부나 임원이라면 이런 양식의 선택에서부터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실력, 콘텐츠가 문제지 그깟 양식이나 꾸밈이 무슨 소용이겠냐고 할지 모른다. 나는 감히 말한다. 문제라고.


사장/인사담당자는 수많은 이력서를 접하는 사람이다. 척 보면 척이다. 먼저 일반 양식에, 눈에 띄지도, 내용도 고만고만하면 선입견부터 그저 그렇게 넘기고 말 것이다. 하지만 이력서 디자인도 독특하고, 내용까지 깔끔하게 정리된 이력서라면 호감을 갖고 끝까지 읽어 볼 가능성이 높다. 설령 내용이 다소 빈약하거나 일반적이라도 특별하고 정성스럽게 잘 정리된 눈에 띄는 이력서라면 그냥 지나칠 걸 다시 한번 돌아볼 것이다. 또 당신이 그 회사에 입사한 후에도 그 이력서는 계속 보관될 것이고, 인사이동 때마다 사장이 지속적으로 들여다볼 영구 서류가 될 것이다.  


2) 그 회사에  맞게 맞춤식으로 작성하라

지인 중에 세계적인 도예가 지산 이종능 선생 전시회에 몇 번 초대된 적이  있다. 특이하게도 그때마다 작품 성향이 크게 달랐다. “내가 다른 사람 전시회 잘 못 찾아왔나?”동양화를 그렸다가 서양화를, 추상화를 그렸다가 풍경화, 정물화를 그렸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이중섭도 있고 피카소도 있고 구석기인들도 있다. 통상 작가들은 작품의 통일성 내지는 장르가 일정하다. “장르를 바꾸면 힘들 텐데... 일부러 그러나? “궁금해서 질문을 던졌더니 "저는 매 전시회 작품들을 그때마다 바로 소진시키고 다음 작품과는 연결 짓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만들어진 작품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작품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을까요?” 그래서인지 그의 전시회는 매번 새롭고 독창적이다. 다른 작가들과 비교해도 독창적이지만 본인의 지난번 작품과 비교해도 독창적이다.


 이력서 작성도 이와 같은 마음이 필요하다. 매 지원 때마다 회사마다 달라야 한다. 바로 직전에 써 두었던 이력서와 지금 작성하는 이력서가 달라야 한다. “사람이 바뀐 것도 아닌데, 뭘 다르게 쓰란 말인가?”헤라클레이토스 말처럼 오늘의 강물은 어제 흘러간 강물과 다르다. 당신도 어제의 당신과 오늘의 당신은 다르다. 어제 이력서를 오늘 다시 읽어보고 새로 고치기 바란다. 내가 다르게 보여야 보는 이도 다르게 보인다.


근본이야 달라질 수 없겠지만 옷차림은 바꾸라는 것이다. 물론 취업과 이직이 어렵다 보니 여러 군데 원서를 넣는 과정에서 다소의 물리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케팅에서 STP(세분화(segmentation), 목표시장 선정(targeting), 포지셔닝(positioning))전략의 포지셔닝하는 것처럼 목표물을 정확히 규명하고 공략할 필요가 있다. ‘그냥’ 허공을 향해 쏘아 올린 초점 없는 총알을 맞고 떨어지는 새가 과연 있을까? 한 마리도 없다.


이력서의 주인공은 당신이지만 읽어주는 독자는 상대회사 임원이나 사장이다. 그러니 작성의 초점은 철저히 지원회사(사장/임원) 시선과 입맛에 맞추어야 한다. 이력서는 지원할 때마다 달라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읽어 본 많은 이력서에서는 회사 이름만 바꾸고 내용은 그대로 복사해 온 느낌을 많이 받았다. 분명 우리 회사를 지원한 건 맞는데, 뭔가 느낌이 다르고 아귀가 맞지 않은 문장이나 흐름이 발견되곤 했다. 당신이 심사관이라면 차고 넘치는 게 지원자인데 찜찜하고 걸리는 이력서를 통과시키겠는가? 매일 남들 이력서만 살펴보는 인사담당자는 나름 기준과 예리한 감각이 몸에 배어 있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들의 촉은 예민하고 조금만 신경 거슬려도 아무 거리낌 없이 탈락시킨다.


 가끔 “이력서를 100군데나 냈는데 한 군데도 답이 없어요 ㅠㅠ...”라는 하소연을 듣는데, 그분들 답답한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한편으로 과연 그 100군데의 원서가 상대방이 누군지, 회사 이름이나 제대로 알고 작성된 건지, 그냥 복사판이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입장을 바꿔놓고  당신이 면접관이라면 과연 그저 그런 이력서에 관심을 가졌을까? 아니면, 우리 회사를 심층 분석하고 애정이 가득한 지원자를 관심 가질까? 한 번쯤 역지사지 거꾸로 생각해 볼 일이다.  


3) 이력서가 빈약하다면 성의라도 보여라

“저는 학벌도 별로고, 자격증이나 이력도 별로 없어 적을 게 없는 게 걱정입니다”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분들이 주로 지원하는 분야는 단순 노무직이지만, 한편으로 성실과 인간성을 기반으로 하는 업무에서 중용될 수 있다. 중요한 일이지만, 업무는 비교적 단순한 일들이다. 운전, 비서, 단순 출납, 창고업무 등 직무가 될 것이다. 이때 이력서를 보는 채용기준은 이력서의 화려함보다는 성실함에 보다 더 비중을 둔다. 따라서 이력서 작성 글씨를 또박또박 쓴다거나 자기소개서도 정성과 성의가 나타나도록 쓰고 도장도 제 위치에 잘 찍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내가 과거 검토해 본 경험으로, 이력서가 빈약할수록 그런 사람은 성의도 빈약했다는 것이다. 경력이 화려한 사람일수록, 적을 게 많은 사람일수록 오히려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들이 성공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스펙이 화려하던 빈약하던 무조건 포장은 중요하다. 특히 콘텐츠가 빈약할수록 포장은 더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실력이 없으면 성의라도 보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말하는데, 회사들 중에는 합격기준을 반드시 실력이나 능력보다는 ‘성실’에 두는 회사도 많다는 점이다. 성실은 성의에서 출발한다.

성의가 뭐냐고? 보이지 않는 모든 태도다. 글씨를 또박또박 쓰는 거 외에도, 종이 접히는 부분까지도 신경 쓰는 것이고, 면접이라면 들어설 때 나갈 때, 작은 회사라면 수위를 대하는 태도까지도 모두 포함하는 행위다.   


4) 오. 탈자, 뒤틀림이 없어야 한다

서류 심사자들은 대체로 까칠하다. 대개의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주된 업무가 있고 별도 시간을 내서 이력서를 검토하다 보니 시간이 별로 없고 바쁘다. 번외 일이다 보니 당신의 이력서를 꼼꼼히 읽을 시간이 없다. 공기업이나 대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때 외부 전문가로 위촉된 심사위원들도 객관적인 기준에 맞추다 보면 정성적인 내용(충실도)보다는 정량적(규격, 형식)인 체크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심사위원에게 탈락의 빌미를 주는 실수가 없어야 한다. 자격 요건에서는 특별한 하자가 없는데 탈락한 경우, 아무리 생각해도 떨어진 이유를 납득하기 힘든 경우다. 필자가 보는 시각으로 감히 말하면, 대개 이런 사소하고 어이없는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 때문이다.


가장 먼저 문제가 되는 부분이 오탈자다. 작성자 입장에서는 사소한 실수라지만 체크하는 입장에서는 오류로 인식한다. 작성자의 서류 검토 오류로 보는 것이다.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것은 문서의 뒤틀림이다. 대개는 주어진 양식이 넘치거나 좀 잘 작성해보려고 수정하다가 발생하는데 마무리도 잘해야 하는데 놓치는 경우다. 검토자 입장에서는 이런 오탈자, 문서 뒤틀림 현상은 단순 실수, 정성 부족이 아니라 실력 부족으로 판단한다. 숙달되었거나 성의가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는 실수로 보는 것이다.


5) 빈칸은 반드시 메운다

자유 양식이 아니라 양식이 주어진 양식의 경우 빈칸 메우기를 잘해야 한다. 칸이 있다는 것은 필수든 선택이든 그 내용을 보겠다는 의도이므로 가능하다면 공란으로 두지 말고 채우는 것이 좋다. 예컨대 “연월일“(1998.01.08.)을 쓰도록 했는데 ”일자“를 빼고 간단히 (1998.01.xx.)로 비워두는 경우 같은 것이다. 이때 주어진 형식(빈칸)은 채워주는 게 예의다. 대개는 학교 입학일, 졸업일 등이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너무 뻔하고 사소한 내용이라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그 심사위원은 ”채워야 될 란이 빈칸으로 되어 있어 탈락시켰다”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공기업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분이 나와 술자리에서 개인적 잡담 중 튀어나온 이야기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어이없고 너무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실제 일어난 현실이다. 사소하지만 규칙은 규칙이라 고집하면 할 말이 없다.    


6) 출처. 근거를 확실히 밝힌다 

출처, 근거가 불충분하거나 명확하지 않은 경우다. 여러 가지 학교의 졸업, 학위, 경력 등을 열거하면서 그를 뒷받침할 자료가 없으니 믿어 줄 근거가 없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설마 내가 거짓을 적었다고 생각하겠나, 조금만 알아보면 금방 알 수 있는 뻔한 사항인데 뭘...”하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스스로 믿고 스스로 짐작한다. 하지만 심사자는 당신 짐작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친절하게 당신의 이력을 별도로 확인하거나 체크하지도 않는다. 그럴 시간도 없고 그러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심사자들은 당신만큼 간절하지도 친절하지도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들 또한 주어진 일에 그냥 충실하고 수당을 받아가는 고용된 인력일 뿐이다.


 물론 공기업 등에서는 핵심 필수 학위, 자격증만 근거를 요구하고 그 외 근거서류는 1차 서류합격 후 사후 제출하는 것으로 간소화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대개의 서류 심사는 즉석에서 판단한다. 당연히 의심되거나 출처나 근거가 미약한 경우 해당 경력은 인정되지 않으므로 탈락시킨다. 그들에게는 그렇게 많이 나열되어 있는 이력들도 당장 현장에서 확인할 근거가 없으면 단순 추측 자료 내지는 미확인 자료일 뿐이다.


이때 많은 경우 그냥 스펙이 부족하다거나 경쟁이 심해 탈락한 줄 안다. 정작 그런 증빙서류의 신뢰성 근거 부족으로 탈락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므로 회사에서 별도로 요구하지 않더라도 출처. 근거를 기록하가나 첨부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건강보험자격득실 확인서나 고용. 산재보험 자격 이력 내역서(근로복지공단의 고용. 산재보험 토털 서비스 http://total.kcomwel.or.kr/main.do)를 발급받아 제출하는 것이다. 국가 공인기록이고 무료 발부이며 절차도 비교적 간단하고 시간도 5분이면 된다.

출처. 근거 표시 방법은 발급번호, 발급일자, 발급기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된다.


물론 이런 선제적 행동이 추후 서류 보완 등 행정처리에 너무 앞서가는 불필요한 오버액션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권고대로 제출한다 해도 노력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밑져봐야 본전이다. 약간의 번거로움과 서류가 두터워지는 수고를 더할 뿐이다. 다음 제출 때부터 꼭 실천해 보기 바란다.


7) 요약본과, 상세 부본을 구분한다 

경력자의 경우 이력서나 포트폴리오가 다소 길어질 수 있다. 이때는 요약서와 본 이력서를 분리하는 게 좋다. 긴 페이지를 일일이 다 펼쳐 보는 담당자는 드물다. 그들 또한 바쁘고 당신만큼 절박하지도 않다. 전체 이력서가 30페이지라 해도,  눈에 띌 수 있는 핵심만 1 페이지로  정리한  요약본을 첫 장에 배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마디로, 이력서 작성의 핵심은 심사자가 당신을 만나보지도 움직이지도 않고 당신의 이력과 장점을 훤하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안 봐도 비디오'작업이다.


<참조> 최송목, 나는 전략적으로 살 것이다, 유노 북스, 2021

이전 08화 스토리텔링 없는 사람은 어찌해야 하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