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송목 Aug 25. 2022

스토리텔링 없는 사람은 어찌해야 하나?

이직의 본질과 전략

그림=최송목

▢  버려지는 스토리는 없다

『서민 갑부』라는TV 프로그램에서 썩은 나무를 주워 조명등을 만들어 파는 목공예 조명 아티스트 송승원 씨 이야기를 시청한 적이 있다. 버려진 나무만 수거해 자산 15억 원 갑부가 된 분 이야기다. 그가 수거해 제품화한 나무의 사연도 다양하다. 벼락을 맞은 느티나무, 벌레 먹어 썩어 죽은 나무, 100년이 넘어 초가집을 지탱하던 대들보, 염소가 갉아먹어 이빨 자국 있는 나무 등이다. 하나하나  다른 사연이 있고 온전한 나무는 없다.


반듯한 나무는 가구재로 나가고, 썩고, 삐뚤어지고, 벌레 먹고, 아프고, 상처 있는 나무들이 송승원 씨에게는 오히려 상품이 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희소성과 시간의 흔적, 유니크한 스토리가 장점으로 부각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스토리가 있는 나무’로 만든 조명이다. 그는 조명을 설치할 때 고객들에게 이런 나무의 사연을 들려주는데 고객들은 그런 스토리에 상당히 귀 기울이고 좋아한다고 한다. 사람도 그렇다. 누구나 나름의 스토리가 있다. 반듯하면 반듯한 대로 삐뚤어지면 삐뚤어진 대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반듯하고 모범생만 지향한다. 그렇게 교육받아왔고 그게 바른 길이고 좋은 일인 건 잘 알지만 그리 되지 않는 게 인생길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사는 게 그리 쉬운 일인가? 살다 보면 누구나 드러내고 싶지 않은 과거, 부끄러운 사건 한 둘쯤은 생긴다. 그래서 그런 일들은 꽁꽁 감춰두고 싶고, 성공한 이야기만 강조하고 자랑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그런데, 조명 아티스트 송승원 씨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끄러운 과거, 감추고 싶은 이야기, 실패한 이야기도 ‘어떻게 다루는냐 “에 따라 쓸모가 있어 보인다. 버려진 나무, 상처 난 나무를 다듬고 색칠하여 새로운 조명기구로 거듭나듯, 실패와 상처를 추스르고 생각을 정리하여 새로운 삶의 지표로 거듭나는 것이다. 

사람들은 예쁜 것, 빛나는 것 등에 너무 현혹되거나 주눅 들어 살고 있다. 여러분의 감춰진 어두운 이야기도 분명 쓸모 있다. 끄집어내기만 하면 된다. 다만,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만 있으면 된다.    


▢ 스토리 메이킹할 수도 있다

지인 중에 세계적인 도예가 지산 이종능 선생이 있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스토리텔링 이런 거 하지 않습니다. 스토리텔링은 지나온 과거 이야기입니다. 저는 스토리 메이킹합니다." '스토리 메이킹'이라니! 통상 우리는 "텔링"으로 과거를 말해왔는데, 그는 미래 이야기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메이킹이라!" 그 당찬 일갈에 나는 속으로 뜨끔했다. “내가 나도 모르게 과거에 얹혀 살아가려는 마음이 깔려 있었구나!”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들 대개는 과거에 의존하여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또 스토리 없는 사람, ‘왕년에 어쩌고 저쩌고... “같은 게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들이 말재주가 없거나 기억으로 잘 못 찾고 있을 뿐이다. 


우리들 대개는 과거 스토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는 현재와 이어져 있고 그 과거가 현재와 미래를 담보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 직업에서는 과거를 필요로 하지 않거나 개의치 않기도 한다. 막노동, 극한 노동 같은 단순 반복 위험한 직군 등의 일이다.


그래서 한편, 스토링텔링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과거 이야기 중심의 ‘스토리텔링’이 일반적 보편적이라면, 현재. 미래 이야기 중심의 ‘스토리 메이킹’으로 비중을 늘리는 선택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과거 스토리가 화려하면 과거 사건 비중을 100%로 하면 되는 것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과거 비중을 대폭 줄이고 대신, 미래 스토리 비중을 늘려 면접관의 환심을 사 보는 것이다. 


장영재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가 최근 쓴 칼럼에  "스타트업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로켓을 매고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짓이라고 이야기한다. 일단 절벽에서 뛰어내려 바닥에 충돌하기 전까지 로켓을 완성하고 연료(투자금)를 받아야 살아남는다. 일단 살아나면 진짜 로켓으로 비상하게 된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직, 취업에 웬 스타트업 이야기? 다소 생뚱맞은 나의 이런 이야기에 당연히 곱지 않은 시선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신이 정말 절박하다면 그리고 정말 꼭 이직을 해야 한다면 이런 방법도 있을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단, 미래 스토리(계획, 다짐, 각오)를 읊을 때는 신통치 않거나 밋밋한 과거(소위 흑역사)는 다소는 신비스러움이나 좋은 쪽으로 상상할 수 있도록 얼버무리는 기지 발휘도 잊지 말아야 한다. 스토리 메이킹의 핵심은 진지한 태도 유지와 비록 틀리더라도 확실한 논리 구성과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 팔아먹는 게 그랬고, 정주영 회장이 울산 조선소 건립 때 500원짜리 지폐의 거북선 일화도 그랬다.


<참조> 

1. 최송목, 나는 전략적으로 살 것이다, 유노 북스, 2021

2.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22101994391

3. https://news.g-enews.com/ko-kr/news/article/news_all/202209111509323130a67d2c7d5a_1/article.html?md=20220911151714_U

이전 07화 이력서/면접 스토리텔링 구성의 핵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