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왕초보 성장일기
비용은 비교적 저렴하게 3천 원이라네요. 알고 보니 주로 어린이들이 오는 코너인데 제가 끼어든 것입니다. 어쨌거나 그런 나이 제한이 없었으니 무사통과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동안 배운 드로잉을 머그컵에 올린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제공하는 색연필이 그리 다양하지 않고 즉석에서 바로 컵 크기에 맞춘 종이 위에 그려 넣는 한정된 드로잉이라 다소 긴장되어 처음에는 얼렁뚱땅 그리게 되었습니다.
한 점을 그리려다가 여백이 남아서 두 점을 추가로 그려 넣는 바람에 세 점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집에 와서 식구들에게 보여주니 강아지를 사람처럼 그렸다고 놀리네요. 다소 그런 느낌은 들긴 합니다.
제가 왜 긴장하고 가슴 설렜는가 하면 그냥 도화지가 아니고 일종의 도자기 작업 같은 걸 처음 해보니 그랬습니다.
진짜 도예가들은 직접 도자기 원판에 새기거나 그려 넣는데, 저는 그러지는 못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하나의 도자기가 완성되는 느낌이니 가슴 뛸 수밖에 없었습니다.
설레다 보니 글자가 뒤집히는 것도 모르고, 전체적으로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담당자 말로는 '역대급 최고'라고 엄지 척 추겨 세웁니다. "내가 그 정도 칭찬 들어도 되나?" 물론 아니지요. 하지만 달리 경쟁자 없는 구도에서 제법 잘한 것 같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재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느낌은 있어 보입니다.
사실 작품이라 하기에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저의 드로잉을 '어쩌다' 컵 위에 도자기로 남기게 되다니, 정말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뭐든지 우선 재미가 있어야 성과도 좋아지잖아요? 그러지 않아도 슬슬 드로잉 재미가 없어지는 때에 때마침 나타난 구세주가 머그컵입니다.
덕분에, 지난 일주일 내내 이 두 개의 컵으로 번갈아 가면서 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작품 감상하면서.